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들이 문화향유의 주체 될 것"

[新문화주류] 1세대 통기타 가수 서유석
"중년들이 문화향유의 주체 될 것"

“험난한 세상에서 위안을 얻고자 하는 심정이겠지요. ‘사오정’ ‘오륙도’ 등 거친 세파에 모두들 팔 한짝, 다리 한 짝 걸치고 있지 않습니까.”

통기타 가수 1세대로 70년 초반 가요계를 풍미했던 가수 서유석(59)씨는 70,80년대를 관통하는 추억 여행이 날로 거세지는데 대해 ‘고달픈 현실에 대한 위로’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중년의 70,80년대 문화 추억이 현실 도피적인 퇴행 현상에 머무는 건 아니다. “경기가 침체됐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70,80년대와 비교해 보편적으로 문화를 즐길만한 여유가 생긴 것은 사실이에요. 누구나 TV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자신을 꾸미고 문화를 소비할 만큼 안목이 높아졌습니다. 그 동안 문화를 단순히 감상하는 객체였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주체로 서야 하는 시점이죠.”

1969년 데뷔해 25년간 교통정보방송 전문 MC로 활약하다 지난해 다시 가수의 자리로 돌아온 서씨는 최근의 중년 문화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최근 중년 문화의 붐에는 그 동안 술 마시는 것만이 유일한 삶의 오락이었던, 그들의 문화를 상실했던 회한이 녹아 있다고 봐야죠. 중장년층의 모두가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그 세대에 일정한 문화 향유층이 형성되면 젊은 층의 문화와는 또 다른 방향으로 한 축을 형성할 것입니다.”

관련기사
추억의 긴 잠에서 깨어나다
청춘, 그 황홀한 기억 속으로
"노래와 춤, 세상도 춤을 추지요"

물론 오랜 시간 문화의 소외 계층으로 살았던 장벽이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는 않는다. 명동이나 종로에 자리 잡았던 음악 감상실은 다시 나타날 수도 없다. “땅값이 비싼 시내 중심가에 유흥업소 대신 70년대의 통기타 음악 감상실을 만든다면 아무래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겠지요.”

그가 명동 YWCA 등 소극장 공연의 활성화에 나선 것도 현실을 타개하는 나름의 대안이다. “중장년은 나이가 들었기에 젊은이들처럼 구석구석 찾아 다니며 문화를 즐기는 것을 피하는데, 이들을 어떻게 밖으로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이죠.” 서씨는 중년의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가는 세월’이 발표되었을 때 태어나지도 않았던 젊은 사람들이 아직도 그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을 두고 “흘러간 시간에 대한 미련은 누구나 갖고 있지 않느냐”며 메시지가 주는 정서적인 공감대를 강조했다. 올해 안에 화려한 밴드의 반주 대신 담백한 통기타의 선율을 담은 새 음반을 발표할 계획이라는 서씨는 “분에 맞지 않는 요란한 장식을 벗어버리고, 겸허히 다시 출발점에 섰으면 한다”고 방점을 찍었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03-02 17:01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