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귀는 방향성(芳香性)이 있으면서 끈적이는 정유성분이 많아서 관리를 잘 하지 않으면 쉽게 산패(酸敗)되어 독성을 가지게 될 수 있다. 그래서 한의원에서 약재를 보관할 때도 이런 특성을 감안해서 반드시 냉장보관하게 되어 있다. 당귀를 채집해서 이물질을 제거하고 얇게 썰어서 건조시켜 한약재로 유통하게 되는데 여기서 다른 어떤 것보다 건조시키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보통 당귀를 건조시킬 때는 연탄불을 피워 건조시키는 화건(火乾)의 방법을 많이 이용한다. 이 때 빨리 건조시킬 요량으로 정상적인 온도보다 더 고온으로 말리게 되면 수분이 거의 없는 말라비틀어진 당귀가 된다. 이 과정에서 방향성이 있는 정유성분이 고온에 휘발되어 날아가 버려서 한약재로서의 사용할 이유를 잃게 된다. 가능하면 화건보다는 시간이 더 걸리지만 온전하게 당귀의 본성을 지킬 수 있는 풍건(風乾)이나 저온냉풍건조법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초학을 전공한 윤성중 박사는 말한다.

풍건이란 우리나라 겨울이 한랭건조한 관계로 겨울에 밖에 매달아 놓아 자연스럽게 건조시키는 방법이고 저온 냉풍건조는 대량으로 건조시킬 때 풍건의 조건을 실내에 구현한 것이다. 또한 사용하기 전에 혹 산패한 것이 있는 지, 잘못 건조되어 색상이 좋지 않은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 부분을 제거한 후 사용해야 한다.

이 칼럼을 보고 수입이 금지된 중국당귀가 보혈작용이 우수하다고 하니 음지에서 야매로 구해서 한번 써 봐야겠다고 한다면 아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야매로 들어오는 중국당귀는 정유성분이 많은 관계로 유통할 때는 ‘당귀기(當歸機)’라는 기계로 눌러 마치 얇은 책처럼 펴지게 가공해서 유통시킨다. 한약재용이 아닌 식품용으로 ‘떡당귀’로 유통되는 것이 그것이다. 당연히 수입되고 유통되는 기간이 길어 산패(酸敗)가 쉽게 일어날 수 있어 잘 사용하지 않으면 본전도 못 찾는다. 일본에서 자생하는 일당귀(日當歸)는 일본 뿐 아니라 우리나라나 중국 토양에서 잘 자란다. 최근 한의사들이 보혈하는 처방에 참당귀보다 일당귀를 많이 쓰는 추세에 있다. 일당귀는 중국에서 정식 한약재로 수입된다. 참당귀는 혈(血)을 잘 돌게 하고 혈맥(血脈)에 쌓인 찌꺼기인 어혈을 잘 없애서 혈관을 잘 정화해주는 약효가 있어서 효용가치가 높다. 다만 보혈하는 한약으로 쓰는 데는 약간 미흡할 수 있다. 중치모당귀는 당귀와 유사하지만 기원식물이 다른 독활(獨活)이다.

당귀(當歸)는 성질이 따뜻하고(溫) 독은 없으며 맛은 달달하고 맵다.(甘辛) 달달한 맛은 기운을 올려주고 긴장을 완화시킨다. 매운 맛은 흩어주는 기운이 있어 혈(血)을 잘 돌리고 혈맥에 있는 어혈(瘀血)을 잘 쳐준다. 그래서 혈(血)을 보해주는 보혈(補血)과 혈을 조화롭게 하는 화혈(和血)작용이 있다. 그리고 자궁 쪽에 혈(血)이 부족해서 쥐어짜도 혈을 내보낼 수 없어 생리가 불순하거나, 혈 부족으로 혈맥에 덕지덕지 어혈이 있어서 월경통이 심할 경우 당귀를 쓰면 혈을 보태줘서 맥관을 꽉 채워주고 달라붙어있던 어혈을 눅여서 혈행을 원활하게 해서 통증을 멎게 한다. 이를 조경지통(調經止痛)이라 한다. 태아가 아기집에 머무르는 동안 아이가 잘 크려면 그 쪽을 향해 뻗어 있는 혈관이 튼튼하고 깨끗해서 혈(血)을 잘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때 당귀는 빠질 수 없는 약재다. 그런 의미로 백출(白朮)과 더불어 당귀(當歸)를 부인과(婦人科)의 성약(聖藥)이라고 부른다.

여성의 생물학적인 의의는 임신과 출산에 있고 그렇게 하려면 자궁은 아이를 키우기 위해 넉넉하게 혈(血)을 품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여성은 혈(血)을 먼저 본다고 한 것이다. 끈적끈적한 당귀의 정유부분과 점성은 뻣뻣한 조직을 부드럽게 해주고, 기름이 부족해서 뻑뻑한 곳을 매끄럽게 잘 작동해주게 한다. 특히 소장이나 대장에서 음식물을 아래로 내려 보낼 때는 근육이 꿈틀거리면서 내려 보내는 데 윤기가 부족하면 잘 내려 보내지 못하게 된다. 특히 대변을 오랫동안 못 봐서 딱딱한 경우에는 관장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대장(大腸)에 기름칠을 하는 한약을 동시에 쓰는 것이 필요하다. 이 때 당귀를 쓰면 윤조활장(潤燥滑腸)해서 도움을 줄 수 있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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