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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문화주류] "노래하고 춤 추면 세상도 춤을 추지요"
4050세대 문화모임 <청개구리> <탭조아>, 포크의 새물결 일으키고 춤으로 열정적 삶 만끽

“문화계 언저리를 거부한다.”

상상해 보라. 4050 중년의 나이에, 자식과도 같은 젊은이들과 함께 문화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말처럼 그리 쉽지 않지만 잊혀진 중년의 문화를 발굴하고, 지켜가는 이들로 4050 세대의 여가생활은 한층 풍성해지고 있다. 1970년대 청년 문화의 상징인 포크 음악을 지켜가는 팬들의 모임 ‘청개구리’와 젊은 층 일색의 춤 동아리에서 그 무대를 넓혀가는 탭댄스 동호인 ‘탭조아 4050팀’. 여태껏 누군가 만든 달짝지근한 문화의 열매가 떨어지기를 기다려온 4050세대의 관념을 깬 이들의 문화 반란은 통쾌할 정도다.
- 포크 애호가 모임 '청개구리'



서울 명동 YWCA에서 열린 청개구리 포크콘서트.
/사진= 한승진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저녁, 서울 명동 YWCA 1층 마루 홀은 200여명의 40~50대의 중년들로 북적거린다. 청개구리 포크콘서트가 열리는 날이다. 청개구리홀은 한국 포크음악의 성지로 불릴 만큼 유서가 깊은 곳이다. 70년대 모든 청소년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던 통기타, 청바지, 생맥주로 대변되는 청년 문화가 시작된 곳이다. 이 무대를 통해 배출된 대표적인 포크 가수가 김민기, 양희은, 서유석,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박인희, 이용복, 김도향 등이다.

학생 포크 가수들의 참여로 젊은 층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청개구리는 하지만 1년여만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것을 색안경을 끼고 본 군사 정권 때문이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난 지금, 당시 통기타 붐의 주역이었던 청소년들은 어느덧 세상살이에 지친 40~50대의 중년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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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 회원인 박석 상명대 중문과 교수는 “늘 아이들이 좋아하는 댄스, 힙합 음반을 사주면서 정작 제 자신은 음악을 들을 여유도 없이 치열하게만 살아온 현실이 기가 막혔어요. TV, 라디오에선 알아듣기 힘든 노래들만 나오고, 듣고 싶은 포크송은 완전히 실종된 현실이 섭섭했다”고 말한다. 인터넷 음악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옛 포크음악을 찾았던 중년들은 반란을 일으켜 재건한 것이 바로 ‘청개구리 포크 콘서트’다. 방송에서 원하는 음악을 들려주지 않자 ‘스스로 듣고 보고 싶은 가수들을 불러내 보자’고 뜻을 모았던 것. 그 모태가 된 것은 지난해 6월 ‘얼굴’ 가수 윤연선이 28년여만에 가진 서울 콘서트였다. 대학 교수, 기업체 사장 등 사회 각 분야의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인터넷 포크송 동아리 회원들은 윤연선 서울 콘서트를 성사시키기 위해 직접 포스터를 만들어 회원들에게 보내고, 후원금을 모금했다. 한마디로 4050세대의 팬들이 직접 만든 공연이었다. 언론도 떠들썩하게 이 공연을 다뤘다.

윤연선 공연을 참관한 서울YWCA측이 ‘청개구리 공연의 부활’을 제안했다. 청개구리 부활은 생각지도 않는 순간에 그렇게 이뤄졌다. 4050세대 팬들의 단결된 힘이 부활의 원천이었다. 작년 7월부터 시작된 공연은 어느 듯 8회를 넘겼고, 2,000여 중년들이 ‘다시 듣는 포크’에 열광했다. 청개구리 공연의 리더 김의철씨는 “청개구리는 세파에 지친 중년들의 쉼터이자 포크음악을 통해 자녀 세대와의 교감을 이룰 수 있는 좋은 장소”라고 강조했다. 청개구리 공연장은 그렇게 중년의 문화 욕구를 발산하는 무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탭댄스 동호인 '탭조아' 4050팀

탭댄스 동호회 탭조아 회원들이 연습실에서 스탭을
맞춰가며 연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세정, 이재윤,
이화연, 한증엽씨. /사진=임재범 기자



“따닥! 따닥! 따다닥! ….” 2월28일 저녁, 극심한 경기불황으로 너나없이 근심이 많은 요즘이지만 서울 성동구 하왕2동의 작은 골목에서는 절로 흥을 돋우는 경쾌한 쇠징소리가 들린다. 탭댄스 동호회 ‘탭조아’ (www.liketap.pe.kr)의 연습실이다.

2000년 태퍼의 꿈을 만들어 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임으로 출발한 ‘탭조아’의 회원은 3,000여 명. 그러나 주말마다 연습에 참가하는 ‘순회원’ 120명 중 40~50대로 이루어진 ‘4050’ 공연팀은 아직 두 자리수를 넘지 못했다. ‘소수정예’라고 부르기에도 턱없이 적은 인원이지만, 부침이 적은 지속적인 활동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밤에는 모여 춤을 추는 것을 통해 정열적인 삶의 기쁨을 만끽하려는 사람들이다.

다소 권위적으로(?) 보이는 ‘의사 선생님’ 한증엽(44)씨를 제대로 알기 위해선 그의 춤추는 모습을 엿봐야 한다. 쉴 틈 없이 바닥을 ‘톡톡’ 두들기는 그의 현란한 발놀림에는 흥겹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은 중년의 멋과 여유가 배어 있다. “청년기에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공원 벤치에서 탭댄스를 추며 청혼하던 장면을 보고 한 눈에 반했습니다. 너무 낭만적인 춤이라 한번 배워보고 싶었지요.”

먹고 사는데 바빠 탭댄스에는 지난해 1월 늦깎이로 시작했지만, 춤을 추는 동안에는 세상사를 잊고 몰입한다는 이재윤(44ㆍ사업)씨는 “춤을 추면서 건강 관리도 하고, 40대 나이에 공연 예술의 중심에 선다는 긍지를 갖고 있다”며 “문화 생활을 즐기고 싶어도 ‘이 나이에 뭘 하겠어’하며 망설이다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며칠 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바람에 모임에 빠진 남편 유영권(44ㆍ상설할인매장 운영)를 대신해 ‘4050팀’ 연습에 참여한 마흔 살의 주부 김세정(명지대 사회체육학과 강사)씨. 그녀는 남편이 탭댄스도 좋아하지만 ‘애프터 댄스’를 더 즐기는 듯 하다고 귀띔했다.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 흠뻑 땀을 흘린 뒤 들이키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의 맛도 잊을 수 없을 겁니다.”

‘4050’팀이 탭댄스를 즐기는 이유는 다양하다. 무엇보다 건강과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는 점을 들 수 있고, 40대에도 젊은이들과 함께 공연예술을 직접 체험하고, 그 중심에 설 수 있는 즐거움도 무시할 수 없다. 선뜻 무대에 서는 것이 쑥스러운 중년이라면, 20대 회원 윤명혜씨의 말을 귀담아 들어 볼 만하다. “4050 오빠들은 몸도 마음도 다소 무겁지만, 젊은이들 틈바구니에서 주눅들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정말 멋져요. 저도 마흔의 나이가 됐을 때 그런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문화를 즐기고 누리는데 너무 늦은 나이는 없는 것 같다. 최근 불어닥친 4050세대의 문화 혁명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최규성 기자 kschoi@hk.co.kr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 2004-03-0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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