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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인체 유전자를 '편집'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준정 과학기술칼럼니스트(공학박사), "유전자 편집이 가능하면 신세계 활짝 열린다"
암세포 파괴 면역세포를 유전자 편집으로 만든다면 암 환자 개인별 맞춤치료도 가능
"유전자 편집기술 개발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한국의 그릇된 현실부터 바로 잡아야"
  • 이준정 과학기술칼럼니스트
[전문가칼럼= 이준정 과학기술칼럼니스트] 클라우스 슈밥이 제4차 산업혁명의 충격을 강조할 때 빠지지 않고 강조하는 것이 바로 유전공학기술이다.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기술 그리고 유전공학기술이 결합되면 인간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정도로 급속한 변혁을 겪게 된다는 것이 슈밥의 지론이다.

그가 주목하는 유전공학기술이 몰고 올 미래사회의 변화는 식량산업과 의료산업 부문에서의 가히 혁명적 변화라 할만하다. 의료산업부문의 혁명적 변화는 유전공학기술의 발전에서 나오며, 인류의 질병을 사라지게 할뿐 아니라 건강장수 산업이 무한 팽창하는 사회로 전환되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학한림원(NAS), 미국공학한림원(NAE), 미국의학한림원(NAM) 등 3개 고등기관이 합동위원회를 구성해 2015년부터 ‘인간유전자편집기술의 과학, 의학, 윤리적 문제’에 대해 심도있게 검토한 결과가 최근 출판물로 공개돼 이목을 끌고 있다.

출판물의 핵심 결론은 “엄격한 조건과 감시가 있다면 초기 배아 등 인간 생식세포에 대한 유전자 편집 연구를 미국정부가 허용해 줘야한다”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다. 권고이자 제안에 해당되는 이같은 내용은 사실 2015년까지만 해도 “안전과 효능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인간 배아에 유전자 편집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고 선언했던 보수적 입장을 과감하게 버렸다는 점에서 매우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비로소 유전자 편집기술을 본격적으로 연구할 제반 여건이 조성됐다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앞으로 미국 기술자들도 인간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연구를 드러내 놓고 하게 될 것이고, 관련 연구 성과들을 매우 적극적으로 적용해 보는 시도를 하게 될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생명의학 분야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인권보호조치로 ‘오비에도 협약(Oviedo Convention)’이 있다. 환자에게 의학적 수단을 적용하는 원칙들을 정한 유일한 국제 협약으로, 환자를 대하는 일반적인 원칙뿐 아니라 인간 게놈에 관한 규제사항들도 조문에 포함돼 있다.

즉, ‘인간 게놈을 수정하는 개입은 예방, 진단 또는 치료 목적을 위해서만 가능하고 그 목적이 자손의 유전체에 어떠한 변형도 남기지 않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적시돼 있다. 이 협약에 서명하고 비준한 국가에선 유전자를 편집하거나 배아줄기세포에 변형을 가할 수가 없다.

이에 따라 많은 국가들이 사람의 생식세포를 수정하는 걸 금지하는 법률, 규정 또는 지침을 제정했다. 배아줄기세포, 복제를 통한 생식 기술, 생명의 탄생과 같은 주제에 대해선 국가마다 관점이 다르고 규제 내용도 크게 다르다.

대한민국은 호주, EU, 브라질, 캐나다와 함께 유전자 변형을 법으로 완전히 금지하고 있다. 반면에 일본, 중국, 인도 등은 가이드라인을 벗어나지 않으면 연구가 가능하고, 미국은 일부에만 제한적으로 규제를 가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비교적 자유스럽게 유전자 연구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조차 앞으로는 더욱 규제를 완화해 유전자 편집연구를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셈이다.

유전자 '편집'은 생명체의 유전체 중에서 결함이 있다고 판단되는 부위에 일부 DNA를 첨가, 제거 또는 대체하는 과정이다. 유전자 편집은 인간의 질병을 방지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허용되고 있다. 유전자 편집은 불치병도 고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지만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선 위험하다.

유전자 편집 과정은 매우 정교하고 복잡한데도 불구하고 최근에 개발된 유전자 편집기술들은 매우 빠르고 값싸고 안전하게 유전자 편집을 할 수 있다. 아직 유전자 편집을 상업적으로 제공하는 곳은 없지만 구글 검색기에 ‘유전자 편집’이란 단어를 한글로 검색해 보면 45만 2000개, 영어로는 3,440만개의 정보가 검색될 만큼 크게 주목받는 주제다.

