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칼 사건이란 게 있다. 뉴욕대 물리학 교수 앨런 소칼이 1996년 듀크 대학이 발행하던 유명 인문학 저널인 'Social Text'를 상대로 벌인 사기극이다. 소칼은 가짜 논문 ‘경계를 넘어서: 양자 중력의 변형적 해석학을 위하여’란 거창한 제목을 붙여 'Social Text'에 제출했다. 결과는 그해 'Social Text'의 봄/여름 호에 게재 되었다. 그러자 소칼은 자신의 논문이 '전문용어와 참고문헌을 바탕으로 수학과 과학으로 엉터리로 짜깁기해서 아무 의미도 없는 결론을 낸 것‘으로 편집자의 입맛에 맞게 그럴듯하게 작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소칼의 논문이 인문학 저널이 아닌 양자물리학회에 실었다면 접수가 안 되었을 것이다.

한국에서 발행되는 수많은 한방 건강 잡지는 한의사가 아닌 자칭 한의학에 대가라는 사람들이 쓴 글로 도배되어 있다. 소칼이 가짜 논문을 쓰듯이 동의보감 같은 참고문헌을 인용하면서 장황하게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말도 안 되는 인과관계를 들어 논지를 한 쪽으로 몰고 간다. 마땅히 그 바탕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주력상품을 소개하고 광고하는 의도가 깔려있다.

또한 대중매체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부작용이 심하고 중금속과 농약 투성이인 한약을 가급적 멀리하라고 권고한다. 그러면서 그 매체에서 내보내는 유명한 맛 집 소개에서는 한약재가 많이 들어가서 다른 집들보다 훨씬 몸에 좋은 것이 많이 들어간다고 주장하는 주인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보낸다. 또 암 환자나 간이 안 좋은 환자가 한약을 먹으면 큰일 난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동의보감의 채부(菜部)를 보자. 한약재로 쓰는 ‘채소’란 뜻이며 122가지 한약재가 나온다. 대충 봐도 생강, 토란, 토란잎, 아욱잎, 비름, 쇠비름, 순무, 무씨, 배추, 김칫국, 죽순, 참외, 동아, 오이, 겨자, 냉이, 더덕, 도라지, 파, 마늘, 달래, 부추, 가지, 들깨, 고사리, 박, 목이버섯, 뽕나무버섯, 석이버섯, 송이버섯, 다시마, 말, 김, 두릅, 머위 등이 보인다. 곡부(穀部) 즉 곡식 부분에 가면 쌀, 찹쌀, 콩, 팥, 조, 밀, 보리, 메밀, 완두콩 등이 나온다. 오곡밥 뿐 아니라 된장국이나 두부 거기다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 순무, 생강, 파, 마늘 등 보통 가정집에서 먹는 나물의 대부분이 언급되어 있다.

그렇다면 국내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은 거의 매일 밥을 먹으면서 위에 언급된 음식 곧 한약을 하나 이상씩은 먹을 텐데 그러면 모든 사람이 중금속에 절여져 있어야 되고 간(肝)에 독소가 넘쳐 적어도 간경화나 간암이 유발되어야 된다. 오늘 언급할 한약재는 구자(韭子) 즉 부추씨다. 남쪽지방에서는 ‘정구지’라고 알고 있었던 것이 서울에서는 ‘부추’라고 불러 한 때 낯선 적이 있었다. 부추는 초봄에 씨앗을 뿌리면 끊임없이 쑥쑥 금방 잘 자라서 배고픈 춘궁기에 부추전, 부추겉절이로 우리의 배를 채워준 고마운 나물이다.

하지만 음력 오뉴월이 지나면 부추도 자신의 2세인 씨앗을 생산하는데 진력해야 하는 까닭에 꽃대가 생기고 이 때부터는 부추를 나물로 먹기가 힘들다. 10월쯤 되어 꽃이 지면 씨앗이 만들어지고 이 때 채취해서 한약재로 쓰는 것이 구자(?子)다. 구자(?子)는 씨앗이라 보양약(補陽藥)임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보양약과 같이 간신(肝腎)을 보하고, 양기(陽氣)를 북돋우며, 정기를 튼튼하게 하고 허리나 무릎이 찬 것을 데워준다. 구자는 시들어진 성기를 일으켜 세우고, 꿈에서 사정하는 것을 막아주는 효능이 있다. 그리고 야밤에 소변을 못 참아서 화장실을 너 댓 번 이상 들락거리는 노인의 소변빈삭(小便頻數)에 많이 쓰인다. 또한 특히 밤에 지도를 그리는 꼬맹이들에게 사용하면 효과가 좋다. 이 때는 토사자, 용골, 모려, 오미자, 상표초 등과 함께 쓴다. 오랫동안 장복하면 눈을 밝게 한다. 이 때는 결명자와 기혈을 보하는 팔물탕을 곁들이면 좋다. 여성들이 아랫배가 차서 냉(冷) 즉 대하(帶下)가 나오는 데 특히 콧물같이 하얀 색의 끈적거리는 냉인 백대하(白帶下)에 효과가 좋다.

대체로 백대하의 원인은 충임허손(衝任虛損)이다. 자궁의 기혈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허리무릎이 시큰거리고 냉기가 돌 때는 육미지황탕, 우슬, 두충, 육계, 모과등과 함께 쓰면 효과가 좋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