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종금·현대비자금·SK비자금 수사, 사정 칼날에 정치권 소용돌이

[대검 중수부 24時] 정·재계 거물, 盧측근 줄줄이 낙마
나라종금·현대비자금·SK비자금 수사, 사정 칼날에 정치권 소용돌이

최근 검찰의 르네상스는 지난 3월 안대희 중수부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열렸다. 지난 7개월여의 짧은 기간 동안 대검 중수부내 대선자금 수사팀과 공적자금비리 합동수사반의 활약은 눈부셨다.

특히 지난 4월 재조사에 들어간 ‘나라종금’ 사건은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이 연루돼 안 부장 체제를 시험할 수 있는 리트머스 성격을 띠었다.

중수부는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에 대해 청구한 영장이 2차례 모두 기각돼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지만, 한광옥 민주당 최고위원(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이용근 전 금융감독위원장(특가법상 배임), 염동연 전 민주당 인사위원(특가법상 알선수재), 정학모 전 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특가법상 알선수재) 등을 구속기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민주당 박주선 의원과 별도 사건에 연루된 한나라당 박명환 의원을 특가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민주당 김홍일 의원에 대해서는 건강 등 정상을 참작, 불구속기소했다

공적자금비리 수사반은 또 지난 9월 분식회계로 수천억원을 사기대출 받거나 부실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혐의로 진로그룹 장진호 전 회장, 건영그룹 엄상호 전 회장, 갑을그룹 박창호 전 회장 등 7개 부실기업 사주와 임직원 34명을 구속기소했다.

대선자금 수사팀은 특검이 넘긴 현대비자금 ‘150억원+α’ 사건과 SK비자금 사건에서 놀랄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수사결과에 따라 정치지형 바뀔수도

지난 8월 권력 실세로 불려온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을 2000년 총선 직전 현대로부터 200억원을 수수한 혐의(특가법상의 알선수재)로 구속기소했을 뿐만 아니라 특검이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기소를 포기했던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도 현대로부터 150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현대비자금은 대부분 2000년 총선용 실탄으로 사용됐다는 게 중론이어서 중수부의 수사에 따라 신(新)4당 체제의 정치지형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중수부는 최근 SK비자금 사건을 다루면서 예리한 칼날을 과시, ‘재신임’ 정국과 ‘대선자금’정국을 불러왔다. 노 대통령의 20년 집사인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손길승 SK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했는가 하면 이재현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을 같은 당 최돈웅 의원과 공모해 SK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수감했다.

SK비자금 사건은 여야 모두를 겨냥하고 있어 중수부의 수사 범위에 따라 정치권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 주변에선 지난 대선 때 핵심 위치에 있던 한나라당 당직자와 최대 외곽조직인 부국팀 관계자들이 향후 수사의 표적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또 여권에서는 대선 때 민주당 선대위원장이었던 열린우리당 정대철 상임고문의 ‘200억 대선자금’ 발언과 사무총장으로 대선자금을 직접 만졌던 이상수 의원이 1차 소환 대상이다.

중수부는 그러나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 ‘5대 기업’ 을 포함해 관련된 다른 기업들에 대해서도 전면 수사를 하겠다고 표명한 뒤 최정예 수사요원으로 수사팀을 보강해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분명한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중수부의 사정 칼날에 따라 일대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라는 사실이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3-11-12 14:16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