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 '불공정' 60%, 盧 대선자금 '병행수사' 59%

[대선자금 해법] 팽팽한 기싸움, 특검 vs 검찰수사 평행선
검찰수사 '불공정' 60%, 盧 대선자금 '병행수사' 59%

SK 비자금 사건에서 촉발된 대선자금 문제는 이제 참여정부가 풀어야 할 가장 큰 현안으로 부상했다.

12ㆍ19 대선에서 맞붙었던 이회창, 노무현 후보 캠프는 물론이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열린우리당, 자민련 등 정치권 모두가 대선자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일반 국민들의 인식이다. 그래서 검찰의 수사 칼날을 마주한 여야는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한 해법으로 살 길을 찾아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전 총재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대국민 사과를 하고 특검제 도입을 제안하는 등 최돈웅 의원의 100억원 수수 파문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태이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막가파’식 이전투구로 선명성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급기야는 노무현 대통령까지 나서 검찰수사를 통해 대선자금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밝혀 대선자금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속으로 빠져 들었다. 과연 대선자금 수사를 계속 대검중수부(검사장 안대희 부장)에게 맡겨도 문제가 없을 것인지, 직접 당사자인 여야 의원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는지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봤다.

대검 중수부의 SK 비자금 수사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 열린우리당, 자민련 등 4당 의원들은 뚜렷한 시각 차를 드러냈다. 그 스펙트럼은 불공정하다고 가장 큰 불만을 드러낸 한나라당으로부터 민주 자민련 열린우리당(공정하다)으로 형성됐다.


공정성여부 각당 뚜렷한 시각차

10월 29~31일 여야 국회의원 267명을 대상(응답자 총181명ㆍ68% 응답률, 한나라당 104명, 민주당 38명, 열린우리당 31명, 자민련 7명, 개혁당 1명)으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 한나라당은 응답자 82%(85명)가 검찰수사가 불공정하다고 답변했으며 공정하다는 응답자는 1%(10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검찰수사가 지난 정권에 비해서는 공정하지만 아직도 부분적으로 ‘불공정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나라당 한 중진의원은 “검찰 수사가 한나라당의 대선자금에 집중되고, 수사당국이 한나라당이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내용들을 언론에 흘리는 것을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라며 “청와대와 사전 교감속에 이뤄지는 것 같은 일련의 수사가 개선되지 않으면 수사 결과에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자금 수사에서 한발 비껴 나 있는 민주당은 ‘공정’과 ‘불공정’으로 양분되는 양상을 보였고, 열린우리당은 응답자 모두가 검찰수사는 ‘공정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검찰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원들의 확신도 흔들렸다. ‘검찰수사가 공정하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열린우리당 의원마저도 31명 중 12명(37%)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문제가 있을 것이다’고 답했다. 지난 대선에서 경선을 통해 노무현 후보를 대선 후보로 선출한 민주당도 ‘공정’ 응답자 17명 중 15명이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조순형 민주당 상임고문은 주간한국과의 회견에서 “대통령 스스로도 자신의 대선자금에 대해 ‘떳떳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한 매?단서가 있다면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도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노 대통령 당선에 앞장선 뒤 개혁성향의 의원 23명을 대표해 당 해체와 신당 창당을 요구하는 등 개혁진영에 섰다가 민주당 분당 과정에서 대통령과 결별한 강골형 의원이다.

조 고문의 이 같은 주장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의원들로부터 공감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 민주당은 의혹이 있을 경우 수사(10명), 의혹과 무관하게 한나라당 자금과 병행 수사(7명) 등 수사쪽에 무게를 두었고, 열린우리당도 ‘의혹이 있을 경우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견해(16명)가 많았다.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 주장에 대해 ‘정치공세’라는 의견은 14명이었다.

검찰수사가 ‘불공정’하다는 의원들은 대체로 그 이유를 노 대통령 대선자금과 병행 수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은 절대 다수가, 한나라당은 35명의 의원이 여기에 속했다.


