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목이 아프다면서 부모님과 병원을 찾는 10대 환자들이 부쩍 늘어난 느낌이다. 정형외과 전문의의 입장에선 뒷목과 양 승모근의 뭉침과 뻣뻣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때론 양 견갑부(날개뼈) 안쪽으로 ‘담’이 결린 것 같이 기분 나쁜 통증이 지속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자녀의 통증 호소가 계속되면 부모님은 아이를 데리고 인근 의원을 찾아 진료를 받게 된다. 엑스레이 검사상에서 ‘일자목’ 혹은 ‘거북목’ 진단을 받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약도 먹고 물리치료도 받아 보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증상이 반복되는 경우도 많다. 도대체 왜 그런걸까?

간혹 공부하기 싫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치부해 버리는 부모님도 있었다. 하지만 수년전과는 달라진 오늘날 젊은이들의 생활패턴을 생각해 보면 그 답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많은 승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바로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 때문이다. 필자 또한 스마트폰에 푹 빠져 버스를 탄 채 목적지를 지나쳤던 경험이 있다. 심지어 필자의 초등학생인 아들도 주위의 많은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싶다고 조르기도 한다 이처럼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현대인의 목과 어깨에 통증을 유발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스마트폰을 많이 이용하면 왜 목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일까? 사람이 태어났을 때 척추형태를 옆에서 보면, 목에서 골반까지 활처럼 완만한 한 개의 커브를 보인다. 그런데, 아기가 목을 가누고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목의 커브가 등과는 반대의 커브를 보이게 되고, 걷고 성장함에 따라 허리의 척추도 등과는 반대 방향의 커브를 이루게 된다. 이러한 결과로 목과 허리는 앞으로 돌출된 C자형 커브로, 등은 뒤로 돌출된 역C자형 커브를 형성하여, 머리에서부터 골반까지 이어지는 체중의 축이 우리 몸의 가운데에 위치하게 된다.

이러한 척추의 형태는 특히 성장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성장기에 자리를 잡게 되는데, 척추와 함께 디스크가 올바른 모양으로 성장하여야 건강한 S라인의 척추 모양을 만들어 지는 것이다. 그런데, 고개를 숙인 채 오랫동안 스마트폰을 보게 되면, 고개를 고정시키기 위해 머리에서 등까지 이어져 있는 목 뒤의 근육들이 과도하게 긴장하게 된다. 또한 목의 정상적인 굴곡인 C자형 커브가 무너지면서 머리의 무게가 효과적으로 분산되지 못하고 목 척추 사이에서 완충 작용을 해주는 목 디스크에 과도한 압박을 가하게 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나이에 비해 빠르게 디스크의 퇴행이 진행된다.

흔히 디스크 질환의 원인을 설명할 때 ‘퇴행성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언급된다. 의학 사전에서 퇴행성변화 (退行性變化)의 정의는 ‘조직이나 세포의 기능 감퇴나 정지, 물질대사 장애로 인한 위축ㆍ변성(變性)ㆍ괴사(壞死) 따위의 변화를 통틀어 이르는 말’ 이라고 나와 있다. 이렇듯 퇴행성 변화는 노화의 과정에 자연스럽게 동반되어 왔던 것인데, 오늘날 젊은이들의 척추는 올바른 척추의 형태를 갖추기도 전에 퇴행성 변화를 유발하게 되는 위험요소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목 디스크 환자가 2010년 70만 명에서 2015년에 87만 명으로 24.3%가 증가했다. 그런데, 20~30대의 경우 2010년 10만9,906명에서 2016년 13만3,634명으로 21.58% 상승했고, 심지어 10대에서도 19.6%로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은 크게 우려할 점이다.

목과 어깨 및 등에서 생기는 통증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글은 이미 인터넷에 수도 없이 나와 있고,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 현명하듯, 우리의 소중한 몸에 스마트폰이 무리를 주지 않도록 올바르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고, 사용 시에는 최대한 고개를 숙이기 않고 눈높이에 맞춰서 보는 등 생활 습관부터 조금씩 바꾸어 보도록 하자. 친구나, 연인 혹은 가족과 함께하는 경우라면 스마트폰을 쳐다보는 것 보다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나누는 대화가 더 행복할 것이다. 때로는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는 것이 가장 스마트한 선택이 아닐까 ?

달려라병원 조희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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