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성공적 삶을 위한 '밭갈이'성취욕에 불타는 가슴벅찬 나날들

[40대의 도전] 인생은 '다모작' "도발하라"
40대의 성공적 삶을 위한 '밭갈이'성취욕에 불타는 가슴벅찬 나날들

“더 이상 남의 인생을 살아 줄 수는 없잖아요. 40대에 결심이 서면 45세는 자신이 주인공이 돼 ‘마이 웨이(My Way)’를 불러야 할 시점입니다. 인생은 어차피 다(多)모작이니까요.” 자신의 성취감을 높이기 위해 여러 번 직장과 직업을 바꾸는 사람들이 낯설지 않다. 21세기를 지배하는 사회ㆍ문화 트렌드인 ‘다모작 생애의 추구’를 기꺼이 보여 주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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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대에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이모작에 전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50대에 다모작을 꿈꾸는 사람도 늘고 있다. 자신의 평생 목표를 위해 20대, 30대, 40대 등으로 10년씩 새로운 매듭을 지워 나가는 자기 성취의 여정이 곧 인생이라는 사실을 그들은 확인시켜 준다.

    최근 직장인 1,5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한번 직장은 평생 직장’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0.6%에 불과했다. 반면 ‘평생 5회 정도 직장을 옮길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25%였다. 당신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설혹 지금은 편안하다 해도, 주위를 한 번 둘러 봐야 할 때다. 그 안온함이 얼마나 계속 이어질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인생이란 분명 한 번 사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시대, 그 진리는 ‘한 번 직장은 평생 직장’이라는 종래의 고정 관념과 결별하고 있다. 생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 튼튼영어 조성경 전무
    라이프 디자인 컨설턴트를 꿈꾼다

    영어전문교육기관 튼튼영어의 조성경(47) 경영지원실 전무는 50대를 앞두고 자신의 평생직업으로 라이프 디자인(Life Design) 전문 컨설턴트를 꿈꾸고 있다. 연령 대에 맞춰 사람들의 인생설계를 함께 도와주고 인생을 과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각종 방법론을 찾아주는 라이프 디자인 전문 컨설팅 창업을 계획하고 있다. 40대 중반을 넘은 나이에 열정을 갖고 아직도 새로운 꿈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는 것이 한편 놀랍지만 그의 ‘다모작’ 인생철학은 현실적이며 보다 논리 정연하다.

    삼성그룹 공채 24기로 입사해 그룹 비서실과 구조조정본부, 삼성SDS, 제일제당 등을 두루 걸친 그는 인사ㆍ교육ㆍ홍보 담당 임원 등으로 잔 뼈가 굵었다. 삼성이라는 1등 브랜드 없이는 한 치도 떨어져 살지 못할 것 같이 17년을 삼성 울타리에서만 살았다. 이재현 제일제당 회장의 눈에 발탁돼 제일제당 상무로 자리를 옮긴 그 였지만 45세가 되던 2002년 가을, 그는 돌연 탄탄대로일 것 같던 임원 직을 그만두고 영어 교육 시장으로 홀연히 떠났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더 이상 이대로 있다간 10년씩 매듭을 짓는 인생살이에 껍데기인 직책만 남을 뿐 그 안에 담길 ‘내’가 없을 것 같아서 였다. 그는 그 동안 배우고 익힌 교육ㆍ인사 부문의 장기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교육시장이 어쩌면 더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튼튼영어는 중견기업이지만 탄탄한 재정상태와 최고경영자의 비전이 마음에 와 닿고 의기투합할 수 있었던 것이 쉽게 삼성의 브랜드를 벗어 던질 수 있던 계기가 됐다. 하지만 가족뿐 아니라 주변에서의 만류는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대기업 임원이 됐지만 50대까지 샐러리맨으로 남기보단 성취욕에 매달리고 싶더군요. 바로 저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구요.”

    연 매출 4조원 규모의 현금장사로 이뤄지는 영어사교육 시장이라는 것부터가 만만찮은 곳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는 초ㆍ중학생 등 15만 여명의 회원이 가입한 튼튼영어의 교육이념과 비전, 사업전략을 정립, 발전시키는 일에 매달리면서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소위 ‘보이지 않는 경영전략’을 수행하는 COO(최고운영책임자) 역할을 맡고 있다. 일단 교육사업의 전반적인 틀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서는 교육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라이프디자인 전문기관을 55세에 설립하는 것이 조 전무의 목표다. 그는 40대 중반 이모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40대엔 투지와 도전정신을 가지고 ‘자신의 것’을 성취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50세가 되면 긍지를 가지고 사회에 기㈖?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40대는 투지와 패기로 살지만 50대는 경륜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성공포인트다.

