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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총선 성적표 들고 '대권 수능' 앞으로!!!
여야 선거 사령탑 정동영·박근혜·추미애 차기 이미지 각인 성공
당내 역학구조상 아직 소수파 한계… 정계 개편 외풍에 휘둘릴 수도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시작된다. 4ㆍ15 총선은 후보 개인이나 당에 하나의 ‘길’이다. 총선을 끝으로 길을 떠나는 이와 새 길에 나선 이로 갈린다. 당 또한 화려하게 새 단장을 하거나 궁핍한 채로, 또는 문을 닫고 사라지는 경우로 나뉠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총선 판세를 두고 ‘우리당이 제 1당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지만 의석수에 있어서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김정훈 미디어리서치 대표, 김덕영 코리아리서치 대표 등 대다수 전문가들은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이 무난히 과반수를 차지할 것’으로 점쳤지만, 이흥철 에아이 코리아 대표등 일부는 “역대 선거에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 구조적 요인이 있다”면서 140~150석 정도를 예상했다. 표면상의 열기와 달리 20~30대 투표율이 낮아, 우리당과 한나라당과의 의석 격차가 3~5%에 머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탄핵이나 정 의장의 실언과 같은 파괴력 있는 변수가 없는 한 ‘우리당의 과반수 1당’이 유력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또한 차기 후보와 관련한 여론조사에서는 정동영 우리당 의장이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2위로 바짝 뒤쫓고 추미애 민주당 선대위원장도 5~8위에 랭크돼, 3인의 대권 레이스가 가시권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총선이 차기 대선으로 가는 길목인 만큼 각 당의 총선 성적표는 대권 예비주자들의 레이스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 또한 이들을 중심으로 이합집산할 것이 예상돼 총선 이후 정국 지형은 3인의 차기 주자들이 당 안팎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 3인 이합집산 가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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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이번 총선을 차기 대선과 연계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세 사람의 (차기 주자, 또는 가능성)이미지가 국민에게 각인 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세 사람의 역할이 총선 판세에 변화를 준 것은 사실”이라고 분석해 총선 성적표가 이들의 대권 레이스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가능케 했다.

특히 정 의장은 이번 총선을 계기로 명실상부한 ‘차기 주자’로 급부상했다는 평이다. 96년 우리당 이해찬 의원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한 뒤 ‘온실속의 화초’라는 얘기를 들어 왔지만, 총선 관문을 넘어서면서 여권의 유력한 차기 후보의 입지를 굳혔다는 분석이다. 정 의장은 대선이 있던 2002년 초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끝까지 완주, ‘아름다운 패배’의 주인공이 되면서 “노무현 다음은 정동영”이라는 소문이 정치권에 파다했던 바다.

정의장의 측근에 따르면 지난해 민주당 탈레반 3인방(천정배ㆍ신기남ㆍ정동영)의 일원으로 신당 창당을 주도하면서 대권 꿈을 다져 갔다고 한다. 새해 첫날인 1월 1일, 참모진ㆍ지지자들과 함께 했던 청계산 등반에서는 “이제 좌고우면의 단계를 지났다”며 차기 주자로서의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어 1ㆍ11 당 의장 선출을 위한 우리당 전대에 출마해 압도적 표차로 당선, 대권을 향한 확실한 발판을 마련했다. 정 의장의 대권 시험무대이기도 한 4ㆍ15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정풍(鄭風, 정동영 바람)’을 일으켜, 탄핵풍의 덕과 ‘노풍(老風, 노인폄하 발언에 따른 역풍)’의 오점에도 불구하고 후한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정 의장이 발을 딛고 있는 우리당의 사정은 결코 녹록치 않다. 총선 기간 중에 불거진 ‘분당론’ 파문에서도 알 수 있듯 당내 계파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대권 가도에 들어선 정 의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지난 1ㆍ11 당 의장 경선과 공천 과정에서 나타난 친정(親鄭)파와 반정(反鄭)파 간의 알력 또한 정 의장에게 불길한 암초다. 1ㆍ11 경선 과정에서 김원기 고문을 비롯한 시니어 그룹과 김근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재야 출신의 개혁 그룹은 정 의장에 맞섰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는 이들 뿐만 아니라 유시민 의원 등 개혁당 출신들까지 “정 의장이 공천에 개입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해 앙금이 남아 있는 상태다.

- 정동영, 친노파와 관계 숙제





현재 우리당 구조는 정 의장을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김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중도개혁파, 김원웅ㆍ유시민 의원 등 개혁당 출신의 친노 진보파 등으로 3분돼 있다. 정 의장이 대권 레이봇【?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그러한 이질적 부분들을 조율할 수 있는 리더십이 요구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입당할 경우 계파간 파워게임이 더 치열해져 내홍도 배제할 수 없다.

