요즘 일반인에게 낯이 선 태반주사, 백옥주사, 감초주사 같은 처음 들어본 주사제를 날마다 융단폭격 당하듯이 들어본다. 언 듯 보아서도 태반이나 감초는 한의학 전문 의학품으로 보인다. 한의학 전문의약품은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을 수 없고 체질에 따라 각각의 환자의 질병이나 몸의 상태에 따라서 사용유무와 용량이 결정되어야 한다. 물론 태반이나 감초 주사에 태반과 감초가 얼마나 어떤 식으로 주입되는지 알 수 없지만 효과가 난다는 것은 이런 주사가 환자와 잘 안 맞았을 때 부작용도 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미국이나 일본의 의사들도 70-80% 정도의 암 환자에게 한약처방을 투여하는데 모든 환자 에게 똑같은 한약처방을 쓰는 게 아니라, 환자의 증상이나 상태에 따라 갈래를 지워서 처방한다. 이와 같이 한약을 복용해서 소화기를 통해서 흡수될 때도 신중하게 사용되는데, 정맥을 통해 몸속으로 직접 투여되는 주사제제는 몸 안에서 즉각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더욱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일부 몰지각한 의사들이 한약은 효과가 없고 부작용만 나서 환자의 치료를 방해하는 약으로 폄하하면서 이율배반적으로 정작 자하거와 감초 같은 한약을 기반으로 만든 것을 효과나 부작용 연구를 하지 않고 모든 환자에게 똑 같이 처방해서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귤화위지(橘化爲枳)다. 귤이 회수(淮水)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뜻이다. 똑같은 것이지만 의사가 쓰면 새콤달콤한 귤이 되고, 한의사가 쓰면 시어서 먹을 수 없어 버려야 되는 탱자가 된다는 뜻이다.

태반은 자하거(紫河車)라는 한약재다. 동의보감에 인부(人部)에 보면 사람으로부터 34가지의 한약재를 채취해서 쓸 수 있다고 기술해 놀고 있다. 그 중 머리카락, 태반, 소변은 요즘도 한약재로 쓰이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왕실의 피붙이가 태어나면 태반을 깨끗이 씻은 뒤에, 백자 항아리에 넣어 길일(吉日)에 길지(吉地)를 택해 '안태식'을 치러 석실에 봉안한다. 이 석실이 태실(胎室)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전국에 흩어져 있던 54기의 태실을 서삼릉에 모아서 보관해왔는데 가장 완전한 형태의 성종(成宗)의 태실은 창경궁 양화당 언덕에 옮겨져 오늘날도 그 곳에 있다.

출산에 다다른 임산부는 제대혈 은행에 대해 한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제대혈이란 탯줄을 절단하고 그 안에서 채취한 혈액을 말하는데 제대혈 속에는 혈액을 만들어 내는 조혈모세포와 여러 다양한 세포로 분화 할 수 있는 줄기세포가 다량으로 존재해서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소아백혈병, 재생불량성빈혈, 유전성 대사질환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이 아이들이 자라면서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몰라 이를 대비하기 위해 거액을 주고 제대혈 은행에 보관하게 된다. 자하거(紫河車)는 건강한 사람의 태반을 깨끗하게 씻은 다음 타지 않을 정도로 불에 말려서 나쁜 피를 제거하고 건조해서 사용한다.

옛날에는 돼지의 태반과 사람의 태반을 그대로 사용하였지만 최근에는 유전적인 질환이 있는 태반이 있을 수 있어 사람 태반 중에 중요한 성분만 추출해서 만든 ‘자하거 추출액’의 형태로 사용된다. 태반은 태아의 생명줄인 까닭에 기혈(氣血)을 모두 보(補)하는 약효가 있다. 그래서 모든 허증(虛症)에 사용할 수 있다. 성질은 따뜻하고 달고 짜다.(溫甘鹹) 약효는 보기(補氣), 양혈(養血), 익정(益精)이다. 기혈을 보하고 정력을 강화시킨다는 뜻이다. 단식이나 며칠 동안 굶어서 초췌하고 눈이 퀭하고 힘이 빠져 있고 수척해 있을 때 쓸 수 있다.

특히 선천적으로 허약한 체질이나 오랜 질병으로 인해서 기혈이 손상된 경우에는 자하거 한 성분만 쓰는 것 보다, 인삼, 황기 같은 기운을 보태주는 한약과 숙지황, 당귀 같은 혈(血)을 북돋아주는 한약을 같이 써서 오랫동안 복용함으로서 서서히 체력을 회복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너무 일을 많이 해서 열이 등뒤으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면서 후끈거리는 골증노열(骨蒸勞熱)에도 쓸 수 있고, 여성들이 너무 말라서 임신이 잘 안되거나 또 젖이 잘 안 나올 때 쓸 수 있다. 물론 보양약이므로 양기가 부족해서 오는 조루, 발기부전, 유정 등에는 당연히 쓸 수 있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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