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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세갈래 우리당 원래대로 헤쳐모여?
태생적 '잡탕' 고민에 계파갈등 잠복… 정계개편 불씨 될 수도

“현재의 열린우리당은 ‘잡탕’이다. 정치 개혁이라는 대의로 뭉친 다음에는 이념 성향에 따라 보수와 진보로 분리되어야 한다고 본다”.

총선 정국에 파문을 몰고 온 ‘분당론’의 골자다. 문성근 열린우리당 전 국민참여운동본부장은 4월1일 ‘미디어다음’과의 회견에서 열린우리당의 구조와 후보 공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분당론을 해결 방안으로 제기했다.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찍어 정치판을 갈아엎은 다음에 옥석을 가려내 진성 당원이 중심이 된 정책정당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앞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으로 노사모 회장을 지낸 명계남씨도 3월25일 서울대 강연에서 “열린우리당은 보수와 진보가 섞여 있어서 빨리 쪼개져야 한다”며 분당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씨와 명씨는 지난 6일 보도자료를 통해 분당론에 대해 해명하고 열린우리당을 탈당했지만, 후유증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가에서는 분당론의 배경을 놓고 이견이 있지만 열린우리당의 선대위 출범과 후보 공천 과정에서 나타난 정동영 의장 등 당권파의 독주에 대한 친노(親盧) 개혁그룹의 견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총선을 통해 거대여당의 출범이 확실시되는 시점에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총선후 치열한 당내 주도권 다툼을 의미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정 의장 체제에 문씨와 명씨 등 개혁당 출신들이 줄곧 반발해 왔던 점에 비춰 총선후 친노그룹의 적극적 역할론을 암시한 대목이라는 해석도 있다. 개혁당 출신의 한 관계자는 분당론과 관련, “대선 과정을 보라. 우리가 노 대통령의 당선과 노무현 당 출범의 숨은 주역이었다면, 민주당 출신의 당권파는 과실(果實)만 따냈을 뿐”이라며 “총선 후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해 그 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 친노그룹 정동영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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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일각에서는 분당론의 연원이 될 만한 비화가 떠돌고 있다. 개혁당을 창당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과 유기홍 후보(서울 관악 갑)는 대선이 중반을 넘긴 2002년 8월 말쯤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를 찾았다. 당시 당에서는 정몽준 후보(국민통합21)를 대타로 내세우려는 경향이 노골화하고, 노 후보는 지지율을 끌어 올릴 뚜렷한 방안을 찾지 못해 낙담을 하고 있던 때였다.

유 의원과 유 후보는 노 후보에게 ‘노무현 지키기와 대선 승리’를 골자로 한 신당 카드를 내밀었다. 신당은 기존 정당과 차별화 된 노선과 진성당원을 핵심으로 하는 개혁정당이었다. 노 후보는 “좋은 생각이다. 고맙다”고 했지만 대선 지형이 워낙 불리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 후보는 그 해 10월20일 개혁국민정당의 연합후보를 수락하면서 “민주당을 확 뜯어고치겠다”고 밝히고, 친노 인사를 민주당의 주세력웰영풩돈?하겠다는 “민주당 주도세력 교체론”을 들고 나와 동교동계를 비롯한 당권파와 확실한 선을 그었다. (지난해 민주당 분당과 신당 창당의 뿌리는 사실상 여기에 있다)



춘천 조양동에서 열린 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거리유세를
마치고 한 시민과 핸드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춘천=홍인기 기자



2002년 11월 말,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 이후 동교동계도 노 후보의 승리를 위해 뛰었지만 이미 ‘노심(盧心)’에선 멀어져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 9월, 민주당 분당으로 이어졌고 2개월 뒤인 11월11일 열린우리당이 창당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참여그룹은 문 전 국민참여운동본부장의 표현대로 라면 ‘잡탕’이었다. 민주당 신당파, 한나라당 탈당파인 통합연대, 개혁당, 당밖 개혁세력인 신당연대 등이 결합한 것.

열린우리당의 이 같은 태생적 구조는 오늘날 정동영 의장이 주축인 당권파, 김근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재야ㆍ소장파, 개혁당 출신이 다수인 친노파의 세갈래로 나뉜 배경이 됐다. 이념적으로도 당권파가 실용주의 개혁노선을, 재야파는 진보에 가까운 중도주의, 친노파는 순수 진보주의를 표방했다.

- 당 주도권 놓고 삼각 대결

그러나 문 전 본부장이 분당론을 주장하고 열린우리당의 현주소를 ‘최선’이 아닌 ‘차선’이라며 당 혁파를 강조한 메시지의 핵심은 총선 후 당 주도권을 거머쥐겠다는 것과 2007년 대선의 중심세력으로 자리잡겠다는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분당론의 직접적인 단초가 총선 전 선대위 구성과 후보 공천을 둘러 싼 계파간 갈등에 있었다는 것은 그러한 함의를 방증하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정 의장 등 당권파가 자신들이 영입한 외부 인사들과 측근들을 선대위 요직에 앉히고, 공천 과정에 입김을 넣는 등 독주를 하자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낀 다른 계파, 특히 친노 개혁그룹이 강력하게 반발한 것이다.

개혁그룹을 대변하는 유시민 의원은 정 의장의 ‘세 확산’ 시도에 3월18일, “열린우리당은 장관이나 언론사 고위직을 지낸 사람을 모셔서 국회의원을 만들어주는 자원봉사 조직이 아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열흘 뒤에는 비례대표 후보 순위 확정 과정에 참여해 개혁당 추진위 공동대표를 지낸 이경숙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가 비례대표 5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탄핵안 가결 이후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조성준 의원을 표결 부결시키는 등 개혁당 출신의 결집력을 보여줬다.

당권파가 노 대통령의 386 핵심측근인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 후보)과 서갑원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전남 순천 후보) 등이 후보 경선에서 승리했음에도 공천을 배제하려 한 것도 당권, 나아가 차기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총선 후 노 대통령이 입당할 경우 친노그룹의 파워가 강화돼 당권과 대권을 모두 노리는 정 의장측 입장에선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닌 것이다.

김 원내대표를 비롯한 재야파와 386 운동권 출신 소장파가 당권파에 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분당론의 이면 전쟁을 확전시킬 요인이다. 양측은 ‘촛불집회’와 ‘의원직 총사퇴’등 당내 주요 현안을 놓고 줄곧 대립해온 데다 공천 과정서 크게 다퉈 재야ㆍ소장파와 친노그룹과의 연대도 점쳐지는 양상이다.

‘분당론’은 인물 솎아내기와 노선(이념)에 따른 줄서기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총선 후 정계개편의 단초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세력분포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정계개편은 물론, 분당론이 현실화될 수 있는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 더욱이 이번 총선은 2007년 대선으로 가는 ‘길목’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당내 구조와 차기 후보군의 위상에 따라 분당론의 탄력지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4ㆍ15 총선을 계기로 3김 정치의 기반이었던 지역주의가 상당 부분 탈색되고 정책과 노선에 따른 정당이 자리잡아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선의 ‘악재’가 됐던 분당론이 주목받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분당론이 정책과 노선에 따라 발전적 형태로 나아갈 지, 아니면 구태의 또 다른 권력투쟁으로 변질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4-04-13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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