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미국의 클락 홀다 레게 박사가 만든 간청소법이 유명세를 떨치며 유행한 적이 있었다. 간청소법은 미국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민간요법으로 많이 성행했으며 한의학적으로 의미가 있어서 한의원에서도 사용된 적이 있었다. 환자들은 먹는 것으로 어떻게 간(肝)을 청소한다는 것인지에 대해 한편으로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실재로 간이 청소되면 좋겠다는 호기심 가득 찬 눈빛으로 설명을 듣는다. 또한 이미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고 온 환자들은 간(肝)이 청소되면 대변에 녹색물질이 섞여 나온다고 하는데 맞나요? 하면서 확인하려 든다.

간청소액의 주요 구성 성분은 소금의 한 종류인 앱섬염과 흑호두액, 쑥의 한 종류인 웜우드, 생올리브 열매를 압착하는 방식으로 기름을 만든 Extra Virgin 올리브유와 자몽주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앱섬염은 설사를 시키는 사하제(瀉下劑)로 한의학의 망초(芒硝)의 의미로 쓰인 것이다. 대장을 설사시키면 간-대장상통(肝大腸相通)의 한의학 이론에 의해서 간의 기운이 좋아지게 된다.

소장 근처의 혈액에 기생하는 주혈흡충은 한번에 3000여개의 알을 낳고 그 알들은 혈액을 타고 간(肝)으로 오게 된다. 주혈흡충의 알은 크고 가시가 있어서 간에서 죽일 수가 없다. 간에서 해독할 수 없는 기생충알이 들어오면 간은 섬유질로 그 알을 누에고치처럼 촘촘하게 감싸서 알에서 깨어나더라도 죽게 만든다. 이렇게 되면 간이 말랑말랑하지 않고 군데군데 섬유질로 딱딱하게 된다. 이게 주혈흡충에 의해 간경화가 발생되는 원리다.

주혈흡충은 소장에서 사는 기생충이 아닌 관계로 대변에 알이 검출되지 않는다. 그 때문인지 전 세계적으로 2억 명이 이 병에 감염되었다고 한다. 주혈흡충이 달팽이에 많이 산다고 해서 서양에서는 달팽이를 잡아 족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실은 주혈흡충은 물가에서 물놀이 하는 사람의 피부를 뚫고 곧바로 감염된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민물 생선회 같이 날 것을 그냥 먹으면 안 된다는 신념이 생겨난 것 같다. 서민교수의 ‘기생충의 변명’에 나오는 얘기다.

흑호두액은 미국이나 서양에서 개나 가축에게 구충제로 사용되는 물질이다. 흑호두액은 특히 간의 기생충을 박멸하는 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호두 즉 호도(胡桃)는 한나라 때 장건이란 장군이 흉노로부터 들여온 것으로 그 당시 중국에는 없었던 식물로 외견상 복숭아와 비슷해서 ‘오랑캐 나라의 복숭아’란 뜻의 호도가 된 것이다. 호도육(胡桃肉)은 한약재로 우리가 흔히 먹는 호두다. 민간에서는 호도육이 뇌(腦)의 모습과 비슷하게 생겨서 호두를 먹으면 뇌기능이 좋아지고 총명해진다고 생각해서 수험생에게 호도육과 잣을 권하기도 한다. 또한 호두 전체의 모습이 고환과도 닮았다고 해서 빈랑과 함께 써서 정력제로 많이 사용되기도 했다. 성질은 따뜻하고 달다.(甘溫) 신경락과 폐경락으로 들어간다. 신장을 보(補)해서 정액이 세지 않게 고정시켜 줘서 정력을 강화시키는 보신고정(補腎固精)의 효능이 있고, 허파를 따뜻하게 해서 기운을 북돋아서 천식을 멈추게 하는 온폐정천(溫肺定喘)의 효과가 있다.

호도육은 기름이 많고 끈적거려서 근육을 싸고 있는 근막에 기름칠을 하거나, 관절로 가서 관절을 매끄럽게 하는 작용이 있어 허리, 무릎, 고관절이 뻑뻑해서 잘 펴지거나 굽혀지지 않아 굳고 시큰거리고 아픈 요슬산통(腰膝痠痛)에 사용된다. 이 때는 보골지, 두퉁, 우슬, 숙지황 과 함께 쓴다. 호두 안에 호도육을 둘러싼 속껍질을 추자피(楸子皮)라고 하는데 추자피는 호도육과 달리 수삽(收澁)하는 작용이 있다. 밖으로 새는 것을 안으로 거두어 들이는 작용이 있다는 뜻이다. 천식은 들숨이 깊숙하게 안쪽까지 심호흡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들숨이 짧아 기운이 들어오자마자 밖으로 날숨을 내 뱉는 질환이다. 이 때는 호도육과 추자피를 함께 써서 호도육으로는 폐를 따뜻하게 해서 폐의 기운을 북돋우고, 추자피로는 밖으로 새는 기운을 강력하게 틀어막아 천식(喘息)을 치료하게 된다. 천식을 치료할 때는 인삼, 행인, 생강, 패모, 백합들과 함께 쓴다. 호도육이 기름이 많은 관계로 진액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노인들의 변비에 특효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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