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원·이광재·이영로씨 등 둘러싼 '부적절한 거래' 의혹 증폭

[비자금 괴담] 측근 비리 '뇌관' 터지나
강금원·이광재·이영로씨 등 둘러싼 '부적절한 거래' 의혹 증폭

필사즉생(必死卽生). 노무현 대통령이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SK비자금 파문 때 승부수로 던진 ‘재신임’ 카드가 그랬다.

노 대통령의 ‘영원한 집사’인 최 전 비서관에 대한 단죄는 자칫 측근비리 의혹을 확산해 역풍을 부를 수도 있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끝모를 지지율 하락으로 위기에 몰리던 노 대통령은 여론의 반전으로 사실상 재신임을 받은 격이 됐고, ‘정치적 여당’인 신당(열린우리당)의 지지율도 올라 국정운영에 힘이 됐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최 전 비서관에 대한 비리 의혹이 증폭되고, 최근 언론에 의해 ‘사설대통령’으로 불리는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노 대통령측 간에도 ‘부적절한 거래’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통령 측근 비리 관련 괴담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괴담은 야3당이 11월10일 통과시킨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법’의 대상자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특검법은 최도술씨와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을 겨냥하고 있는데, 최씨와 관련해서는 ▦대선 전후, 김성철 부산상공회의소 회장과 부산지역 건설업체 관계자 등이 관급공사 수주청탁 명목으로 최씨와 이영로(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씨 등에게 300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SK그룹 등 다른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 등이 수사대상으로 올라 있다.

또 노 대통령의 386 핵심참모인 이 전 국정상황실장은 썬앤문 그룹이 지난해 농협중앙회 원효로 지점에서 115억3,200만원을 불법 대출받는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와 썬앤문 그룹 김성래 전 부회장이 검찰조사에 대비한 비밀대책회의 녹취록에서 밝힌 95억원 제공 대목 등에서 수사 대상이다.

청주 키스나이트클럽 ‘몰카(몰래 카메라)’사건의 당사자인 양 전 부속실장의 경우 ▦작년 10월, 11월 네 차례에 걸쳐 키스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씨 부인 등의 계좌에서 인출된 50억원이 노 후보측에 제공됐다는 의혹과 ▦이씨가 양 전 실장의 청주방문을 전후해 4월과 6월 두 차례 걸쳐 양씨 등에게 4억9,000만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 대상으로 명시됐다.

강금원 회장은 지난 대선 때 민주당에 제공한 20억원, 노 대통령의 장수천 빚 탕감용 30억원 지원, 노 대통령의 운전기사였던 선봉술(전 장수천 대표)씨와 억대 거래를 한 정황 등이 관심의 대상이다.


한나라당 노 정권과 한판승부 별러

한나라당은 이와 관련, 당내에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TF팀’과 ‘현장조사팀’을 운영하면서 진실 확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 와중에 흘러나온 여러 정보들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측은 특검이 본격 가동될 경우 각종 제보를 바탕으로 자체 수집한 정보 및 증거를 토대로 노 정권과 ‘한판 승부’를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최도술ㆍ이영로 비리조사팀’의 한 관계자는 “이성헌 의원이 예결위에서 주장한 ‘900억원 수수설’과 홍준표 의원이 제기한 ‘300억원 수수설’은 모두 일리가 있는 내용”이라며 “대선을 전후해 S그룹이 250억원을 건넸고, 대북사업 대가로 T그룹이 300억원, 부산지역 기업이 300억원을 모은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씨는 그 같은 주장에 대해 “근거가 있으면 내보이라” 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광재 전 실장에 대해서는 지난 18일 국회 예결위에서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이 “이씨가 썬앤문 그룹의 세금 감액에 관여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광재비리조사팀 관계자는 “올 4월말 썬앤문 대표 문모씨가 자기 소유의 경기도 이천 M호텔에서 이씨와 만나 서울 N호텔 신개축 문제에 도와주지 않는다고 닥달했다는 제보도 있다”고 귀띔했다.

또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씨와 휴대폰 제조업체 P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소문이 돌고 있다. 이씨는 이?대해 “한나라당측이 면책특권을 이용해 악의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양길승 비리조사팀’은 이원호씨와 노 대통령과의 커넥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지난해 9월~12월 노 대통령 후보의 청주 방문 시 이씨와 몇차례 만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사람 사이의 밀약 혹은 자금 수수설 등이 조사팀의 추적을 받고 있다.

강금원 회장은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인 이기명씨 소유의 용인 땅 1차 매매계약자로, 계약 해지금 17억원을 돌려 받지 않았고, 선봉술씨에게는 영수증도 없이 9억여원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에서는 이 돈이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또는 당선 축하금으로 쓰였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부마모임'을 아시나요
   


노 대통령의 측근은 크게 '금강팀'과 '부산 인맥'으로 나뉜다. 대선전 노 대통령의 싱크탱크였던 금강팀은 사무실(지방자치연구소)이 서울 여의도 금강빌딩에 입주해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이광재 안희정 김만수 백원우 등 주로 386세대와 염동연 전 민주당 인사위원, 이기명 전 후원회장 등이 핵심 멤버다.

부산인맥은 부산에서 노 대통령과 생사고락을 같이한 인사들로 문재인 민정수석, 이호철 청와대 비서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조성래 변호사 등이다.

두 인맥은 대선 전부터 수면하에서 힘겨루기를 했는데, 대선 이후에는 조금씩 수면위로 부상했다. 지난 6월 참여정부를 뒤흔든 '나라종금' 사건에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문제의 이기명씨 용인 땅 1차 매매계약자가 자신임을 밝힌 뒤 문 수석, 최 전 비서관 등을 향해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다. 그릇이 안되면 물러가라"며 일갈한 게 대표적이다.

그는 나라종금에 연루된 안희정씨에 대해서는 "생각이 깊고 신의가 있는 젊은이"라며 칭찬으로 일관했는데, 정가 안팎에서는 386세대와 부산인맥 간의 갈등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호남 출신인 강 회장이 부산인맥으로부터 배척당하자 이광재. 안희정 등 386 세대들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이 노 대통령의 실세 측근으로 자리를 잡는데는 386세대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또 강 회장은 올해 초 부산지역의 학계 및 재계인사 100명과 함께 노 대통령의 '두뇌' '자금' 역할을 하자는 취지로 '백인회(百人會)'를 구성하려다가 부산인맥의 방해로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인맥은 그후 PK지역 주류를 중심으로 '부마(부산ㆍ마산) 모임'을 결성했는데, 여기에 최 전 비서관과 부산지역 기업인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부산에서는 최 전비서관이 SK로부터 받은 11억원 이외의 '+a'가 '부마모임' 소속 기업으로부터 나왔을 것이라는 입소문이 돌았다. 지난 9월20일 청와대를 방문한 부산지역 기업 대부분도 '부마모임' 소속으로 알려졌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3-11-25 17:49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