한나라당, 대 검찰투쟁 강화 메시지

특이한 것은 한나라당 의원들 성향의 변화이다. 노 대통령 자금과 병행수사를 하지 않은 것을 검찰수사 ‘불공정’의 근거로 삼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10월30일 이재현 당 재정국장이 구속되고, 이회창 전 총재의 기자회견 이후부터 검찰수사 자체의 불공정성과 ‘기획설’에 동조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종래 (전면)‘특검’을 주장해온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지만 앞으로 대여, 대검찰 투쟁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의 H의원은 “검찰 수사가 공정하다고 믿고 싶지만 최근 최돈웅 의원과 재정국장에 대한 수사 과정을 보면 수사의 편파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선 자금 수사는 양당을 공히 같이 해 형평성을 맞추고, 수사과정에서도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검찰수사가 불공정하다고 느낀 한나라당의 대다수 의원(71/85명, 84%)은 ‘검찰수사를 중단하고 특검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특검보다 ‘노 대통령 대선자금과 병행 수사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쏠려(16/21명, 76%),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모두 이번 대선자금 수사로 ‘치명타를 입었으면’ 하는 분위기가 엿보였다. 민주당 의원 가운데는 국정조사와 특검을 병행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검찰수사의 공정성을 놓고 분명히 다른 시각을 내보인 각 당은 결론적으로 ‘대선자금 문제의 해법’에 대해서도 엇갈렸다. 특검제 법안을 제출한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을 포함한 ‘전면 특검’ 69/104명, 66%)을, 민주당은 ‘검찰수사후 특검’(31/38명, 82%)을, 열린우리당은 ‘검찰에 일임’(23/31명, 74%)을 선호했다.

이러한 답변은 각 당의 대선자금 정국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한나라당은 10월31일 3개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계기로 최돈웅 의원이 받은 대선자금은 ‘검찰’에 맡기고 다른 대선자금에 관해서는 ‘특검’에 맡기는 ‘분리 대응’ 방침을 정했다. 한나라당 일부에서 나온 ‘검찰수사후 특검’ 응답이나 ‘여야 고해성사후 최소한의 수준에서 사법처리’답변은 개혁성향의 의원들 사이에서 나온 것으로 짐작된다.

최근 열린우리당 김근태 원내대표가 제시해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만델라식 해법’과 궤를 같이 하는 ‘고해성사후 최소한의 사법처리’란 해법에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쪽에서 일부 동조했고, 자민련은 대다수가 ‘검찰수사후 특검’쪽을 택했다. 그 의도는 철저한 수사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타격을 받기를 바라는 민주당과 비슷한 것으로 여겨진다.


상이한 해법 제시, 정국파란 예고

대선자금 정국은 한나라당이 특검법안을 제출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통한 대선자금 전모 공개라는 서로 상이한 해법을 내놓음으로써 ‘파란’ 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제출한 특검법안은 특검 대상으로 ▦SK그룹 대선자금 제공 ▦열린우리당 정대철 이상수 의원의 대선자금 불법모금 의혹 ▦노무현 대통령 측근 최도술 이광재 양길승씨의 ‘권력형 비리’ 의혹 등을 제시했다. 한마디로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겨냥한 것이다.

노 대통령이 제안한 ‘검찰을 통한 전면 수사’는 12ㆍ19 대선 얼마 전까지 사실상 ‘야당 대통령’으로 불린 이회창 후보 진영과 한나라당에 대한 전면전 선언이나 다름없다.

“대선후보가 결정된 이후 정당 및 선거자금을 밝히면 대선관련 정치 자금 전모가 드러나게 돼있다” “(선거자금을)누가 절제했는지, 마구 끌어와 썼는지 국민이 구별할 수 있을 것” 등의 발언은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측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한나라당과 검찰간에 한판 승부가 불가피해 보인다.

중간지대가 있다면 김근태 원내 대표가 제시한 ‘만델라식 해법’ 정도다. 그는 자신의 해법을 이렇게 설명했다. “검찰수사 후에도 감춰진 불법자금이 있다면 각 당이 고해성사를 하고, 특검을 실시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남아공의 ‘진실과 화해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 당사자의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3-11-05 10:10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