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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쇼크] 정부·재계는 '불난 집', 갈등·거리 좁히기에 팔 걷어
'민노당 쇼크'로 초긴장
경제 관련정책 놓고 갈등 소지, 재계도 대화채널 구축에 분주


4ㆍ15 총선 후 정부 부처와 재계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ㆍ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다)’이란 볼 멘 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민주노동당이 제3당으로 원내에 진입한데 따른 긴장감과 부담감에서다. 제도권 정당만을 상대해온 공무원들은 소원했던 상대를 대화 파트너로 맞닥뜨려야 할 상황이고, 재계는 분배 우선ㆍ반시장 정책에 치우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민주노동당 중앙당사는 총선 직후인 4월 16일부터 중앙부처 실무자들의 문의 전화와 방문이 이어졌다. 민주노동당이 정책적 비중을 두고 있는 분야의 노동부와 보건복지부는 물론 산하 단체인 농업기반공사, 해양경찰청 등의 관계자들도 당 강령과 정책에 적지 않은 관심을 보였다. 노동부의 한 사무관은 전화를 걸어 ‘비정규직보호입법 ’ 등 민주노동당이 추진하는 법안과 노동 정책에 관해 물어 왔고, 정보통신부는 실무자가 직접 찾아 와 개인 정보 보호 정책 등에 관한 자료를 얻어 가기도 했다.

박창규 정책부장은 “ 총선을 전후 해 우리당의 정책을 소개해 놓은 총선 홈페이지 ‘ 정책마당’의 방문자가 크게 늘었다”면서 “ 일부 행정 부처에서는 당의 실무 담당자들과 친숙해지려는 노력도 있었다”고 전했다. 박 정책부장에 따르면 행정부처 중에서도 특히 경제 관련 부처들의 관심이 높았다고 한다.


- 부유세 신설 등으로 갈등 가능성

실제 경제 관련 정책 중에는 민주노동당과 갈등이 빚어질 소지가 많다는 게 중론이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총선 직후 민주노동당을 방문한 것도 양측 간의 ‘ 거리 좁히기’의 일환이란 해석은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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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는 민노당의 간판 공약인 ‘ 부유세’ 신설이 근로소득 공제 등 근로자 지원 정책과 입장 차이가 커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대기업 정책을 맡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도 강도 높은 재벌 개혁을 주장하는 민주노동당의 타깃이 될 전망이다. 이동규 독점국장은 “ (민주노동당과)기본 방향은 대체로 일치하지만 출자 총액 제한 제도에서의 예외 인정 등 각론에서는 의견이 다르다”고 말해 갈등 가능성을 예고했다.

산업자원부도 외국인투자 유치 문제 등과 관련해 외국 자본에 대한 인식이 민주노동당과 판이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농림부는 민주노동당의 총선 공약이 기존 농업 정책과 완전히 배치돼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장태평 농업정책국장은 “ 민주노동당은 대외 개방을 원천 반대하고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노선을 취하고 있어 정부와 대립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노동당의 집중 감시 대상인 노동부는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 등에 대해서 보수적이어서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민기 노사정책국장은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에 대해 “ 노동계의 목소리가 제도권으로 반영될 수 있는 통로가 생겨 투쟁중심의 노동 운동이 온건ㆍ합리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면서도 “ 소수 정당인 까닭에 법안 관철이 안 될 경우 장외 투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뿐더러 당선자들이 현장에서 노동 운동에 힘을 실어 줄 경우에는 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말해 기대와 우려를 함께 나타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 서민 복지 정책에 관심이 많은 당인 만큼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며 “ 관련 부서원들을 중심으로 민주노동당의 정책을 꼼꼼히 따져 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용흥 정책국장은 “ 그 동안 복지분야가 뒤쳐져 있었는데 기초생활ㆍ공공의료 등 사회복지 분야의 발전이 기대된다”면서 “ 그러나 정책은 현실 가능성이 있어야 제도화 될 수 있다”고 말해 우려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근 민주노동당이 5월부터 16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진보 민생 입법안을 재추진하고 강도 높은 ‘ 진보 국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행정 부처에 또다른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 춘투 앞둔 재계 초긴장

