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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힘] 신바람에 휘날리는 한국영화 "미어터져요"
관객 1000만명 시대, 점유율 50% 육박 '한국영화 르네상스'
100억대 제작비 투입 등 영화산업의 질적·양적 도약 이끌어


지옥의 섬 '실미도'에서 돌아 온 '친구'들이 할리우드의 위세를 등에 업고 쳐 들어 온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을 보기 좋게 눌렀다. 외국 영화는 '말죽거리 잔혹사'가 내지른 발길질에 명함 내밀 곳도 없었다. 지금 한국 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를 만나, 세계를 누빌 태세다. 2004년 한국의 영화는 오랜 인고의 나날을 거쳐 진정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한국영화 거침없는 기록 질주





2월 5일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 영화 사상 최다 예매 기록 갱신 소식으로 대세를 확정 지웠다. 그날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4일까지 이 영화는 예매량 7만3,000장으로, 2003년 12월 23일 ‘실미도’가 세웠던 6만9,000장을 넘어 섰다. 예매점유율만 91.9%로, 국내 신기록. 개봉하기도 전 이미 20만여장이 예매된 기록은 그 같은 사태를 충분히 예고하고 있었다.

2월 7일 배급사인 시네마 서비스는 전국에서 '실미도'를 관람한 관객은 901만명으로, 15일을 전후해 1000만명 고지에 오를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태극기...'가 그 기록에 숨가쁘게 도전해 오고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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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시 최고 기록은 기세를 올리고 있는 외화 ‘반지의 제왕3:왕의 귀환’이 세운 15만7,000장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그것은 표피일 뿐이었다. 당시 주말(7~8일)의 예매 기록은 완전한 한국 영화 일색이다. ‘태극기…’가 80.7%라는 압도적 점유율로 수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 ‘실미도’ 9.4%, ‘말죽거리…’ 3.0% 등의 기세에 ‘반지…’는 겨우 4위(2.6%)였다. 신기록의 준비 과정이었다. 개봉 당일 전국 관객 동원 32만4,000명으로 ‘실미도’가 세웠던 종전 기록인 30만1,000명을 살짝 넘어 섰다.

    “할리우드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보다 더 잘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었다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다.” 유사 할리우드 영화라는 뼈아픈 비판을 받았던 ‘쉬리’ 이후 4년만에 ‘태극기…’로 메가폰을 잡은 강제규 감독이 개봉 후 털어 놓은 말이다. 그의 진술이 허풍이나 과장이라 생각할 한국인은 이제 없다. 잔인한 살육 장면을 지나치게 클로즈 업 시켰다는 일부의 비판마저도 칭찬으로 받아 들여지는 형국이다.

    한국 영화 사상 최고의 순수 제작비(147억원), 국내 영화 사상 최다 스크린 개봉(440개),엑스트라(2만5,000여명),실제 폭발물 사용(6톤), 사실감 넘치는 시체(200여구) 등 외형적 기록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독특한 화학 반응이 그 속에는 있다. 강제징집 대목 등을 문제 삼아 시나리오를 수정해 줄 것을 요구한 국방부와 감독과의 신경전은 좋은 예다. 그러나 1,200개 남짓한 전국 스크린의 39%를 점유한 기록에서 입증된 승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파죽의 기세다.



    한국 영화 다섯편은 만들고도 남는다는 제작비로 실현시켜낸 현실감은 한국 영화의 고질적 병폐를 일거에 떨쳐 버리기에 족했다. 객석으로 파고들 것 처럼 공기를 가르는 총알의 섬? 곧 살속으로 파고들 것 같은 포탄의 파편 등 영화는 시청각 하나만으로도 통념을 뒤집는다.

    2003년 한국 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역대 최대치인 49.7%(서울 기준). 한 작품으로 관객 1,000만을 바라 보는 시대가 온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월 5일 흥행 순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실미도’(1,000만:2003년 12월 24일 개봉) - ‘친구’ (818만) - ‘쉬리’(620만) - ‘살인의 추억’(530만) 등의 순위이다. 아늑한 멀티플렉스, 현재 1,000여개에서 수년내에 두 배로 확산될 것이라 전망되는 스크린의 수 등 업그레이드 일로에 있는 한국 영화의 하드웨어가 그 같은 결과를 추동하고 있다.

