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원내대표 경선서 노·정 기싸움 표면화, 당내 세력간 파워게임
[커버 스토리] 잘 나가는 鄭·盧에 딴죽 걸리나 우리당 원내대표 경선서 노·정 기싸움 표면화, 당내 세력간 파워게임
이와 관련해 여권에서는 다음과 같은 비화(秘話)가 전해진다. 4월 말, 이해찬 의원은 노 대통령과 독대했다는 친노파 Y 의원의 얘기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고 한다. Y 의원에 따르면 노 대통령이 새 원내대표에 이 의원이 출마하기를 기대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이 의원은 “ 근태 형도 있고, 천정배 의원이 나서는데 내가 어떻게…”라며 출마에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근태 전 원내대표가 입각을 전제로 원내대표 재도전의 뜻을 접으면서 대신 이 의원이 출마하게 됐다. 당 일각에선 김 전 원내대표가 4월 19일 밤, 노 대통령과 독대를 하고 난 다음 이 의원을 만나 ‘ 노심(盧心)’을 전하면서 출마를 독려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러한 비화는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와 당일, 현실로 나타났다. 원내대표 경선이 천정배-이해찬 후보 간 대결로 압축되면서 당내 세력간 합종연횡도 급속히 진전됐다. 외견상 정동영 의장이 중심이 된 당권파가 천 후보를 밀고, 김 전 원내대표를 축으로 한 재야파는 이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친노그룹 대다수는 이 후보쪽에 섰다. 세력분포를 볼 때 천 후보 지지그룹은 △민주당 바른정치모임(정동영ㆍ신기남ㆍ정세균ㆍ정동채ㆍ이종걸 등) △비례대표그룹(홍창선ㆍ정덕구ㆍ김명자ㆍ박명광 등) △민주당 재선그룹(송영길ㆍ이강래ㆍ최용규 등) △천ㆍ신ㆍ정 그룹(임종인ㆍ문병호ㆍ노현송ㆍ박영선ㆍ김재홍ㆍ민병두ㆍ김현미 등) 등이 중심을 이뤘다. 이에 반해 이 후보 지지그룹은 △통추그룹(김원기ㆍ유인태ㆍ원혜영ㆍ김부겸 등) △범 재야파그룹(임채정ㆍ신계륜ㆍ이호웅ㆍ이목희ㆍ문학진 등) △전대협그룹(임종석ㆍ이인영ㆍ오영식 등) △개혁당그룹(유시민ㆍ유기홍 등) △영남그룹(조경태ㆍ조성래ㆍ박찬석ㆍ강길부 등) △금강팀(이광재ㆍ서갑원ㆍ백원우 등) 등으로 중심축을 형성했다. 이 가운데 통추그룹ㆍ영남그룹ㆍ금강팀은 노 대통령 직계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원내대표 선출 전만해도 천ㆍ이 양 후보 간 조직력과 노심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 후보의 우세가 점쳐졌다. 실제 열린우리당 안팎에서도 이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는 분위기가 높았다. - 친노그룹 균열로 천정배 승리 그러나 친노 그룹에서 균열이 생기면서 천 후보가 박昰?표차로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특히 노 대통령의 직계 그룹인 금강팀의 맏형격인 염동연 당선자가 천 후보를 지지한 것은 표의 흐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박스>기사 참조) 또한 개혁당 그룹과 386 당선자들 중에 그룹의 이해 관계보다 ‘ 개혁’노선을 따라 천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도 박빙 승부의 요인이 됐다. 주목할 사실은 친노 그룹을 비롯해 이 후보를 지지한 당선자 상당수는 천 후보를 반대해서가 아니라, 정 의장의 파워가 급격히 증대될 것을 경계해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원내대표 선출 날 “ 개인적으로 천 의원과 친하지만 천ㆍ신ㆍ정그룹이 당을 장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영남 출신의 한 당선자는 “ 천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신세진 게 있어 도와주고 싶지만 정 의장과의 관계 때문에 고민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내대표 선출에 노 대통령과 정 의장의 그림자가 얼마나 깊이 드리웠는 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들이다. 정 의장은 도원결의를 한 천 의원이 당을 맡게 되면서 입각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대권 행보에 탄력을 주겠다는 계산이다. 탄핵이란 유폐 생활에서 돌아 온 노 대통령이 정 의장의 행보를 그냥 바라만 볼지 두고 볼 일이다.
입력시간 : 2004-05-18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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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