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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그 후] 우뚝 선 鄭, 몸 던진 盧, 게임은 이제부터
총선 지휘 정동영 의장의 '차기' 속도에 盧측 브레이크
盧-鄭갈등 어디서 폭발하나 정가 촉각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방송사 출구조사가 발표된 15일 저녁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만난 정동영 의장의 측근 J씨는 긴장을 풀지 못했다. 출구조사가 최대 170석까지 예상하는 등 분위기는 한껏 고무됐지만, ‘선거란 여전히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인 만큼 조심스러웠다.

그는 총선 1주일 전 자체 여론조사결과 최대 148~150석이 예상됐지만 지지율이 하락세라 총선 당일에는 더 낮게 나올 것으로 보고 향후 정 의장의 위상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사실 4ㆍ15 총선은 정 의장에겐 ‘명운’이 걸린 시험대이자 갈림길이었다. 1ㆍ11 전당대회에서 당 의장으로 뽑힌 뒤 ‘정풍’(鄭風, 정동영 바람)을 타고 순항하던 ‘차기 대권’의 꿈은 탄핵역풍으로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러나 ‘노인 폄하’ 발언에 따른 역풍으로 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하는 등 한순간에 바닥으로 추락하자 4ㆍ15 총선 결과에 따라서는 ‘차기’는커녕 당내 입지조차 위태로운 지경으로 몰렸다. J씨는 “과반에 못 미치는 140석 정도 얻었을 경우 (정 의장이) 아주 위험했다”고 귀띔했다. 정 의장이 총선 직전 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도 그 때문이다.


- 정동영 비상과 추락의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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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장의 비상과 추락의 갈림길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서 있다. 정 의장이 열린우리당 간판으로 등극하던 1월11일, 노 대통령의 한 386 참모는 “12월18일의 아름다운 장면은 앞으로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름다운 장면이란 재작년 대선을 하루 앞둔 18일 오후, 종로 거리 유세에서 노 후보가 정 의원의 손을 들고 차기주자로 추켜 세운 것. 1ㆍ11 전대를 계기로 청(靑)-당(黨)을 대표하는 노 대통령과 정 의장 간의 파워게임이 사실상 시작됐음을 암시한 것이다.

그는 “노 대통령이 ‘현재’의 대통령이라면 정 의장은 명실상부한 차기주자로 ‘미래’의 대통령이다. ‘미래’가 밝고 힘이 실릴수록 ‘현재’는 초라하게 비춰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 의장의 영향력이 커지고 ‘포스트 노무현’의 이미지가 부각될수록 노 대통령의 ‘레임 덕’은 빨라질 수 있다는 현실을 경계한 것이다.





실제로 과반 1당으로 나타난 총선 결과를 놓고 노 대통령측과 정 의장 측은 '공과 다툼'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측은 내심 '제1당에게 총리 천거권을 주겠다'고 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명분으로 총리 천거권을 가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이에 청와대측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하는 분위기다. 총선의 최대 공신은 정 의장의 리더십이 아니라 노 대통령의 '사즉생'(死卽生) 전략이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려의 몸을 던지는 희생정신이 없었다면 어떻게 열린우리당이 1당이 되어겠느냐는 반문이다.

노 대통령은 당선직후부터 의회 권력에 밀리는 ‘반쪽 대통령’ 처지를 벗어나기 위해 1ㆍ11 전대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당 간판으로 호남 출신인 정 의장을 선택, 친노(親盧)그룹에게 지원을 독려했다는 게 정설이다. 그렇게 당 의장에 오른 정 의장은 ‘노심’을 거의 무시하고 일찍부터 ‘차기’를 향한 속도를 냈다는 지적이다. 당내 요직과 선대위 인선을 이른바 ‘정동영 사람들’으로 채운 것이다. 총선 후보 공천에서는 정 의장의 ‘독주’가 더 심했다.

노 대통령 측근인 한 당직자는 “정 의장은 1ㆍ11 전대 직후부터 친위그룹을 구축했다”며 “선대위 구성과 후보 공천에서 노골적으로 자기 사람을 심는 것을 보고 (정 의장이) 총선을 넘어 대권을 겨냥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 4ㆍ15 총선에서 당선된 이계안(서울 동작을)ㆍ이근식(서울 송파갑)ㆍ노웅래(서울 마포갑)ㆍ채수찬(전북 전주덕산)ㆍ최규식(서울 강북을) 후보 등 지역구 20여명과 박영선 대변인ㆍ정덕구 전 산자부장관ㆍ민병두 전 문화일보 정치부장 등 비례대표 당선자 10여명 등 모두 30여명이 ‘정동영 사람들’으로 분류된다. 그에 비하면 ‘노무현 사람들’은 공천 과정에서 당권파의 공격을 받아 위기에 몰리거나 출마조차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노 대통령의 386 핵심 측근인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강원 태백ㆍ영월ㆍ평창ㆍ정선)과 서갑원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전남 순천) 등은 경선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퇴와 재경선 압박에 시달렸고, 정만호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박범계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은 당권파의 저지로 어느 지역에서도 출마하지 못했다.

