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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은 지금] 기세등등 朴풍에 鄭풍주춤, 秋풍낙엽되나
판세 가를 '바람의 대결'
박근혜 대표 '박정희 향수'로 돌풍, 정동영 기세 한풀 꺾여
추미애 위원장은 '호남지지' 재점화 위해 몸 던지며 고군분투


‘바람의 전설’. 4ㆍ15 총선을 앞두고 흥행 돌풍을 예감케 하는 신작이다. 전설의 주인공은 박정희 전 대통령, 돌풍의 주역은 그의 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다.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의 1인극으로 싱겁게 끝날 것 같던 총선판은 뒤늦게 등장한 ‘박풍(朴風ㆍ박근혜 효과)’으로 흥행을 거듭 하고 있다.

‘바람’은 또 있다. 우리당의 ‘정풍(鄭風ㆍ정동영 바람)’과 민주당의‘추풍(秋風, 추미애 바람)’이다. 그래서 이번 총선을 ‘바람의 대결’이라고도 한다. 총선 초반, 정풍이 ‘바람’을 주도했지만 막판에 박풍의 역풍과 추풍의 버티기를 당해, 견고했던 총선 지형에 균열이 생겼다. 특히 박풍은 그 세기와 풍향에 따라 총선판을 결정할 기세다.


- 거여 견제론ㆍ박정희 전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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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풍의 양날은 ‘박정희 향수’와 ‘거여(巨與) 견제론’이다. 먼저 빛을 발한 것은 ‘박정희’ 카드다. 박 대표는 3ㆍ23 대표 경선에서 “부모도 잃고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며 대의원의 감성을 자극, 지지표를 이끌어낸 뒤 대표 취임 후에는 박정희 시대의 ‘잘 살아 보세’를 상기시키는 민생ㆍ경제 행보를 주요 총선 전략으로 삼았다.

박 대표는 어딜 가든 ‘박정희’ 카드를 꺼냈다. 모친의 고향인 충청도에서는 고 육영수 여사를 떠올리는가 하면 마산ㆍ창원 등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경제 부흥)를 상기시키는 식이다. 박 대표의 전략은 상당한 효과를 거둬 한나라당 지지율 상승의 동력이 됐다. ‘전설’이 잉태된 영남에서는 특히 반응이 뜨거워 탄핵 폭풍은 거의 가라 앉은 듯하다. 박풍이 ‘박정희’라는 불씨에 의해 지펴지더니 박정희 전설이라는 향수를 타고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헌태 소장은 “박풍 속에 감춰진 박정희 향수는 경제부흥을 제1 가치로 여겼던 산업화 시대에 맥이 닿아 있다”면서 “최근 일반 국민의 경제 체감지수가 낮아지면서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시대를 그리워하고, 산업화 시대에 뿌리를 둔 보수층이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동영 의장과 추미애 위원장은 ‘박풍’의 배경이 되고 있는 박 전 대통령과 직간접의 ‘악연’이 있다. 정 의장은 1973년 박 전 대통령의 유신독재에 맞서 서울대 문리대 시위의 ‘행동대원’으로 나섰다가 구금됐고, 이듬해인 74년 봄엔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다. 1978년 MBC 입사시험 때는 “유신은 망할 것”이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 의장은 박 대표가 제1 야당의 간판이 되던 날 축하와 함께 박 전 대통령의 5ㆍ16 쿠데타에 빗대 “대통령 탄핵이라는 의회 쿠데타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주장해 ‘전설’의 부활을 경계하기도 했다.

추 위원장은 2001년 6월, 장안의 화제가 됐던 ‘취중발언’ 해프닝에서 ‘박정희 전설’을 분명히 거부했다. 당시 작가 이문열씨와 조선일보를 욕한 게 문제가 됐지만 그 단초는 ‘전설’을 비판한 것이었다. 추 위원장은 박 대표가 정계에 입문한 96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 얘기를 하면서 박 후보쪽이 내건 ‘죽은 박정희가 산 김대중을 이긴다’는 캐치프레이즈로 지역감정이 살아나 패했다면서 울분을 토로하던 중 문제의 발언을 했다.



