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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시대] 꿈의 고속철 질주의 시대 연다
전국이 2시간대 생활권, 교통혁명이 가져올 공간혁명
탈 서울 통근족 양산, 지역간 불균형 등 부작용도 우려


서울역에서 걸어 10분 거리인 제일제당 본사에 근무하는 김태성(39) CJ 기업 홍보팀 과장.남들보다 매사 한발 앞서는 판단력과 추진력으로 내실과 이재를 동시에 챙겨 실속파로 통하는 그는 요즘 고속철 천안ㆍ아산역 주변 아파트의 분양 정보수집에 분주하다. 탄핵정국 여파로 어수선한 그의 마음은 고속철 개통을 앞두고 벌써 시속300km 속도로 중부권을 달려간다.





■ 고속철(KTX) 제원

◇총 길이 388m ◇총 중량 771.2 톤 ◇편성 총 20량(동력차 2량, 특실 4량, 일반실 14량) ◇동력 1만3,560kw(1만8,200마력) ◇운행최고속도 300km/h ◇안전한도속도 330km/h ◇가속 성능: 정지 상태에서 300km/h까지 6분 8초 ◇운행 소요 시간 (서울 기점): 대전 49분, 대구 1시간 39분, 광주 2시간 37분, 부산 2시간40분 ◇열차 가격 20량 1편성 약 386억원 ◇좌석수: 특실 127석 일반실 808석




“떠나고 싶어요. 앞으로 3년 후면 고속철로 출퇴근하는 ‘익스프레스 통근족’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지 않겠어요?” 올해 중 충남 천안ㆍ아산 지역에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27곳 2만3,400여 가구. 1,000가구가 넘는 메머드급 단지만도 9곳에 이른다. 4월 1일 개통되는 고속철도를 이용할 경우 서울역에서 천안ㆍ아산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34분. 김 과장이 현재 사는 경기 광주에서 출근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약 1시간 50분)과 따져보면 고작 3분의1 코스다. 버스를 타고 전철로 갈아탄 후 다시 택시를 이용해야 했다. 그렇게 아침마다 한바탕씩 치러야 했던 ‘갈아타기 전쟁’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고속철로 단 한 번 만에, 그것도 신문을 한 번 훑어 보기가 바쁘게 서울역에 도착하는 세상이 열렸다. 하루가 오히려 더 빨라질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천안ㆍ아산역은 서울에서 출발한 고속철의 첫 정차역으로 영남과 호남에서 떠난 여행객들에게는 수도권의 첫 역이다. 이젠 천안ㆍ아산 지역은 서울에서 96㎞거리지만, 고속철 시대에 접어들면서 수도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속철 개통 초기에는 호기심에 ‘고속철 한번 타보자’는 사람 상당수가 서울역-천안ㆍ아산역 티켓을 끊을 가능성이 높다. 전국적으로 소문난 병천순대와 호두과자의 고장 천안. 온양ㆍ도고ㆍ아산 온천 등 3대 유명 온천지대가 고속철 역에서 10여분 거리로 고속철도 타보고 온천 물에 몸마저 담글 수 있다니 과연 금상첨화다.



김 과장은 내 후 년쯤 가족이 한 명 더 늘 경우, 누릴 혜택은 저렴한 집값뿐만이 아니다. 아파트 평수도 늘어나는 것은 물론, 온천지대 인근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고속철 통근족’의 생활은 삶의 질을 훨씬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믿는다. 단, 회사 일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다면 총알 택시 아니면 외박만이 해결책이 되겠지만.