    2월 첫째주 예매율 순위에서 ‘실미도’의 뒤를 바싹 뒤쫓고 있는 ‘말죽거리 잔혹사’는 방대한 물량을 전제로 한 거대 담론이 아니더라도 흥행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 작품이다. 개봉(1월 6일) 첫 주는 80만명을 동원, 잠시나마 ‘실미도’를 꺾은 기록이 그 같은 사실을 웅변한다. 1978년 서울의 고교 풍경을 적나라하게 담은 영화는 30~40대 팬들에겐 더없는 선물이었다. 이 영화가 손익분기점(170만명)을 넘은 것은 개봉 10일만이었다.

    억압적 환경을 일탈과 폭력으로 맞서 가던 학생들의 모습 등 지난 시절 한국을 배경으로 만든 이 영화는 시인ㆍ감독 유하의 정교한 대본과 입담으로 끌고 간다. 여기에 몸짱 권상우의 육체는 1970년대의 영웅이자 사라진 남성성의 상징인 이소룡의 신화를 성공적으로 이 페미니즘 시대에 편입시켜 놓고 있다..

    영화라는 가상 공간에서의 성공은 이제 현실의 지형도마저 바꾸고 있다. 인천시는 2월 5일 “실미도와 무의도 사이에 400미터 가량의 징검다리를 놓겠다”며 “3억여원의 공사비가 예상된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실제의 실미도와 영화속의 실미도를 비교해 주는 입간판과 안내소 등을 설치하는 한편, 실미도와 인근 무의도 간의 다리를 건설한다는 구상도 세워 두고 있음을 알렸다. 올 휴가철 안으로 3억여원을 들여 화강암이나 통나무로 된 480여m의 징검다리를 건립한다는 것. 이 같은 결정은 실미도 부근 해안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심한 탓에, 촬영을 위해 마련한 시설이 소실되는 등의 위험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03년 한국 영화의 점유율이 무려 49.4%라는 사실은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 기록이다. 영화진흥공사는 1월 ‘2003년 영화 관객의 영화 관람 행동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 그 속내를 펼쳤다(리서치 플렉스 조사). 14~49세의 6대 도시 거주민을 대상으로 2003년 12월 펼쳐 졌던 이 조사에 의하면 1년 동안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한 편수는 6.0편인 것으로 드러났다. 장르별 순위는 코미디(31.2%) - 애정/멜로(19.1%) - 액션(19.1%) - 추리/스릴러(11.4%) - SF/환타지(10.1%)로 집계돼, 오락적 요소가 선택 기준으로 최대의 요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선호하는 영화 장르에서는 액션(24.4%) - 멜로(18.8%) - 코미디(17.5%) - 추리/스릴러(10.1%) 등으로 드러나 보다 주제가 선명한 영화에 호감을 표했다.

    △ 할리우드 영화 앞지른 한국영화 선호도



    이 조사는 미국 영화에 대해 한국 영화의 선호도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국적을 기준으로 영화 선호도를 물은 답변에서 한국(52.1%) - 미국(36.2%)를 비롯, 홍콩(8.4%) - 유럽(9.7%) - 일본(5.0%)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한국 영화가 한국에서 경이적 점유율을 행사하게 된 데에는 문화적 애국심도 한몫 단단히 했다는 해석도 있다. 이른바 ‘한류 열풍’에의 지나친 열광처럼 분명 대중적 위선이나 허위의식이 깊이 개입돼 있다는 지적이다. 그 같은 양적 성장은 액면 그대로의 현실인가?

    비약적으로 성장한 한국 영화의 현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스크린쿼터(국산영화의무상영제도) 제도이다. 국내 극장에서 국산 영화를 연간 146일 동안(40%) 의무 상영해야 한다는 것으로 지방자치단체장 등 관계자들과의 조정을 거쳐 현재 106일로 정해져 있다. 할리우드 영화의 독점을 막고 한국 영화와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이 제도는 여전히 찬반의 불씨이다.

