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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따기의 영화보기] 스토리·배우들의 움직임을 집중 시킨 흑백 화면

33. 모노크롬(Monochrome)

단색톤(Monochrome)은 페인팅(paintings), 드로잉(drawings), 디자인(design) 혹은 사진(photographs)에서 한가지 색상만을 사용하는 것을 지칭한다.

영화 초창기부터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검정색을 기조로 해서 흰색과 회색을 적절하게 배합 시킨 색상을 선호해 왔다.

1930-40년대 메이저들은 모노크롬 특성을 적절하게 활용해 영화사만의 각자 톤을 개발해 낸다.

우선 MGM은 의도적 노출 과다로 단색의 특성을 강조 시킨다.

20세기 폭스는 카메라 렌즈 심도를 좁게 해서 깔끔한 영상을 얻어낸다.

유니버셜은 독일 표현주의 기법을 차용해 명암을 대비 시킨 독특한 느와르 장르를 선보인다.

워너 브라더스는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듯 일체의 가공을 시도하지 않은 갱스터 물을 공개해 호평을 얻어낸다.

1967년 아카데미 어워드에서 칼라 촬영상(Best Cinematography, Color)은 <사계절의 사나이 A Man for All Seasons>, 흑백 촬영상(Best Cinematography, Black-and-White)은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 하랴? Who's Afraid of Virginia Woolf?: Haskell Wexler>가 각각 수상의 영예를 차지한다.

1968년 칼라로 통합된 뒤 아카데미 촬영상 첫 번째 수상작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Bonnie and Clyde>.

촬영 감독 버넷 구프리(Burnett Guffey)는 라스트 장면에서 수백발의 총격을 받고 절명하는 커플 갱단의 비참한 말로를 실감 나게 보여주어 충격적 영상으로 기록된다.

휘황찬란한 칼라는 관객들의 시선을 분산 시키지만 흑백 영상은 화면에서 전개되는 상황을 집중 시키는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특성 때문에 * 정치,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 인물의 심리적 변화를 집약 시킬 수 있으며 * 대화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고 * 미장센 등 주변 풍경으로 시각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특징 등으로 아트 하우스 등에서 단골 상영되는 예술 지상 영화는 흑백 모노 톤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클 파웰과 에메릭 프레스버거 공동 감독의 <천국으로 가는 계단 / 삶과 죽음의 문제 Stairway To Heaven / A Matter Of Life And Death>(1946).

영국 폭격기 조종사 피터(데이비드 니븐)는 추락하는 비행기 속에서 죽음을 맞을 위기에 처하고, 지상에 있는 미국인 여성 무선사 준(킴 헌터)과 마지막 대화를 나누게 된다.

피터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사랑의 감정을 느껴 비행기에서 맨몸으로 뛰어 내리지만 뇌 손상 외에는 별다른 부상을 입지 않는다.

천국의 실수로 살아난 피터 때문에 천국에는 비상이 걸린다. 천국에서 파견된 죽음의 사자(마리어스 고링)는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급파되면서 피터를 둘러싼 여러 해프닝이 벌어진다.

이 영화에서는 천국의 장면만 흑백 영상으로 처리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1980년대 들어 TV, 비디오, dvd 등 다변화 되는 플랫폼은 흑백 영화의 칼라화를 요구하게 된다.

제작사는 새로운 관객들의 호감도를 높이기 위해 흑백 명작 <카사블랑카>를 컴퓨터 그래픽 처리를 거쳐 칼라 영상 작업을 시도한다.

게리 로스 감독의 코미디 <플레전트 빌 Pleasantville>(1998).

극중 데이비드가 동경하는 세상을 담고 있는 TV 시트콤 <플레전트 빌>.

겸손한 말투와 상대방을 칭찬하는 평화로운 흑백 도시는 화려한 칼라 옷을 입고 등장한 제니퍼로 인해 온화했던 흑백 세상의 질서는 일순간 파괴되고 사랑, 미움, 분노의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필름이 아닌 파일인 디지털 촬영을 통해 제작된 <프레전트 빌>에서 흑백은 평화와 안전, 질서를 칼라는 질투, 파괴, 갈등을 상징하는 색상으로 해석돼 ‘하이브리드 영화’ 시대가 도래했음을 선언한다.

반면 핀란드 출신 아키 카우리스마키(Aki Kaurismaki)는 독특한 헤어스타일의 주인공을 등장 시킨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모세를 만나다 Leningrad Cowboys Meet Moses>(1994) <나는 살인 청부업자를 고용했다 I Hired A Contract Killer / Vertrag Mit Meinem Killer>(1990) 1989년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 (Leningrad Cowboys Go America>(1989) 등으로 선풍적 인기를 얻은 작가.

1999년에는 농부 아내가 납치 당해 매춘굴에서 고충을 겪는다는 이색 스토리를 로맨틱 코미디로 극화 시킨 <유하 Juha>를 흑백 영상으로 발표해 눈길을 끌어낸다.

이에 질세라 짐 자무시 감독은 커피와 담배에 중독된 수많은 군상들 모습을 담은 <커피와 담배 Coffee and Cigarettes>(2003)를 흑백 화면으로 공개해, 기호품을 통해 바라본 세상 풍속도를 제시한다.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1차 대전 직전 북부 독일 작은 소읍에서 벌어진 기이한 종교적 체벌 실상을 다룬 <하얀 리본 The White Ribbon / Das weiße Band>(2009)을 공개한다.

감독은 비이성적인 종교 집회와 집단 규범에 의해 개인이 희생 당하는 과정을 칼라로 촬영한 뒤 디지털 탈색 과정을 거쳐 흑백 화면으로 영상을 재구성한다.

독특한 방식으로 재현된 흑백 화면은 현대 관객들에게 1910년대 완고한 독일 소읍 풍경을 간접 체험하게 만드는 효과를 거두었다는 칭송을 듣는다.

21세기는 형형색색의 칼라 영상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실정.

이 가운데 흑백 영상을 통해 복합적인 영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감독들의 꾸준한 움직임도 병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경기(영화칼럼니스트) www.daily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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