김 과장은 그렇다고 출퇴근의 혜택만을 고려해 지금 당장 집을 옮기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아직 고속철 지방 역세권 주변 생활 환경과 부대 시설 등이 제 모습을 갖추기엔 어느 정도 숨 고를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신행정 수도 건설이 본격화되고 아파트를 분양 받아 입주하게 될 3년 후라면 얘기는 분명 달라진다. 바야흐로 고속철 시대는 우리 생활의 대혁신으로, 전국 지도를 다시 그리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 전국이 한 울타리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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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최대 관심사는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탄핵 정국의 실마리도, 총선에 대한 막연한 예측도 아닌, 우리 실제 생활권에 일대 변화를 몰고 올 고속철도(KTX)의 개통이다. 꿈의 육상 교통 혁명으로 불리는 고속철 개통은 말 그대로 시속 300km로 바람을 가르는 초고속 스피드로 중앙과 지방을 한 호흡에, 한 울타리로 엮는 우리나라 교통사의 역사적인 대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고속철 개통을 앞두고 항공사들이 벌써부터 국내 운행 횟수를 줄이고 각종 서비스 경쟁에 만전을 기하는 것도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고속철 개통의 여파는 그만큼 상상을 초월한다. 사회ㆍ정치ㆍ경제ㆍ문화ㆍ레저 등 전분야에 걸쳐 우리의 생활권은 진정한 전국 시대를 향해 달려 가고 있다. 고속철 개통으로 진정한 지방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말은 더 이상 새로운 테마가 아니다. 고속철이 통과하는 서울 용산, 경기 광명, 충청 천안 - 아산 역세권을 중심으로 땅값은 치솟을 만큼 치솟아, 이미 웬만한 수도권 택지 상승률의 곱절을 웃돌고 있다. 전국이 2시간 대의 생활권으로 압축되는 고속철 시대는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에서 ‘반의 반나절’ 생활권으로 좁히는 공간 혁명을 가져오고 있다.



고속철을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리는 시간은 재기에 나선 메이저리그 박찬호의 8회 말 투구가 채 끝나기도 전인 2시간 40분. 서울에서 목포까지는 2시간 58분. 꼬박 한 나 절 걸려야 도착할 수 있었던 탓에 감내해야 했던 허리 통증을 느낄 틈도 없게 만든다. 그것 뿐인가. 2010년에 KTX 2단계 공사가 완공되면 서울-부산 구간은 월드컵 예선 축구 경기에 몰입했던 탑승자가 승리의 흥분과 감동이 채 가라 앉기도 전인 1시간 56분만에 주파된다. 승리의 여운은 플랫폼에 남겨야 할 지 모른다.



하지만 샐러리맨들에게는 어쩌면 더한 고욕일 수 있다. 서울에서 오전에 출발해 부산에서 1시간 가량 업무를 보고 당일 오후 서울로 돌아와 회의에 참석하거나 출장 보고를 올려야 할 만큼 더 바쁜 하루 일과를 보내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 총무과로부터 부산출장 1박 2일이란 숙박을 위한 출장비는 더 이상 받아 볼 수 없게 되는 셈이다. 고속철 시대에 지방출장의 여유로운 낭만을 기대한다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라는 얘기다.







고속철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만 따지면 충청권의 경우 서울 인근의 일산ㆍ분당 신도시 등과 접근성이 비슷해져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수도권으로 편입되는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중부권을 1시간대에 닿을 수 있게 되면 탈 서울을 꿈꾸는 ‘KTX 통근족’들이 대거 등장하고, 고속철 역세권 주변에 내 집 마련 붐이 일어 신 거주지가 활성화되는 현상이 가속화 된다. 이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이들 ‘통근족’에게 가장 부담되는 문제는 역시 통근비. 정기 통근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철도청은 고속철 운임을 60% 할인해 판매할 계획. 서울-천안ㆍ아산간 왕복 정기권은 월 26만4,000원으로 하루 8,800원 꼴이다.



앞으로 아산 신도시로의 이전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이 확대될 것으로 보여 서울 - 천안간 셔틀 열차를 운행하는 방안도 추진 중에 있다. 일본에서는 1998년 신칸센 통근자에 대해 정부가 월10만엔을 상한선으로 ‘통근 수당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고 상당수 기업이 통근비의 70~90%까지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ざ捉?고속철 시대?본격화될 경우 ‘통근족’들에 대한 각종 정부ㆍ기업 지원이 뒤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 레저분야에 변혁의 바람



문화ㆍ레저 분야에 불어 닥칠 변화의 바람은 더욱 거셀 지 모른다.



