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누구나 집에 부항기는 하나씩 가지고 있다가 몸이 찌뿌듯하면 인정사정없이 사혈을 하고 부항 컵으로 혈(血)을 방출시킨다. 그러면 뭔가 어혈 같은 나쁜 피가 빠져 나간 것 같아서 통증부위가 다 나은 것 같이 시원하게 느껴지고 움직이기 한결 편해진다. 그리고 부항 컵 안의 피를 휴지로 닦아내고 끓여서 자비소독을 한 후 말려서 여러 번 사용하기도 한다. 혹은 매일 사우나나 목욕탕을 가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부항아줌마에게 부항을 받기도 한다. 이 때는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한의원에서는 일회용 부항 컵을 쓰는 데 반해서 다른 사람에게 썼던 부항 컵을 다시 소독해서 재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부항할 때 대개의 경우 부항부위에 소독을 하지 않고 사혈을 하면서 다른 질환에 감염될 수 있다. 그리고 일회용 부항 컵이라도 반드시 자외선 살균소독기 안에 저장했다가 쓸 때만 꺼내 써야 하는데 이런 장치 없이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오래 두면 아무리 새 부항 컵이라도 곰팡이나 진균류가 달라 들 수 있어 감염에 유의해야한다.

사혈(瀉血)하지 말아야 하는 사람을 구별하지 못하거나 사람에 따라 어느 정도의 사혈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큰일이 벌어질 수 있다. 무턱대고 사혈을 많이 하면 좋은 줄 알고 과도하게 사혈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실재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혈(瀉血)에 대해 교육하고 실습까지 시키는 어떤 단체에서 2007년 심장병 환자가 치료를 받다가 사망해서 발칵 뒤집어 진 일이 있었다. 이런 이력이 있는데도 ‘심천의학’이라는 이름으로 “사혈(瀉血)로 자신의 건강과 가족의 건강을 돌볼 수 있다.”는 취지를 가지고 거금을 받고 정회원 교육을 실시한다는 공지가 최근 홈페이지에 올라 있다.

의료법이나 교육법등의 실정법 위반을 차치하더라도 많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단체에서 주로 하는 것은 사혈(瀉血)이다. 사혈은 많이 하는 것이 아니다. 통증부위를 사혈(瀉血)하면 그 부분의 세포는 영양분과 산소가 없어서 마치 죽을 것 같이 헐떡거리게 된다. 그러면 뇌 쪽으로 ‘나 좀 살려달라고’ 신호를 보낼 것이다. 그러면 그쪽 혈관으로 대량의 혈액이 흘러들어가게 되고 그 결과 그 부위의 국소혈류량이 증대되고, 순환을 촉진시키게 된다. 사혈요법에 대해 많은 교과서적인 정의가 있지만 필자가 생각하고 느끼는 사혈요법의 실체다. 그런 이유로 필자는 혈기 방장한 젊은이를 제외하고는 사혈(瀉血)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특히 환갑을 넘긴 노인은 기운(氣運)도 떨어지지만 대개 혈(血)이 더 부족한 단계로 접어들기 때문에 사혈을 하면 혈 부족이 심화될 수 있어서 사혈(瀉血)을 원해도 잘 안 해 준다. 그래서 부항 뜨면 몸이 개운하고 날아갈 것 같은 데 집에서도 다 하는 부항을 안 붙여 준다는 어르신들의 투정을 매일 듣곤 한다.

혹 사혈(瀉血)을 할 때도 사혈부위의 세포가 살짝 기절할 정도로 몇 방울 사혈한다. 법인문화사에서 편찬한 ‘신역 동의보감’의 색인을 보면 당귀에 대한 언급이 약방의 감초(甘草)만큼은 아니지만 황기(黃?), 백출(白朮), 숙지황(熟地黃), 백작약(白芍藥), 천궁(川芎) 보다는 많고 인삼만큼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처방에 많이 쓰인다는 뜻이다.

당귀(當歸)는 약초의 부위별로 다른 효능이 있다는 것은 앞의 칼럼에서 말한 바가 있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당귀의 몸통을 당귀신(當歸身)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이 많을수록 보혈작용이 강하다고 했다. 기운을 올리는 처방중의 명방(名方)인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에는 당귀신(當歸身)이 들어가서 보혈작용을 강화시켜 기운을 올린다. 당귀미(當歸尾)는 몸통에서 나온 잔뿌리나 잔털을 말하는데 혈(血)을 순환하고 어혈을 깨부수는 힘이 강하다. 일반적으로 둘 다를 써서 활혈거어(活血祛瘀)와 보혈을 하는 작용 모두를 취한다. 볶아서 쓰면 보혈하는 힘이 증가되어 월경을 잘 조절하는 힘이 생기고, 술을 축여서 구우면 어혈을 흩어버리는 힘이 강해져서 월경통(月經痛)타박상(打撲傷)에 사용하고, 복룡간(伏龍肝,부뚜막 흙)과 함께 볶아서 쓰면 혈허로 인한 변당(便?, 설사는 아니지만 무른 변)을 치료하고, 까맣게 태워서 쓰면 지혈한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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