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29)가 늑장 플레이로 일본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일본의 닛칸 겐다이는 최근 인터넷판에 신지애의 늑장 플레이를 비난하는 기사를 올렸다. 언론이 특정 선수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기사를 올린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닛칸 겐다이는 지난 8월 27일 신지애의 우승으로 끝난 JLPGA투어 니토리 레이디스 골프토너먼트 대회 마지막 라운드 6번 홀에서 신지애가 슬로 플레이로 경고를 받은 상황을 소개하며 ‘신지애는 슬로 플레이의 확신범’이라고 표현하고 그와 같은 조에서 플레이하거나 바로 뒷 조에서 플레이하는 것을 싫어하는 동료가 한두 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JLPGA는 지난 시즌부터 경기 시간 측정 방식을 1홀, 1스트로크 당 얼마나 되는지 체크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1타 시간이 50초를 넘기면 첫 번째 경고를 주고, 두 번째부터는 1벌타, 세 번째는 2벌타, 네 번째는 실격된다.

이 신문은 신지애가 플레이시간 측정방법 변경 전에도 여러 차례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며 "그는 느린 플레이에 대한 죄의식이 전혀 없다. 동반자에게 폐를 끼쳐도 상관없다는 생각이라면 슬로 플레이로 경기에서 실격되기 전에 골퍼로서 실격이다"라고 비난했다.

불행히도 신지애는 과거에도 늑장 플레이로 비판을 받은 전과가 있다. KLPGA투어, LPGA투어에서의 성공을 거쳐 JLPGA투어에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로선 이런 비난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불명예다.

지난해 6월 열린 리치레이 레이디스 오픈 때 언론이 그의 늑장 플레이를 비난하자 신지애는 “선수마다 리듬이 있다. 경기에 집중하다보면 늦어지는 걸 인식하지 못할 때도 있다. 보고 느낀 대로 플레이할 수 있는 감각을 끌어 올리겠다”고 우회적으로 개선의 뜻을 비쳤지만 언론은 그가 달라진 게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골프가 ‘신사의 스포츠’ ‘배려의 스포츠’로 불리는 것은 왜일까.

골프의 발상지가 스코틀랜드이고 기본적인 경기규칙도 영국인에 의해 만들어진 탓에 골프 규칙에는 영국인의 사고가 반영되어 있다. 많은 제약을 두기보다는 서로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예의를 지키는 것에 무게를 두었다.

모두 41조로 된 골프규칙(The Rules of Golf)의 제1장 제1절에 에티켓조항이 있다는 것은 골프정신을 대변한다.

‘플레이어가 스트로크를 할 때에는 그 주변에서 떠들거나 움직여서는 안 된다’

‘앞에 있는 조가 완전히 멀어질 때까지 플레이를 해서는 안 된다’

‘항상 경기에 늦장을 부려서는 안 된다’

‘같은 조가 홀 아웃을 끝내면 곧 그 홀을 떠나야 한다’

‘경기가 빠른 조는 패스시켜야 한다’

‘디봇 자국은 잘 메우고 벙커 내의 발자국을 고르게 하라’는 등 대부분이 에티켓과 관련된 것이다.

이처럼 기본 룰이 예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도 별도로 ‘코스에서의 예의(Courtesy of the Course)’라는 장을 두어 다시 한 번 골프예의를 강조한 것을 보면 골프라는 경기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골프 규칙의 밑바탕에는 공정성(fairness)이란 철학이 깔려 있다. 공정하다는 것은 서로가 평등한 입장이어야 하며, 누구에게 불리한 여건을 일방으로 지울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플레이어에 대한 배려’가 최우선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다른 플레이어에게 피해를 안 주면 자신도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골프의 기본정신인 페어플레이에는 곧 철저하게 남을 배려함으로써 내가 피해를 입지 않는다는 상호신뢰가 바탕에 깔려있는 것이다.

지연 플레이 요소 추방문제는 팬들의 인기로 존재하는 프로 스포츠의 최우선 과제다. 거의 모든 구기종목에서 스피디한 경기 진행을 위해 보다 강화된 ‘촉진 룰’이 도입되고 있다.

심판관이 없이 한 코스에서 100여명 안팎의 선수가 경기해야 하는 골프의 경우 선수 각자가 적절한 경기속도를 유지해주지 않으면 전체 경기의 흐름을 방해하고 선수들도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다. 적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것은 다른 선수에 대한 배려이고 예의이자 팬들에 대한 서비스이기도 하다.

지연 플레이에 대한 벌타 부과는 세계적인 추세다. 유럽의 경우 한 번 샷 하는데 30초를 초과할 수 없는 30초 룰’을 시험 적용하고 있다.

세계 여자골프를 지배하는 한국선수들이 늑장 플레이의 오명을 듣는 일은 없어야겠다.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골프한국 프로골프단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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