주말여행을 위해 늦어도 금요일 밤이면 서울을 출발해야 했던 ‘얼리(early) 떠나요’족도 이젠 더 이상 밤도둑 흉내를 낼 필요가 없다. 토요일 아침 일찍 출발하는 고속철에 몸을 싣는다면 2~3시간 만에 부산과 목포 등 동과 서의 남단에 다다를 수 있다. 4ㆍ5월 완연한 봄 햇살에 화려하고 다양한 꽃 축제를 가족과 만끽한 후 달빛 아래서 하루를 지새워도 일요일 정오쯤이면 서울로 돌아올 수 있다. 그만큼 월요일 근무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또 주말마다 수도권 교통정체로 몸살을 겪어야 했던 ‘마이카’족도 이젠 차를 버리고 편안하게 고속철에 몸을 맡긴 채 주말 이동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벌써부터 주요 여행사들은 앞 다퉈 고속철 개통에 맞춰 정차 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여행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호남선의 종점인 목포시는 현재 하루 2,100명 정도인 목포역 이용객이 고속철 개통 후엔 5,400명으로 2.5배 정도 증가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이 중 순수 관광객만 600명은 될 것으로 보고 각종 관광개발상품 계획에 분주하다. 목포시 관광홍보 관계자는 “목포를 축으로 한 서남권 테마 여행 코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무료 시티 투어?비롯해 청소년 대상의 근대문화유적답사, 홍도와 연결한 근해 섬마을 체험 등 ‘원 스톱 패키지’ 관광 코스를 개발해 타지인들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전국이 풍성한 볼거리로 각종 축제 분위기에 휩싸이게 되는 5월이면 현실로 다가 올 꿈이다. 고속철을 타고, 주말 여행코스는 중부 이남권에서 영호남 남단까지 확장된다.



- 서울ㆍ수도권으로 인구집중







고속철은 ‘강력한 빨대’다.



고속철이 개통되면 단기적으로 유동 인구가 가장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곳은 역시 서울이다. 고속철이 일종의 빨대 역할을 해 문화ㆍ상업시설, 교육 기관 등을 이용하려는 지방의 유동 인구가 서울과 수도권으로 집중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내성이 강하지 못한 일부 지방경제권이 고속철 개통을 앞두고 벌써부터 탈 지역화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바로 이 대목. 대구 - 서울의 운행 시간이 1시간 40분대로 앞당겨지면서 고소득층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서울의 백화점, 병원, 문화 시설 등을 이용하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지방의 공항, 고속버스 이용객은 줄어들게 될 것을 내심 고민하는 때문이다. 서울이나 대구나 현지 백화점 매출액의 80%는 상위 20% 소비자들이 점유하기 마련. 이들 중 일부가 서울 쇼핑에 나서더라도 지역 백화점 업계는 몸살을 앓게 돼 지역 공동화라는 역풍을 맞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건 서울시립대 (사회학과)교수는 “가뜩이나 불경기 여파로 지방경제가 위축되고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고속철 개통이 지역간 불균형을 심화 시킬 우려가 높다”며 “고속철 정차역이 위치한 곳으로 주변 도시의 경제활동이 집중되면서 정차역이 없는 지역은 인구와 자원 유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삼성경제연구소는 택지 개발 사업이 계속되면서 고속철도 개통 효과와 맞물림에 따라 몇 개의 도시가 연속해 일체ㆍ광역화되는 현상(‘도시의 연담화’)이 가속화되고, 중장기적으로는 수도권 범위가 충청권 북부로 확장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부동산정보 전문기관인 닥터아파트도 경기외곽지역 보다 천안ㆍ아산 등 고속철 역세권 거주자가 수도권 출근을 더 빨리 할 수 있게됨에 따라, 충청권 역세권으로 거주지를 옮기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토연구원은 수도권의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하기 위해서는 지방권에서 수도권으로의 통근비 보조, 이용편수 확대, 이용시간대 확대, 이용좌석의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속철 시대의 개막은 우리의 생활 지도를 새롭게 그리는 일대 혁신을 몰아 오고 있다. ‘빠른 즐거움’이란 거대한 깃발을 휘날리며.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 2004-03-26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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