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수술은 '미용'이 아닙니다"

[살과의 전쟁] 위 절제술로 동생 잃은 진아영씨
"비만수술은 '미용'이 아닙니다"

“사망의 시옷(ㅅ)자라도 예상했더라면 결단코 수술실에 들여 보내지 않았을 거예요. 뚱뚱하더라도 그냥 건강하게 살면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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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만 치료를 위해 위 절제술을 받고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진 진모 씨의 유가족들은 지난 4월 16일부터 수술을 받은 M병원 앞에서 시위를 벌여오고 있다. 기업 컨설턴트로 근무하고 있는 언니 진아영(32) 씨도 직장에 양해를 구하고 매일같이 시위 현장에 나선다. 현재 이 시위로 인해 병원측으로부터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된 상태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술의 위험성을 알리는 일에 발벗고 나선다.

“TV 아침 프로에도 자주 나오고, 부작용도 없는 수술이라고 해서 철석같이 믿었어요. 40~50대에 올 비만 합병증 예방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수술이라고 했고요.” 이 비만 수술을 받고 심각한 후유증으로 겨우 목숨을 건진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그러나 사고가 난 뒤 였다. 수술 전, 어느 누구라도 수술의 위험에 관해 언질을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가슴의 응어리로 남았다.

고도 비만으로 고민하던 동생은 어려서부터 유달리 살이 잘 찌는 체질이었다. 남들보다 적게 먹어도 살이 빠지지 않는 비만형. 남들처럼 굶어도 보고, 다이어트 식품도 먹고, 운동도 다녀봐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50kg의 사람이 다이어트 해서 3~4kg 정도 빼면 효과가 눈에 띄게 나겠지만, 90kg가 넘는 동생에게는 남의 동네 이야기였다. 그렇게 바짝 다이어트 하면 조금 빠졌다가 다시 늘기를 반복하며 20 여년을 보냈던 것.

지난해 말 동생은 먼저 매스컴에 난 기사를 보고 수술을 받겠다고 나섰다. 언니 역시 수술로 동생이 보통의 여자들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랬다. “살 빠지면 예쁜 정장도 사주고, 구두도 사주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언니는 말을 잇지 못한다. 현재로는 제 2, 제 3의 죽음이 따르지 않도록 바랄 뿐이다. 아영 씨는 “200명 중 한 명꼴로 사망자가 나온다는 이 수술의 위험성을 생각해 보았다면 적어도 ‘미용’ 차원에서 행해져선 안 될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04-27 16:28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