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원작(sources)

대형 스크린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야기의 원천은 크게 2가지로 구별된다.

첫번째는 특정 영화를 염두에 두고 창작된 오리지널 시나리오(Best Writing, Screenplay Written Directly for the Screen).

두번째는 소설 등으로 이미 알려진 원작을 영화를 위해 각색(Best Writing, Screenplay Based on Material Previously Produced or Published)하는 경우다.

오리지널 보다도 익히 알려진 소설, 연극 등을 시나리오로 손질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것은 낯선 스토리에 대한 관객들의 거부감을 상쇄하는 동시에 기본 이상의 흥행 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다른 예술 매체를 통해 공개됐던 소재를 애호하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1950년대 TV와 경쟁을 선언했던 영화계는 레흐 톨스토이(Leo Tolstoy)의 원작을 각색해 3시간 28분(3h 28min)짜리 전쟁 로맨스 드라마(Drama, Romance, War) <전쟁과 평화 War and Peace>(1956)를 공개해 대작 블록버스터 시대를 선도한다.

스테디셀러를 1.85 : 1의 대형 화면, 테크니칼라(Technicolor), 스테레오 사운드(Perspecta Stereo/ Perspecta Stereophonic Sound)로 포장 시켜 공개한 영화는 문전성시를 이루게 된다.

대하 소설은 장편 영화를 활성화 시키는 원천이 되는 동시에 상류층 관객들을 끌어 들여 관객 분포도를 확장 시키는 효과를 얻게 된다.

소설의 영화 각색 작업이 증가되면서 문단에서의 볼멘 소리도 쌓여간다.

영화는 영상 메시지가 장점, 문학은 시간을 들여 탐독해서 소화 시키는 특성을 갖고 있다.

감독들이나 각색자들이 장대한 소설을 임의적으로 축약 시키기 때문에 원작이 갖고 있는 문학성을 심각하게 훼손 시킨다는 것이다.

영화 비평가들의 경우도 ‘원작 소설의 세세한 과정을 과감하게 축소 시켜 영화적 해석을 가하는 무신경이 지속되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토마스 만(Thomas Mann, 1875년 6월 6일-1955년 8월 12일, 향년 80세)은 20세기 독일이 배출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probably Germany's most influential author of the 20th century).

노벨상 수상작 <마의 산 The Magic Mountain>을 비롯해 베니스에서의 죽음 Death in Venice> <트리스탄 Trisztán> <바이마르의 롯데 Lotte in Weimar> <로스 리브로스 Los libros> 등은 수차례 영화로 각색된 바 있다.

토마스 만의 원작은 반 파시스트(anti-fascist), 핍박 받은 유대인들의 수난사 등이 장대하게 기술돼 일선 감독들이 내용을 대폭 축소 시키거나 임의적 해설을 가미 시켰다는 원성을 듣고 있다.

반면 이마에 번개 모양의 흉터를 갖고 있는 11세 고아 소년 해리포터가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입학하면서 펼쳐 놓은 기기묘묘한 스토리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2001)로 장대한 서막을 알린다.

이후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2002)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Harry Potter and the Prisoner of Azkaban>(2004)

<해리포터와 불의 잔 Harry Potter and the Goblet of Fire>(2005) <해리포터와 불의 잔: 더빙판 Harry Potter and the Goblet of Fire>(2005)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the Phoenix>(2007)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2009)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1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 Part 1>(2010)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 2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 Part 2>(2011) 등이 연속 공개되는 성원을 받아낸다.

소설 ‘해리포터’는 영화, 게임, 완구 제품, 사운드트랙 등 수많은 부차 상품 개발을 촉진 시켜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하게 된다.

1920년대 히트된 연극, 뮤지컬, 오페라 등은 곧바로 영화 소재로 각색됐는데 근래 들어서는 TV 드라마, 비디오 게임, 만화책 등이 이야기 원천으로 각광 받고 있다.

일간지에 연재된 고정 만화는 다음 회를 기대하는 긴장감 있는 내용으로 마무리 됐는데 이런 갈증 구도는 영화계에서 시리즈가 탄생되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게 된다.

코믹 만화 중 <슈퍼맨> <배트맨> 등의 경우는 <스타 워즈> 이후 본격화된 특수 효과 테크닉과 결합되면서 공상 과학 영화의 특성을 무한대로 펼쳐 놓게 된다.

벨기에 원산인 ‘틴 틴 tin tin’, 프랑스의 ‘아스테릭스 asterix the gaul’ 등도 유럽 뿐 아니라 미주 시장에서 각색돼 지구촌 관객들의 높은 호응을 얻어낸다.

라라 크로포트가 인류 및 우주 정복을 획책하고 있는 ‘일루미나티’의 음모 저지 작전에 나선다는 <툼 레이더 Tomb Raider>(2001)는 히트 비디오 게임을 극화 시켜 안젤리나 졸리를 성적 매력을 갖고 있는 지구 여전사로 부각 시킨다.

<다이 하드> 혹은 <터미네이터> <스타 트렉>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 맨> <엑스맨> <오베라는 남자 A man called Ove>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Perfume : The Story of a Murderer>, 제인 오스틴의 명작을 좀비 버전으로 각색한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Pride and Prejudice and Zombies> 등 시리즈, 시대 감각에 맞는 명작의 재해석, 속편 등이 꾸준히 공개되고 있다.

이같은 제작 흐름은 멀티플렉스 개봉 시스템으로 인해 흥행 첫 주에 승부를 낼려는 판촉 전략이 점점 강화되고 있어 전편의 인기를 등에 업으려는 흥행 안전 주의가 낳은 제작 추세로 해석되고 있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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