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肝)은 약 삼천억 개가 넘는 간세포로 이루어진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로 성인 기준으로 무게가 1.2~1.5kg 정도 나간다. 소장에서 흡수된 영양분이 간문맥을 통해 들어오면 이 영양분을 원료로 해서 세포가 필요로 하는 물질로 탈바꿈시키고 혹시 있을지 모를 독소를 해독하는 역할을 한다.

이 외에 간이 하는 일은 너무 많아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그렇게 많은 일을 하면서 힘들거나 아픈 티를 내지 않아 침묵의 장기로도 부른다. 얼마나 중요했으면 ‘내 몸이 천 냥이면 간이 구백 냥’이란 속담이 나왔을까.

여러 번 말한 바가 있지만 인체의 주인은 심장(心臟)이다. 심장이 작동을 멈추면 귀천이나 남녀노소 구분 없이 공평하게 먼 길을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심장을 호위하는 무사가 간장(肝臟)이다. 간장을 떠올려 보면 왕인 심장을 호위하는 경호실장인 내금위장(內禁衛將)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된다. 심장인 궁으로 가는 모든 사람과 물자를 일일이 검사해서 위해를 가할 염려가 있는 것들을 사전에 차단하는 수문장의 역할을 하므로 ‘간자 장군지관 모려출언(肝者 將軍之官 謀慮出焉)’이라고 한 것이다.

간장은 심장의 호위장군으로 지혜롭고 사려 깊어서 왕 가까이 가는 모든 것을 차단만 할 것이 아니라 잘 소통하도록 경호를 융통성 있게 그때그때 잘 해야 한다는 뜻이다. 간주근(肝主筋)이란 한의학적 개념이 있다. 간(肝)은 왕의 호위무사일 뿐 아니라 왕의 명령에 의해서 군대를 움직이는데 이 군대는 간(肝)의 명령을 받는다. 간이 이끄는 군대가 근(筋)이다. 근육, 힘줄을 말한다. 왕이 판단해서 어디를 가서 누구를 만나 무슨 일을 하려면 몸이 움직여야 한다. 이 때 간의 군대인 근육이 움직인다.

뇌에서 생각하는 기능을 제외하면 우리가 하는 모든 것들은 근육이 모두 하는 것이다. 사지를 움직여서 각종 운동을 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숨 쉬는 것, 소화하는 것, 눈을 돌려 사방을 보는 것 등등 모든 것이 근육을 사용해서 하는 것들이다. 밥을 먹으면 제일 먼저 포도당이 글리코겐으로 저장되는 곳이 간과 근육이다. 뇌는 자신이 사용할 포도당을 일시적으로 간에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한다. 식사 후 넘치는 포도당을 마음껏 섭취한 후 일정시간 후에 혈당이 떨어지면 포도당 현급지급기(ATM)인 간의 글리코겐을 분해해서 곧바로 사용한다.

모든 근육이 움직일 때 또한 포도당이 필요하고 혈중의 포도당이 동나면 역시 근육 내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사용한다. 근육에 글리코겐을 저장하는 기능이 떨어지면 쉬 근육에 뭉쳐져서 잘 굳을 수 있다. 당뇨환자는 그런 이유로 근육이 잘 뭉쳐지고 저릿저릿해진다. 딱딱하게 뭉쳐진 근육을 풀어줄 한약을 꼽으라면 갈근(葛根), 작약(芍藥), 모과(木瓜)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갈근(葛根)은 발산풍열약으로 비위경(脾胃經)으로 가고 맛은 맵고 성질은 차다. 갈근은 감기에 걸려서 열이 심하게 나서, 근육 속의 육즙인 진액이 졸여져서 근육이 딱딱하게 되었을 때 맵고 찬 기운으로 풍열(風熱)을 헤집어서 날려줌으로서 근육 속으로 기혈의 순환이 잘 되도록 도와줘서 근육통을 없애주는 한약이다. 반면 모과(木瓜)는 서근활락약에 속하며 간비경(肝脾經)으로 들어가고, 성질이 따뜻하고 시큰거리는 산미(酸味)를 가지고 있다.

작약(芍藥)은 보혈약으로 역시 간비경(肝脾經)으로 들어가고 성질이 약간 차고(微寒) 쓰고 새콤한 고산미(苦酸味)를 가지고 있다. 모과와 작약은 둘 다 간비(肝脾)로 들어가고 산미(酸味)가 있는 것은 유사하나 모과는 성질이 따뜻하면서 방향성이 있는 반면 작약은 약간 차다. 모과는 구토하고 설사해서 진액이 동 나서 근육이 말라 비틀어졌을 때 사용한다. 모과의 따뜻하고 시큰한 맛과 방향성은 간(肝) 보다는 비위(脾胃)쪽으로 더 작용해서 근육을 부드럽게 해 줄 뿐 아니라 소화불량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반면 작약(芍藥)은 성질이 차다. 해독이나 새로운 형태의 물질이 되기 위해서 간장으로 많은 혈액이 유입되는데 이를 간장혈(肝藏血)이라고 한다. 피는 뜨거워서 잘 끓어오른다. 간은 항상 열 때문에 고생한다. 그래서 민간에서는 그 찬 성질의 인진쑥을 장복시킨다. 하지만 인진쑥은 부작용이 많다. 이 때 백작약이 나설 차례다.

하늘꽃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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