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芍藥)은 효능상 크게 적(赤)작약, 백(白)작약으로 나뉘며 산출지에 따라 가(家)작약, 강(江)작약, 산(山)작약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이들 각각마다 약효가 차이가 있다. 작약(芍藥)은 가장 많이 쓰이는 한약재 중의 하나이지만 매우 혼란스러운 한약재 중에 하나다.

적(赤)작약은 껍질을 그대로 간직해서 한약재표면이 붉은 색이라서 붙여진 것이고, 백(白)작약은 적작약의 껍질을 벗겨서 삶고 쪄서 표면이 흰색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家)작약은 농가에서 재배하는 작약이고, 강(江)작약은 강원도에서 산출되는 작약이고, 산(山)작약은 산에서 자생하는 작약이다.

한의사보수교육에서 동의대 김인락 교수는 다음과 같이 기원식물과 품종을 정의하였고 아마 이것이 현재 전국의 본초학교실의 입장인 것 같다. 적(赤)작약의 기원식물인 Paeonia lactiflora PALL.와 Paeonia albiflora PALL.의 뿌리를 그대로 쓰면 적(赤)작약이고 뿌리의 껍질을 벗겨서 하얗게 유통시키면 백(白)작약이다. 이 품종은 가장 많이 유통되므로 농가에서 많이 재배한다고 해서 가(家)작약이라고 부른다. 강(江)작약은 Paeonia japonica란 품종으로 산(山)작약으로도 불린다. 속은 희고 비어 있으며 꽃이 희다. 강(江)작약은 오로지 백작약으로만 유통된다. 산(山)작약은 Paeonia obovata MAX.이란 품종으로 꽃이 붉다. 야생에서 자라며 멸종위기종이다. 유래를 찾아보면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는 적작약과 백작약의 구분이 없이 작약(芍藥)으로 썼다가 도홍경(陶弘景)이 신농본초경에 주(註)를 가해 집필한 본초경집주(本草經集註)에서 백작약(白芍藥)을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둘을 구분했다.

북송(北宋)때 본초도경(本草圖經)에는 “껍질을 벗기고 찌고, 삶은 후 말린 것”을 백작약으로 쓴다고 처음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민족의학 신문에서 밝히고 있다. 적(赤)작약은 청열양혈약(淸熱凉血藥)으로 쓰인다. 열(熱)이 솟구쳐서 혈(血)이 맥관 밖으로 터져 나오면 각종 출혈을 일으키는데 이 때 성질이 차고 쓴 적작약이 혈(血)의 열(熱)을 꺼트려 식힌다. 그래서 적작약은 열 때문에 졸여져서 생긴 어혈(瘀血)덩어리를 열을 식히고 덩어리를 깨트려서 없애주는 효능이 있으며 혈열로 인해서 발생된 각종 출혈(出血)에 많이 쓴다. 백(白)작약은 성질이 찬 청열양혈약인 적작약으로부터 나온 것이라 껍질만 벗긴다고 따뜻하게 되지 않아 적작약의 껍질을 벗기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찌고 삶아서 적작약의 찬 기운의 흔적을 지우고 보혈(補血)하는 목적의 따뜻한 성질을 갖게 된다. 제일 좋은 백작약은 처음부터 백(白)작약의 용도로만 사용된 강(江)작약과 산삼(山蔘)의 효능을 지녔다는 산(山)작약이다.

경북 의성지역이 육쪽 마늘로 유명하다는 것은 우리가 흔히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의성의 사곡면 일대는 작약으로 더 유명하다. 서강대 김동률 교수가 이 지역을 오지기행하고 쓴 글을 보면 “작약은 산삼처럼 오랜 세월 동안 피기와 지기를 거듭한다. 보통 13~15년을 살다 스스로 말라 죽는 묘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라고 기술해 놓고 있다. 필자도 작약이 주로 3-4년생을 채취해서 한약재로 사용되는 것 정도를 알고 있어서 여러해살이 풀이라고는 짐작했었지 이렇게 오래 사는 풀인지는 처음 알게 되었다. 모란과 작약은 서로 비슷해서 한 때 모란을 목작약이라고 부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모란 즉 목단(牧丹)은 나무고 작약은 풀이다. 간혹 단면이 너무 새 하얀 백작약을 보면 표백제를 사용해서 일부러 새하얗게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작약을 쓸 때는 주의해야할 것이 있다. 가능하면 감초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작약에 들어있는 Paeoniflorin과 안식향산 때문에 작약의 간독성을 우려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백은경한의사가 민족의학신문에 기고한 ‘한약 독성학 이야기’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안전한 한약으로 보면 될 듯하다. 그래도 의심이 들면 감초와 함께 쓰면 된다. 감초는 해독작용이 있어 작약이 간독성을 유발한다 하더라도 그 독성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작약이 들어가는 처방에 대체로 감초를 함께 쓴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을 거라고 추측이 된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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