정가 일각에선 총선 후 정계 개편을 전제, 우리당 당권파가 친노 개혁그룹에 밀려 정 의장의 위상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총선 과정에서 대립각이 설대로 선 야당과의 관계 설정도 난제여서 총선이 끝나면서 드러날 새 길은 정 의장에게 대권의 시험무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 비유되던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의 ‘박풍(朴風, 박근혜 바람)’덕에 비교적 상처를 적게 입은 상황이다. 그만큼 총선 후 박 대표의 입김이 강화되고, 박 대표가 당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동시에 박 대표가 총선의 최대 수혜자로 차기 주자 반열에 우뚝 섰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총선 초반 한나라당의 추락은 차떼기당이라는 오명과 탄핵 역풍에 따른 것이었지만 차기 대선과 관련해 ‘불임정당’ 이란 회의감도 적지않게 작용했다”면서 “박근혜 효과가 나타난 것은 당 이미지 쇄신도 있었지만 ‘불임정당’이란 인식을 불식시킨 측면이 있다”고 분석해, 박 대표가 한나라당의 차기 주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여지를 높여 줬다. 박 대표가 이회창 전 총재의 핵심 브레인으로 지난 대선에서 전략은 물론 외부 인사 영입을 실질적으로 주도한 유승민 전 여의도연구소장을 비례대표(14번)에 배정한 것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박 대표의 대권 레이스가 본격화됐음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박 대표의 당 안팎 사정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당 내에서 박 대표는 여전히 소수파여서 대권 레이스에 동력이 될 우군 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탄핵풍의 위기에 당 세력간 갈등이 박 대표로 봉합됐지만, 총선이 끝나면서 이질적인 세력들이 당권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당 내홍으로 치달을 수 있다. 박 대표의 리더십은 당연히 시험 받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총선 과정에서 쌓아놓은 위상이 무너져 대권 레이스를 중단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도 도래할 수 있다.

- 박근혜, 무주공산 먼저 깃발



총선 의석이 ‘영남 자민련‘이라 할 정도로 영남에 집중되고 수도권 일부에 국한된 것은 당 뿐만 아니라 박 대표에게도 부담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 소장은 “한나라당이 영남당 색채가 강할수록, 그러지 않아도 수적 열세에다 이념적 성향도 다른 수도권 의원들은 정계 개편이 가시화될 경우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도권 의원들의 우리당 합류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현실성 있는 시나리오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번 총선은 민주당과 추미애 위원장에게 ‘극적인’결과를 가져왔다. 민주당은 선거 막판에 분 ‘호남풍’덕에 간신히 연명을 했고, 추미애 위원장은 ‘차기 주자’라는 값진 훈장을 달았다. 사실 이번 민주당의 총선은 ‘추미애에 의한 추미애의 선거’라는 평이 나올 만큼 추 위원장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추 위원장의 ‘3보1배’라는 파격적인 카드가 없었다면 민주당호는 완전히 침몰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담론 수준에 머물러 있?‘추미애 주자론’도 총선을 계기로 현실화했다는 평이다. 노 대통령이 2002년 대선을 하루 앞둔 12월 18일 서울 종로 유세에서 추 위원장을 차기 주자로 거론하고, 지난해 11월 민주당 전대에서 경선 2위로 흥행을 주도했을 때도 추 위원장은 ‘의원 추미애’라는 인상이 더 강했다. 그러나 추다르크가 돼 민주당호를 구해내면서 추 위원장은 당당히 ‘차기 주자’로 업그레이드 됐다. 추 위원장의 한 측근은 “지난해 민주당 전대를 앞두고 당권파가 ‘조순형 중앙위의장 - 추미애 원내대표’ 합의 추대를 주도했을 때 이를 거부하고 의장 경선에 나가면서 사실상 ‘대권’ 행보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가에서는 지난해 신당행이 유력했던 추 위원장이 민주당에 남은 것도 (민주당이)대권 도전에 유리한 지형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 추미애, 쇠락한 당세 최대 고민





이번 총선이 추 위원장에게 ‘차기 주자’라는 날개를 달아준 것은 사실이지만 비상(飛翔)을 하기에는 장애물이 너무 많은 것도 현실이다. 먼저 민주당이란 울타리의 한계다. 총선 이후 민주당은 ‘호남 자민련’으로 쇠퇴할 가능성이 높다. 소수 야당이라는 물리적 한계에서 비상이란 ‘꿈’에 불과하다. 타협하지 않는 행보로 당에 동지보다 적이 많은 것도 추 위원장에 부담이다. 추 위원장의 비전이나 노선(이념)이 우리당(또는 차기 주자)의 그것과 차별화가 안될 경우 ‘차기 주자’의 매력을 상실 할 수 있다.

정가에서는 총선 후 전개될 정계개편의 양상에 따라 대권 레이스 초반, 3인의 위상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외견상 정 의장이 유리하지만 당내 복잡한 구조는 그의 리더십을 위협할 수 있다. 박 대표는 당의 영남 기반이 탄탄해 외풍에 견딜 수 있지만 소수파라는 점과 지역정당을 넘어서야 하는 과제가 부담이다. 추 위원장은 ‘비상’에 앞서 ‘생존’과 ‘노선’에 따른 선택을 고민해야 할 지 모른다.

엔아이 코리아 이 대표는 정치에서의 ‘공명(共鳴) 메카니즘’을 원용, 3인의 유력 주자를 ‘햇빛형’과 ‘달빛형’정치인으로 빚대 “햇빛형이 스스로 발광채를 갖고 산발적인 이슈가 작은 북처럼 공명을 울려 전국적인 아젠다가 됐을 때 지도력을 발휘하는 타입이라면, 달빛형은 주어진 아젠다에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장기적인 대권 레이스에서 ‘햇빛형’은 살고 ‘달빛형’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3인의 주자 중 과연 누가 ‘햇빛형’으로 생존하게 될 지 관심가는 대목이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4-04-13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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