    ☆ 카사 델 비노 은광표 사장
    와인 바의 '랜드마크'를 일군다

    “기분 좋은 와인이란 머금었을 때 볼륨감이 있고 기름처럼 둥근 느낌이 들어야 합니다. 바로 이 맛이라고 생각이 들면 그게 최고의 와인이죠.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셔버리는 와인이 바로 최고의 와인입니다. 인생도 그래요. 마셔도 마셔도 자꾸 마시고 싶은 와인처럼 자신의 성취감을 채워주는 여운 때문에 또 다른 목표를 세우고 계속 도전하는 거죠. 와인으로 치자면 빈티지가 좋은 1999년산 샤블리 그랑 발뮈르지 정도라 할까요. (웃음). ”

    최근 서울 강남의 청담동에서 30ㆍ40대층에게 가장 인기 높은 와인 바 ‘카사 델 비노(Casa del Vino: 와인의 집)’의 은광표(46)사장은 한국IBM㈜ 엔지니어 출신의 와인 마니아다. 취미로 와인에 심취돼 인터넷에서 와인 포털사이트(www.bestwine.co.kr)를 만들고 결국은 자신이 운영하던 컴퓨터 데이터베이스 회사를 접고 와인 바 창업에 나서 이 길에서 성공한 인생 다모작의 주인공.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가 1983년도 처음 입사한 곳은 한국IBM이었다. 엔지니어출신으로 영업을 뛰면서 그는 10년간을 IBM맨으로 살았다. 그러던 36세가 되던 1993년 남들보다 먼저 자신만의 진로를 모색했다. 마침 IBM 전세계 적으로 구조조정 태풍이 불던 시기였고 진로를 모색하던 은 사장은 IT 데이터 베이스시스템 공급업체인 ‘싸이테크 코리아’를 창업하며 인생 이모작에 승부를 걸었다. 주로 보험회사 등 금융기관의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공급해주면서 그런대로 넉넉하게 회사를 꾸려 나갔다. 미국 실리콘벨리 등 사업상 여행을 자주가게 됐던 그는 현지의 벤처 기업인들과의 교류가 많았고, 저녁식사도중 중년이후의 꿈이 시골 호젓한 곳에 와이너리를 하나 갖는 것이라는 얘기를 현지 벤처인들로부터 들으면서 와인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때가 90년대 중반이었다.

    이후 책을 보고 와인을 직접 시음하면서 와인에 대한 상식을 넓혀가면서 그에게 와인은 떨어질 수 없는 취미가 됐다. 취미로 시작한 와인 공부는 때마침 인터넷 붐을 타고 2000년 여름, 포털 사이트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 2년 정도 와인 동호회를 운영해온 은 사장은 회원이 5만 명에 이르면서 사이트 운영자가 새로운 직업이 돼 버렸다. “정작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회사가 들이는 시간보다 새 직업인 와인사이트 운영자로의 생활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더군요. 마침 IT업계도 한파가 몰아치기 시작했고 새로운 직종에 대한 도전을 해보기 위해 2002년 10월 와인 바를 열게 됐습니다.”

    은사장은 와인이라면 무조건 고가라는 이미지의 불식을 마케팅 전략의 최우선으로 잡았다. 또 일단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강구했다. 강남 한 복판인 청담동에 위치한 최고급 와인 바에서 다른 곳보다 평균 30%가량 저렴한 가격에 와인을 공급하다 보니 주당들로부터 입에 입을 타고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1년도 채 안돼 각종 잡지들이 최고의 와인 바로 이 곳을 선정할 정도가 되면서 매일밤 2시까지 성황을 이뤘다.

    “남자들도 생체 리듬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주기가 있는 것 같아요. 10년을 주기로 무엇인가 통과 의례적인 고민과 격정의 시기가 닥쳐오는 것 같아요. 결국 새恝?10년의 주기를 어떻게 잘 준비해 이끌어가는 가가 인생을 성공적으로 사는 것 같아요.” 은 사장은 600가지 와인리스트가 있는 ‘카사 델 비노’가 앞으로 5년, 아니 10년 이상 장수할 수 있는 와인 바의 ‘랜드마크(원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유행이 빨리 변하는 강남 유흥가에서 5년 이상 버틴 가게는 손에 꼽을 정도다. 현실적으로는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도전이라는 말이다.

    50대를 눈앞에 두고 하루 16시간을 일에 매달리는 은 사장. ‘좋아하는 일에 푹 빠져 있어 힘든 줄 모른다’는 말이 제격이다.

    장학만기자


    입력시간 : 2004-01-13 16:46


    장학만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