정 의장과 추 위원장에게 ‘박정희 향수‘는 떨쳐 내고 싶은 ‘전설’일 뿐이고, ‘박풍’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입장이다. 그러나 ‘박풍’은 총선이 임박하면서 더욱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탄핵 정국 이후 50%대까지 치솟았던 우리당 지지율이 40%대로 떨어진 반면, 한나라당 지지율은 박근혜 체제 출범 이후 20%대를 넘어 섰고,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반해 정풍은 탄핵정국의 덕을 봤지만 자체 동력 부족으로 박풍에 밀리는 양상이다. 최근엔 ‘노인층 비하’ 발언의 악수까지 둬 입지가 축소됐다. 추풍은 당의 위상 추락과 ‘한지붕 두 살림’ 여파로 좀처럼 감지되지 않고 있다.

‘박풍’은 또 다른 날인 ‘거여(巨與) 견제론’을 타고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박 대표는 취임 일성부터 거대 여당에 대한 견제를 강조했는데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엔아이 코리아의 이흥철 대표는 “최근 한나라당의 지지율 상승은 ‘박근혜 효과’에 따른 영남표ㆍ보수층 결집, 숨은 한나라당표 표출 등의 요인이 작용했지만, 전국적인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은 ‘거여 견제론’이 먹혀 들고 있다는 방증이다”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기관인 TNS가 3월 24일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 조사를 한 결과, 박 대표가 주장하고 있는 ‘거여 견제론’에 대해 응답자의 63.1%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7.3%에 머물렀다.(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7%). 특히 영남에서는 호남보다 20% 포인트 이상 높게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연구실장은 “전국적으로 ‘공감한다’는 응답이 높았고, 특히 서울의 영남권 출신은 78.1%의 가장 높은 반응을 보였는데, 이는 ‘박근혜 효과’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실장은 그러나 “탄핵에 대한 반대 여론이 여전히 높아 ‘거여견제론’이 여론조사 결과대로 투표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 정동영, 지역주의 부활에 경계심



정 의장은 박풍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거여 견제론’에 대해 ‘탄핵심판론’과 ‘정치개혁론’으로 맞서고 있다. 정 의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탄핵심판론’이 ‘거여견제론’보다 월등히 높게 나오는 것은 민심의 소재를 반영한 것”이라면서 “야당이 민심을 곡해해 표를 구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정 의장은 또한 “이번 선거는 40년만의 첫 탈(脫) 지역주의 선거가 될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이 기대하는 ‘박근혜 효과’가 지역주의 자극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말해 ‘박풍’에 대한 경계를 숨기지 않았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박근혜 효과’가 신TK주의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총선 승패를 떠나 우려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추 위원장은 박풍과 정풍에 맞서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표’에 승부를 걸었다. 한나라ㆍ우리당의 양강 구도 속에서 민주당 지지표만이라도 확실히 챙기자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추 위원장은 박준영 전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과 조순용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각각 선대본부장과 선대위 대변인에 임명하고, 한화갑 전 대표를 선대위 고문에 앉히는 등 DJ 사람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3일에는 광주를 방문해 ‘한ㆍ민 공조’ 사죄를 위한 ‘3보 1배’ 행진을 하는 등 호남 표심을 파고 들었다.

‘바람의 대결’은 영남풍을 시발로 전국 확산을 꾀하려는 박풍과 거대 여당호를 견인하려는 정풍 간의 승부로 압축된 가운데 생존을 위한 추풍이 틈새를 비집는 양상이다. 3풍의 흔적이 어떻게 남을 지, 4ㆍ15 격전지는 폭풍 전야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4-04-0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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