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염증” 이라는 현상에 대한 것이다. 대부분 “염증” 이라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한다.

30분 이상 걸으면 무릎 안쪽이 붓고 아파서 걷기가 힘들다고 오신 60대 여자 환자분께 “진찰과 엑스레이 소견을 종합할 때 퇴행성 골관절염이 있습니다.” 라고 말씀 드리니 화들짝 놀라신다. “내 무릎에 염증이 심한가요? 염증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마도 환자분께서는 “염증” 이 나쁜 것이며 없어져야 할 것 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외면을 당하고 있는 “염증” 이라는 것은 사실 우리 몸을 보호하는 중요한 반응이다. 가령 우리 몸에 병원성 세균이 침범을 하게 되면, 우리 몸의 염증세포들이 세균이 있는 곳으로 모여서 세균을 물리치게 된다. 만약 세균이 침범해도 염증세포가 모이지 않으면 세균이 더욱 증식해서 더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병원성 세균이 침범하지 않더라도 무릎 관절의 연골이 손상되거나 심하게 닳으면 관절 내부에 염증이 발생한다. 우리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을 때는 당연히 염증이 발생하지 않는다.

염증세포를 우리 몸속의 보안관 정도로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우리 몸에 이상이 없을 때는 염증세포가 단순히 순찰을 도는 것으로 끝나지만, 이상이 발견되면 그 곳으로 염증세포가 모여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러한 염증의 증상 중에 두드러진 것이 “통증” 이다. 보통 “통증” 이라고 하면, 불필요하고 꺼려지는 아픔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염증에 수반되는 통증은 몸의 주인으로 하여금 이상이 생긴 것을 해결하라고 관심을 촉구하는 연락의 기능을 가진 중요한 기전이다. 마치 자동차 같은 기계에 문제가 생기면 “소리” 의 형태로 드러나 주인이 문제를 파악하고 수리하는 것과 비슷하다. 또한, 통증이 있으면 그 부분을 잘 쓰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당연히 이상이 생긴 곳은 저절로 안정을 취하게 된다. 즉, 더 이상의 악화를 막으려는 치료적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염증” 에 대한 또 하나의 오해는 “감염” 이다. 염증은 크게 “기계적 염증” 과 “감염성 염증” 이 있다. 우리말에 “긁어 부스럼” 이라는 표현이 있듯이 반복적인 자극과 마찰이 발생할 때 기계적 염증이 유발된다. 기계적 염증은 원인이 되는 반복적인 자극을 줄이면 좋아진다. 골관절염, 힘줄염 같이 많은 수의 정형외과 질병은 기계적인 염증에 가까운 문제로 과도하게 많은 사용과 관련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쉬면 좀 나아질 것입니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반면, 감염성 염증은 외부로부터 세균 같은 것이 침투하여 발생한다. 이 경우 침입자들을 물리치기 위하여 항생제 같은 약물치료를 해야 하며, 고름이 고여있을 때는 수술적 치료를 하기도 한다. 연부조직염(봉와직염), 골수염, 농양 같은 질병이 대표적인 감염성 염증질환 이다.

이렇듯 치료 방법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위의 두 가지 범주에 대해서 단순히 “염증” 이라고 뭉뚱그려 말하면 안 될 것이다. 무릎이 붓고 아픈 환자에게 “염증” 은 당연히 있다. 무릎이 아픈 이유에 대해서 단순히 “염증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라고 말 한다고 해도 전혀 틀린 말 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염증이 무엇에서 기인한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심한 진찰과 병력, 엑스레이, 피검사 등을 통하여 감염성 염증과 기계적인 염증을 구별해야 한다. 무릎이 붓고 아픈 이유가 세균성관절염(혹은 화농성 관절염) 때문이라면 항생제 치료를 비롯한 관절경 수술도 고려해야 할 것이고, 퇴행성 골관절염 때문이라면 우선 걷는 활동을 줄이고, 진통소염제 등의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행해야 한다.

“염증” 을 공연히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우리 몸의 건강을 지키려는 보안관의 신호라고 생각하자. 전문적인 진료를 통해 염증이 왜 발생했는지를 찾아서 그 원인에 맞게 적절한 치료를 한다면,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우리의 건강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달려라병원 김동은 원장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