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끝으로 내몰린 도시 빈민들 "선택은 없다"

쪼개진 삶, 망가진 인생 그들에게 희망이란…
[쪽방동네 사람들] 세상끝으로 내몰린 도시 빈민들 "선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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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 막장 언저리를 맴도는
  • 삶의 끝자락에 서서 세상과 벽쌓기
  • 세밑이 다가 오면서 서울의 곪은 상처가 불거져 가고 있다. 역주변에 군집한 ‘쪽방’ 지대 사람들이다. ‘쪼갠 방’이라는 뜻이다.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최소의 공간, 0.5평 안팎의 방은 일용직 노동자와 독거 노인의 생존 공간이다. 이를테면 도시 빈민의 기저부다.

    ‘강남특별구, 물값만 (년) 1,500만원’이란 기사가 일간지 사회면을 장식하는 2003년. 일세 6,000원을 내지 못해 언제 거리로 내몰릴 지 모르는 사람들의 존재란 강 건너 불이다. 그러나 서울 시내의 쪽방 거주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엄연한 현실이다. 2000년 2,011명, 2001년 3,351명, 2002년 3,675명으로 증가 일로라는 사실을 통계 수치는 알려 준다.

    노숙자의 경우도 대동소이하다. 우리 나라 전체 노숙자의 수는 2001년 5,349명에서 2003년 11월 현재 4,276명으로 전체적으로 조금 줄어든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쉼터에 입소하지 않은 거리 노숙자 수는 694명에서 872명으로 증가일로다.

    노숙인 다시 서기 지원센터의 이혜정 상담원은 “정부에서 쉼터 이용을 유도한다고 하지만, 이는 잠자리 제공에 불과할 뿐 취업 알선이나 재활 치료는 미약한 실정”이라면서 “알코올 중독 및 정신질환자 등 노숙자의 7할을 차지하는 사람들을 위한 쉼터는 전국 114곳의 쉼터 중 단 곳 뿐”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병든 노숙자 중 상당수가 여전히 길거리 신세라는 설명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 따르면 남성 노숙자의 사망률은 일반 남성에 비해 1.6배가 높다. 특히 35~39세 노숙자의 사망률은 일반인의 4.8배나 됐다. 노숙자 상설 진료소 증설 등의 대책이 필요함이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영등포구청은 10월 27일 영등포역 인근 무허가 쪽방촌에 대한 철거에 들어 갔다. 목적은 녹지 조성. 겨울은 다가오는데 오갈 곳 없는 사람들을 내쫓고 그 자리에 나무를 심겠다고 한다. ‘잠재적 노숙자’를 보호해야 할 정부가 노숙자 양산에 나서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길 없다. 도심의 벼랑끝으로 내몰린 쪽방촌 사람들과 노숙자들의 삶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3-11-20 13:18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