검색된 자료들 중에는 공상과학영화처럼 유전자 편집 기술이 모든 생명체를 재창조할 듯이 다루는 자료도 있지만 유전자 편집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의 질병이나 노화를 지연시키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

유전자 편집은 1980년대에 효모세포를 대상으로 처음 시도됐다. 1987년에는 박테리아의 유전체가 어떤 영역에서 앞뒤로 서열이 같은 짧은 유전자들이 규칙적으로 되풀이 되는 클러스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를 후에 CRISPR이라 부른다. 1991년엔 특정 DNA서열을 특정단백질이 인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뉴클레아제로 DNA를 절단하고 동종 재결합으로 수리가 가능하다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한 시점은 1994년이다. 2002년에 처음으로 살아있는 생명체를 대상으로 표적유전자를 편집해 보았다. 2012년엔 특정 DNA 서열을 절단하는 CRISPR Cas9를 설계했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2013년에는 설계된 CRISPR Cas9로 인간세포 속에 있는 유전자를 수정해 보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2014년엔 ZFN 단백질을 사용해서 HIV환자의 T-세포 속에 있는 표적유전자인 CCR5를 찾아내서 파괴하는 임상실험을 했다. 2016년엔 AIDS환자가 ZFN 단백질로 편집된 혈액줄기세포를 주입받는 치료를 받았고 중국에선 CRISPR로 편집된 면역세포를 암환자에게 주입한 임상실험도 있었다.

현재까지 불치병으로 알고 있는 유전자병들 예를 들면 근이영양증, 겸상 적혈구병 (SCD), 낭포성 섬유증, 혈우병,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ALD) 및 기타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질병들이 유전자 편집기술로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유전병을 앓는 환자들이 전 세계에 수백만 명이 있다고 한다. 완치되지 않기 때문에 평생 동안 고통을 받는 병들이다. 그러나 유전자 편집기술로 효과적인 치료법이 개발된다면 한 번에 질병을 고치고 후대에도 질병이 유전되지 않게 된다.

암세포를 파괴하는 면역세포를 유전자 편집으로 만들 수 있다면 암 환자 개인 별로 맞춤치료가 가능해 진다. 유전자 편집은 광범위하게 인체, 건강, 질병에 관한 연구로 확장시킬 수 있다.

예를 들면 유전자 배열을 하나씩 비교하는 방법으로 질병이 어떻게 발생하고 진행하는 지 그리고 거꾸로 치료하는 방법은 없는 지 유전자적인 관점에서 접근 할 수 있다. 의약품 회사는 유전자 편집으로 약효를 구분하거나 새로운 약품을 개발하는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유전자적 관점에서 바이오의약품을 찾다 보면 환자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유전자적 관점은 심부전증, 골밀도 상실, 기억상실 등 인체 조직의 손상원인을 규명하는데도 효과가 있으므로 유전자 편집은 재활의학 분야에도 응용가능하다. 환자의 조직 내에 잠복해 있는 결함 유전자를 대체하거나 편집으로 교정하는 재생의학 기술이다.

유전자 편집기술의 발달은 다양한 의학적 치료 수단을 늘려준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예상할 수 있는 영역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영역에서 질병치료가 가능해 질 수도 있다.

따라서 건강장수산업의 기틀을 마련할 가능성을 발굴해 내야 한다. 물론 실패할 가능성도 높지만 많은 시간과 투자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해 봐야 한다. 가능성은 활짝 열려있다. 미국 생명의학계는 그런 가능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의 연구환경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돼있다. 인체를 대상으로 한 모든 유전자 편집기술 개발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제4차 산업혁명에 편승하지 못하면 국가적 역량이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절박한 외침은 들리지만 실제로 유전공학 분야의 핵심기술인 유전자 편집연구를 시도해 볼 가능성은 모두 법적으로 차단돼 있다. 누군가 나서서 법적 규제를 풀어줘야 만 한다.

우리의 미래는 심각한 위기 속으로 파묻혀 가고 있다. 유전자 연구를 규제하던 예전과 기술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시대 변화에 맞춰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법적 규제를 없애줘야 한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조바심이나 기우(杞憂)에 빠져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면 안 된다. 유전자 편집연구는 미래를 여는 신세계이다. 이를 놓치면 안 된다.

■ 이준정 서울대 객원교수: 미래예 대한 혜안과 통찰력이 있어 '미래탐험가'로 불린다. 성균관대학교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POSCO그룹 연구소장과 지식경제부 기술지원(금속부문)단장을 역임했으며, 서울대 재료공학과 객원교수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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