5월 본격적인 춘투(春鬪)계절을 맞아 재계는 ‘민노당 쇼크’가 현실화되는 것은 아닐지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민노당의 원내진출을 계기로 노동계의 경영참여 요구와 주 5일제를 앞둔 사업장별 단체 협상에 노동계의 높아진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주장이 벌써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첫번째 신호탄은 대우종합기계 등 부실 기업에 대한 매각 방안을 둘러 싸고 정부가 갑작스레 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4월 29일 대우기계 매각을 앞두고 노동운동단체와 노조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청와대를 비롯해 재정경제부, 자산관리공사 등 관련부처 관계자들을 모아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이날 협의에서는 노사갈등이 첨예한 대우기계의 매각과정에 노조의 입찰참여를 부여하는 일종의 ‘ 종업원 지주제’ 도입안 등이 검토됐다. 이는 노동계가 요구해 온 이른바 ‘ 차입형 종업원지주제’ 형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자산관리공사가 가진 지분을 노조가 대출 받아 인수, 대우기계의 대주주로 참여하는 형태를 뜻한다.



민주노동당 사무실의 벽에 걸린 풍선엔 각종 철폐 내용이 적혀잇어 민노당의 정책 방향을 알수 있게 해준다. /임재범 기자



그 동안 정부가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약속해 온 원칙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첫 신호탄이기도 하다. 재계는 이를 계기로 민노당의 원내진출 등 정치권의 변화와 맞물려 정부의 산업정책이 변화의 급물살을 타는 것은 아닐 지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계는 ‘ 원칙적으로 부실기업 매각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적극 조정으로 선회한 배경과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민노당과 민노총이 개혁적 매각 방식을 발의하고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가 여기에 수긍하는 구도로 이뤄지는 일련의 움직임이 향후 정부정책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단초일 수 있기 때문.

이규황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 기업분할ㆍ매각ㆍ합병ㆍ인수 등은 모두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주주나 채권자들이 결정할 사항”이라며 “ 외국인 투자자들은 근로자들이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만큼 노조의 경영 참여가 향후 외국인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채권단 관계자도 “ 아직 구조 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경쟁력을 살리고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투자 환경을 마련해야 하는데 잘못된 방향으로 기업 정책이 선회하게 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민노당 정책에 대응할 논리개발에 부심

재계는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도, 겉으로는 두 팔을 걷어 붙이고 적극적으로 민노당과의 대화 채널을 구축하는 데 나서고 있다. 막연한 우려감 보다는 적극적인 전략적 접근을 꾀하고 있다.

전경련과 민주노동당은 5월 4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현명관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노회찬 민노당 사무총장과 처음 만난 이 자리에서는 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이 교환됐다. 전경련은 회동을 통해 노사관계와 대기업관계를 비롯한 민노당의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확인하는 데 주력했다. 이날 만남은 민노당의 노사정책 파악도 중요한 부분이었지만, 대기업정책 추진과정에서 정례협의회 등 향후 대화를 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했다는 점에 재계는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전경련은 앞으로 경제조사실 등을 통해 민노당의 노사정책과 기업투자 등 경제정책에 대응할 논리를 개발키로 했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는 권영길 민노당 대표를 초청해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대한瓚풔?5월 말권 대표를 초청, 민노당의 노사정책과 경제정책 방향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질의 응답을 받는 방식으로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민노당의 국회 진입에 따른 대응책의 일환으로 노사정책 전담인력을 늘리고 교수와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을 확대 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막연한 불안이든 이유 있는 경계이든, 민노당의 원내 진출에 대해 재계가 쏟아 붓는 지대한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박종진기자 jjpark@hk.co.kr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 2004-05-0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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