    국제 투자 협정상의 문제라고는 하나, 문화적 예외는 있지 않느냐 하는 것.또 프랑스 등 외국에서도 성공적 제도로 인정받고 있는 제도를 축소시킬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미 통상 문제의 주무 부서인 외교통상부 재경부 산자부 등에서는 자유 경쟁이란 대의를 해쳐 공연히 통상 압력만 유발할 분이라는 이유로 의무 상영일은 20%(73일)까지 낮추자는 미국측의 입장에 동의하고 있다.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대책위원회’가 벌인 ‘스크린쿼터 지키기 캐치프레이즈 공모전’을 개최, 일반인들과 함께 문제 의식을 공유해 나가는 데 힘을 쓰고 있다. 문제는 작품이다. 공들여 만든 작품에 대해서는 국내ㆍ국외의 관객이 평가한다. ‘태극기…’는 그 점에서 좋은 선례를 남겼다.

    ‘뉴스위크’의 한국어판에 이어 아시아판이 ‘태극기…’의 감독과 두 주연을 머리에 싣는 것은 물론, 아시아 각국에서 유치 문의가 치열하다. 그것들이 비공식 통과의례라면, 3월의 AFM(어메리컨 필름 마킷), 5월 칸 영화제, 9월 베니스 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는 한국 영화를 위한 장려한 축제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친구’에서 ‘태극기 휘날리며’沮? 한국의 영화는 페미니즘의 시대를 강력한 남성성의 힘으로 관통해 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아주 성공적으로.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대 예고한 작품들
      
    '장군의 아들'에서 '실미도'까지

    르네상스는 거장으로부터 왔다. 1991년 임권택 감독이 만든 '장군의 아들'은 원로 작가 홍성유의 텍스트를 기반으로 임 감독의 거장적 연출력이 사람들을 스크린으로 끌어 들였다. 이듬해 김의석 감독의 '결혼 이야기'는 최민수-심혜진 커플의 찰떡 연기로 이후 로맨틱 코미디 붐을 예고했다.

    1993년, 임 감독은 다시 저력을 과시했다. 중견 김명곤과 신인 오정해를 예술혼에 사로잡힌 비극의 부녀로 내세워, 국민이 우리 문화에 다시 눈뜨게 한 '서편제'는 판소리 붐을 몰고 왔다. 안성기-박중훈의 '투 캅스'(강우석 감독)는 버디 연기의 재미로 1994년의 박스오피스를 즐겁게 했다.

    1995년의 '마누라 죽이기'(강우석 ") 는 박중훈-최진실의 버디에다 중견 최종원의 코믹 연기가 삼박자 균형을 이룬 작품. 1996년은 속편격인 '투 캅스2'(강우석 " ), 1997년은 정반대의 멜로물인 '편지'(이정국 ")로 버디 무비의 전성기를 누렸다. 이듬해 역시 멜로물인 '약속'. 여의사와 조직 폭력배 두목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흥미를 더 했다.

    남북 분단 현실이라는 상황 설정으로 더욱 관심을 끌었던 '쉬리'(1999년)는 바로 강제규 감독의 작품으로, 같은 시기 '타이타닉'의 흥행 기록을 깨고 당시 한국 영화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세웠다.

    1970년대를 기점으로 해 1990년대까지 뒷골목 우정의 변천상을 추적한 2001년작 '친구'(곽경택 감독)는 조폭과 사투리라는 독특한 문화를 우리 사회의 한가운데 던져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2002년은 정반대의 코믹 영화 '가문의 영광'(정흥순 감독)이 웃음이라는 코드로 관객몰이를 했다.

    그러나 2003년은 잔혹과 느와르적 분위기가 자욱한 '살인의 추억'(봉준호 감독)이 전국을 휩쓸었던 해. 이듬해는 개봉 한달만에 700만명을 동원, 결국 800만명이라는 고지 점령을 달성한 '실미도'(강우석 ")가 영광을 차지했다.






    장병욱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 2004-02-1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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