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 언급한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의 최초본은 없고 1417년 조선 태종 때에 이르러 중간(重刊)된 책이 한권 전해지는데 우리나라에는 없고 일본 궁내청에 보관되어있다. 세종 때에 이르면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향약을 중국에 가져가서 기원식물과 일일이 비교해 본 다음 많이 다르면 어떻게 해서든지 그 종자를 사서 오거나 뿌리째 캐 와서 국내에 재배하기에 이른다. 그 때 기록을 보면 단삼, 독활, 방기, 삼릉, 자완, 천궁, 통초, 후박 이 8개 한약은 구할 수가 없어서 세종이 국내에서 이들을 대체해서 사용했던 향약에 대해 사용을 금지한 적이 있었다.

당귀(當歸)는 신농본초경에 언급된 이후 오늘날까지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약재로 쓰이고 있다. 장시간동안 내려오면서 애초에 당귀라고 이름 붙여졌던 한약재가 지금 우리가 쓰는 한약재인가에 대해서는 한 번 더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기원식물인 당귀는 중국당귀(中國當歸)다. 양나라에서 사용한 당귀는 역양당귀(歷陽當歸)로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당귀(當歸)로 유통되는 약재는 참당귀이고, 일본에서 재배되어 유통되는 당귀는 일당귀(日當歸)다. 여기에 중국에서 독활(獨活)로 쓰이는 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걸 중치모당귀(重齒毛當歸)라고 부른다.

중국당귀의 꽃 색깔은 흰색인 반면, 역양당귀의 꽃 색깔은 보라색이다. 역양당귀는 우리나라에서는 바디나물로 불리는 한약재로 자화전호(紫花前胡)라고 해서 당귀로 쓰지 않고 거담제(祛痰劑)인 전호(前胡)로 쓴다. 고려시대 때부터 참당귀를 당귀로 쓴 이유는 이 참당귀가 양나라에서 사용된 역양당귀와 잎도 많이 닮았고 꽃도 보라색으로 많이 닮아 감별이 어려울 정도로 너무 흡사해서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청나라 시대에 고증학(考證學)이 유행한 관계로 한약재로 사용된 식물에 대해 직접 관찰하고 고증하여 과거 본초서들에 대해 검증이 이루어져 많은 오류를 바로잡았다.

그 때 저술된 권위 있는 식물명실도고(植物名實圖考,1848년)에 역양당귀를 중국당귀 대신 쓸 수 있다고 되어 있어 중국당귀의 유통이 원활한 요즘에도 여전히 역양당귀를 쓰고 있다. 우리나라도 대한약전 9개정판에 중국당귀를 ‘당귀’라는 명칭으로 정식으로 수록하고 그간 우리나라에서 당귀의 대용품으로 사용되는 참당귀는 ‘한당귀(韓當歸)’란 새로운 명칭을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었으나 여러 이유로 부결되어 그 여파로 중국당귀의 수입이 아직까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중국 뿐 아니라 일본과 우리나라의 본초학자 모두 중국당귀가 보혈(補血)의 효과가 가장 뛰어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고 중국당귀의 수입과 배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음에도 아직 기원식물을 쓰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중국은 당귀(Angelica inensis(Oliv.)Diels)의 뿌리, 우리나라는 참당귀(Angelica Gigas Nakai)의 뿌리, 일본에서는 일당귀(Angelica Acutiloba Kitag)의 뿌리를 각자 나라의 당귀(當歸)로 사용한다. 당귀의 속명 Angelica는 영어로는 Angel 즉 천사란 뜻이다. 당귀 같은 Angelica 속의 식물은 대체로 ‘천사의 선물’이라고 할 정도로 사람에게 좋은 약효가 있는 식물이라 봐도 무관하다. 한국 한의학 연구원에서 발간한 ‘임상가를 위한 한약재 감별과 응용’의 당귀 편을 보면 보혈(補血)에는 중국당귀나 일당귀를 쓰고, 활혈거어(活血祛瘀)에는 토당귀(土當歸) 즉 참당귀를 써야 한다고 하였다. 당귀신(當歸身,뿌리 몸통)이 잔뿌리나 꼭지부위에 비해 기름성분이 풍부하며 특유의 방향성이 있기 때문에 보혈(補血)작용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데 중국당귀의 당귀신(當歸身)이 일당귀나 토당귀보다 월등하게 크고 달달하면서 향기로운 방향성이 있어서 보혈(補血)작용에 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토당귀는 당귀신이 적어서 보혈(補血)작용에는 썩 좋은 편이 아니며 활혈거어(活血祛瘀)작용이 월등하다고 할 수 있다.

보혈의 세기 순서는 중국당귀, 일당귀, 참당귀 순이고 활혈거어의 세기 순은 그 반대이다. 중국당귀는 국내유입이 안되므로 보혈할 목적이면 일당귀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고, 교통사고나 타박상에 쓰는 당귀수산의 활혈거어작용을 강화시키려면 토당귀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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