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1의 경쟁 뚫고 선발된 여군 정예요원들, 간호·공보·의전 등 비전투임무 수행
[한국의 여전사들] 31人의 낭자군 이라크를 가다 10대 1의 경쟁 뚫고 선발된 여군 정예요원들, 간호·공보·의전 등 비전투임무 수행
- 이라크 현지 대민업무에 투입 한국판 ‘GI제인’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여군 31명이 내전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이라크 북부의 키르쿠크로 4월 초에 전격 파병 된다. 베트남 전 이후 최대 규모로 기록될 이라크 평화ㆍ재건사단(일명 자이툰부대)에 참여하는 이들은 현재 경기 광주 특전 교육단에서 정식 부대 편성을 마치고, 현지 파견에 앞서 각종 교육 훈련과 장비와 물자의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라크로 떠날 우리 여군(장교 17명, 부사관 14명) 정예 요원들은 주로 의전을 비롯해 간호와 정보, 공보, 경리, 전산, 통역 등의 기능을 수행하며, 민사 여단에서 활약하게 될 부사관들은 여성과 관련된 각종 임무 등 현지에서 필요한 작업을 맡게 된다. 이들이 이라크에 파병된 미 여군들처럼 토마호크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F-18 전투기를 조종하며, 적진과 교전을 벌이는 전투병으로 참여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적의 매복 공격이나 테러의 위험을 받을 경우, 교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자이툰 부대는 구두 경고-공중 경고 사격-조준 사격 등의 3단계로 전투 돌입 과정을 규정, 자위권 차원의 반격을 제외한 선제 공격은 원칙적으로 불허했다. 그러나 이번에 파견될 여군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각종 병기사용 수칙과 전투 능력 배양 훈련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 여군의 파병이 저둔 효과는 이미 입증됐다. 지난해 10월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 파병돼 현재 주둔중인 의료지원단 제마부대 2진 소속 경비 중대원 중의 한국 여군 2명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특전사 여군 중대 송정복(39)상사와 박세영(24)하사는 1964년 베트남에 한국군을 파견한 이래 여군으로서는 처음으로 현지 공식 경비요원으로 근무중에 있다. 이들은 현지에서 부대원들의 신변 경호와 여성 환자를 안내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특전사 경력 19년째의 송 상사는 대 테러팀에서 5년 근무한 경력의 소유자로, 태권ㆍ합기도가 각각 2단 등 유단 무술 합계만도 7단으로 500여 차례의 공중강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대 테러팀에서 정예 요원 교육을 받은 박 하사는 태권도 2단 등 무도 합계가 6단으로 화기 담당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현지에서 한국 여성의 강인함과 섬세함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임무 수행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육해공군 최일선에 여군배치 완료
자이툰 부대의 파견에 때를 맞춰 우리 여군의 위상과 지위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번 자이툰 부대에 참가 신청서를 낸 여군 지원자들의 선발 경쟁률은 10.1대의 1에 이를 정도로 치열한 선발 과정을 거쳐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이는 이미 3,4년 전부터 예고된 일로서, 여군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도를 반영한 것이다. 혹독한 훈련으로 정평이 나 있는 해병대 여군 학사장교 2001년 지원경쟁률이 53대1에 이를 정도로 여군에 대한 인기도는 최근 들어 급상승 하고 있다. 여성부가 지난해 말 학생과 일반인 7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초ㆍ중ㆍ고생의 경우, 여군을 가장 흥미로워 보이는 직업 1순위로 꼽을 정도다. 특히 여군 지원에 대한 인기가 높은 배경에는 여성 취업난의 여파가 한 몫을 하는 부분도 있지만, 여성으로서 20대의 나이에, 그 직책에, 그 만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단연 군대만한 곳이 없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밖에서 보듯 꼭 대우를 받아 가며 돈을 벌기 위해 군대를 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여군들은 단호하게 항변한다. 국방부 여군발전단에 따르면 최근 유엔의 성별 실력 지수 분석 결과에 의하면 한국의 여성 지위는 세계 63위에 불과한 반면, 여군의 위상은 선진국과 순위를 다툴 만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수립 직후인 1948년에 여군 장교 32명을 배출한 이래, 여군 역사가 시작된 지 56년뒤의 진출 병과를 기준으로 볼 때 미국과 유럽에 비교해 우리 여군의 위상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군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육군에서는 여군이 69년 공수요원을 배출한 데 이어 93년부터 사단 신병교육대 소대장, 보병부대 중대장, 법무장교, 연대장 직책을 맡았다. 또 육사 출신의 여군 장교들이 최초로 임관한 2002년에는 전방 소총 부대 여군 소대장이 탄생해 ‘금녀의 벽’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분위기다. 공군은 97년 사관학교 중 최초로 여성에게 공사 문호를 개방, 2001년부터 여군 장교와 부사관을 배출했으며 지난 해에는 최초의 여성전투기 조종사 3명을 실전에 배치하기도 했다. 해군 역시 2001년 최초의 여군 장교가 임관한 데 이어 2002년 여군 함정 근무자가 탄생했고, 지난해 5월에는 여군이 전투함에 승선했다. 이로써 육해공군의 전투 최일선에 여군 배치가 완료된 것이다. - ‘여성 벽’ 여잔, 진급 등서 형평서 확보돼야 하지만 현재 우리 여군의 수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여성이란 벽’에 막혀 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현재 여군은 장교와 부사관 등 모두 합쳐 3,018명으로 총정원의 2.7% 수준이다. 주요 외국의 여군비율은 미국 14.8%, 캐나다 11%, 프랑스 8.5%, 영국 8.1% 등으로 우리나라의 3배 이상에 달한다. 국방부는 2010년까지 여군의 비율을 5%(7,000여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지만 양적인 증대 정책에 여군들의 질적 위상은 낮다는 반론도 거세다. 특히 높은 계급으로 올라갈수록 인력구조가 열악해 장군은 간호병과에 1명뿐이고, 부사관까지 포함해 2,600여명에 달하는 육군 여군 가운데 대령은 2명, 중령은 8명, 소령은 49명에 불과하다. 우리 여군에서 영웅이 배출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여군의 증원 문제는 물론, 진급 과정에서 형평성이 확보돼야 하는 등 일대 전기가 절실하다는 지적은 여전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입력시간 : 2004-03-09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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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만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