- 총리 천거권 놓고 벌써부터 불협화음

노 대통령측과 정 의장측 간 갈등의 뿌리는 깊다.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입당에 정 의장이 반발하고, 김원기 최고상임고문과 이상수ㆍ이재정 전 의원 등 소위 ‘노무현 개국 공신’들을 당권파가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계기로 청산하려고 하는 등 도전의 싹을 키워온 것이다.

이런 도전과 응전은 4ㆍ15 총선 과정에서 더욱 증폭됐고, ‘과반 1당’이란 총선 과실을 놓고 더욱 첨예화한 것이다. 범 친노파와 정 의장 등 당권파는 이미 총선 기간 중 발생한 ‘촛불시위’와 ‘의원직 사퇴’를 놓고 한 두차례 충돌한 적이 있다. 당권파는 당시 촛불시위 자제와 국고보조금 수령을 위한 의원직 고수 입장을 취하는 등 현실론을 펴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총선에서 ‘노무현계’라고 할 수 있는 통추ㆍ금강팀 출신과 개혁당, 신당 추진위 멤버들이 대거 당선되고, 김근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재야ㆍ소장파는 정 의장 진영에 각을 세우고 있어 양측의 세력은 팽팽하다.

정가에서는 총선 파고를 넘어선 양 진영이 앞으로 본격적으로 총리 천거권과 내각 구성, 당직개편, 재보궐선거 후보 공천 등을 놓고 일합(一合) 일합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 대통령이 직무정지 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4월 5일, 청와대의 한 386 인사는 친노파와 친정(親鄭)파 간의 대립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노 대통령의 심기를 엿볼 수 있는 얘기를 했다. 정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이 의외로 크게 문제가 되자 노 대통령은 무척 화를 냈다고 한다. 총선에서 수십석이 날아간 것보다 40년 넘게 한국정치를 지배해온 ‘지역주의’의 망령을 떨쳐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기 ??문이라는 전언이다. 부산ㆍ경남(PK)에서 정 의원 발언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열린우리당 후보와 한나라당 후보간에 역전극이 벌어지고 있었던 탓이다. 그 이후 청와대 주변에선 ‘정동영 카드로는 (차기 대선에서)영호남의 간극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한다.

4ㆍ15 총선에서 여대야소 정국이 이뤄지면서 사실상 총선을 지휘한 정 의장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물들이 진입하는 바람에 정 의장의 리더십은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성근 전 열린우리당 국민참여운동본부 본부장 등이 총선 전에 제기한 ‘총선후 분당론’도 정 의장이 풀어가야 할 숙제다. 또 노 대통령이 입당해 권한을 행사할 경우 정 의장은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映품?대권 지형을 둘러싼 계파간 경쟁이 불가피하다. 노 대통령측과 정 의장측 간의 ‘파워게임설’이 솔솔 흘러나오는 이유다. 양측 모두 ‘상생과 통합’을 내세웠지만 권력의 속성상 ‘현재’와 ‘미래’의 싸움은 이미 예고돼 있다.

열린우리당 의원 정치성향 분포
  
- 노무현 대통령 그룹

김원기 문희상 유인태 원혜영 김부겸 김영춘 김원웅 유시민 염동연 이광재 서갑원 백원우 한명숙 김진표 안병엽 권선택 신중식 변재일 유기홍 정청래 김형주 이원영 안민석 이기우 조경태 강길부 김맹곤 최철국 선병렬 조정식 강창일 김재윤(이상 지역구) 김혁규 이경숙 박광명 조성래 박찬석 윤원호 홍미영 강혜숙(이상 비례) 총 40명

- 정동영 의장 그룹

신기남 천정배 정세균 정동채 이강래 김한길 유재건 김희선 이미경 박병석 이종걸 홍재형 강봉균 문석호 조일현 김성곤 정장선 배기선 안영근 이용희 조배숙 유선호 채수찬 이계안 이근식 이시종 최규식 노웅래 전병헌 김선미 노현송 이상경 임종인 최재천 문병호 제종길 장경수 최성(이상 지역구) 박영선 민병두 김현미 홍창선 김명자 조성태 정의용 정덕구 김재홍 김영주 유승희(이상 비례) 총 50명

- 김근태 원내대표 그룹

임채정 이해찬 김덕규 신계륜 이호웅 장영달 김태홍 최용규 이석현 임종석 송영길 이인영 오영식 우상호 문학진 우원식 이화영 정봉주 강기정 김태년 최재성 이철우 복기왕 노영민 이목희 최규성 김기석(이상 지역구) 박흥수(비례) 총 28명

** 이 분류는 언론과 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종합한 것임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4-04-2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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