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에 부는 해외취업 바람, "글로벌 인재 양성" 인기

[해외 취업] 우리는 '취업망명'에 나선다
캠퍼스에 부는 해외취업 바람, "글로벌 인재 양성" 인기

“ 말이 거창해서 해외 취업이지, 국내 취업과 다를 바 없어요. 오히려 해외 취업이 국내 취업보다 쉬운 것 같은데요.” 일본 IT업체 PDS로 오는 8월 1일부터 정식 출근 예정인 오관률(29ㆍ공주대 전자계산학과 졸)씨의 해외 취업관이다.

능숙한 현지 언어 실력을 기본 요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마당에, 국내 취업보다 쉽기야 하랴. 그러나 어렵게만 볼 이유가 없다는 게 해외 취업에 성공한 이들의 공통된 생각. 오관률씨와 그의 입사 동기 성혜영(26ㆍ홍익대 컴퓨터공학과 졸), 이정구(27ㆍ군산대 전자정보학과 졸), 최우석(27ㆍ부산대 컴퓨터공학과 졸)씨로부터 왜 해외 취업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그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들어 봤다. 모두 한국무역협회 IT아카데미 6기 연수생이다.

“ 든든한 직장만 구해진다면 가족, 친구들이 있는 한국에서 살고 싶죠.” 국내의 많은 이공계 출신자들이 체감하듯, 이씨 역시 이공계 출신자들에 대한 빈약한 처우때문에 ‘망명’길에 오르게 됐다고 했다. 외국 생활에 대한 동경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기숙사나 철저한 잔업 수당 등 근무 조건과 3배 이상의 급여, 한국으로 돌아 왔을 때 같은 기간 동안 국내서 일한 이들보다 2배 이상으로 인정될 만큼 비교우위를 갖는 경력은 무엇보다 큰 매력. 결국 그는 ‘ 월 90만원짜리 인생’을 접고 지난해 8월 이 길로 합류했다. 그리고 열 달 만에 그의 인생은 반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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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용정보 얻기가 첫걸음

해외 취업은 해외 기업의 채용 정보를 얻기 위한 노력으로부터 시작된다. 개인의 자격으로 기업을 물색하고 문을 두드리는 데에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물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희망자 대부분은 전문 교육기관을 해외 취업의 교두보로 삼는다.

“ 혼자 준비해서 해외로 취업한 사람을 보긴 봤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되돌아 왔더라구요. 관광 비자로 들어와서 일단 일을 시작하면 회사에서 취업 비자로 바꾸어 준다는 얘기를 듣염Т쨉?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며 차일피일 미루더니 결국에는 비자 문제로 3달 만에 추방 당했다고 하더군요.” 최우석씨는 이 같은 일들이 더러 발생한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애초부터 이곳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했다. “ 뿐만 아닙니다. 막상 취업을 해서 나갔는데 계약 조건으로 제시됐던 연봉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거나, 과세라는 명목으?지나치게 급여를 공제당하기도 하죠. 또 잔업 수당을 빼돌리는 경우, 무료로 제공되는 기숙사로 알고 갔는데 임대료를 물린다든가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야말로 발등 찍히는 거죠.”

실제로 비일비재한 일이다. 해외 취업의 역사가 짧다 보니, 관련 정보가 빈약한 탓이다. 인터넷에 해외 취업과 관련된 정보를 검색해도 대부분이 해외 연수, 해외 여행 까페상의 ‘현지 생활 적응법’등이 고작이고 해외 기업에 대한 실질적 정보는 전무한 실정이다. 별도 제시된 <표>에서처럼 공신력을 지닌 교육 기관을 이용한다면 외국어와 전문 기술을 배우고, 이들 기관의 철저한 검증을 거친 해외 기업들만 소개 받기 때문에 위험 요소는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다. 무역협회의 경우 400만원(약 1년)의 비용이 들지만 이는 정부와 무역협회의 부담분 800만원이 빠진 비용으로,각종 부작용을 고려한다면 비싸다고 볼 수 없는 금액이다.

일반 단순 노동이 아닌 간호사, 금융, 서비스업 등 전문직종의 해외 취업자에 대해서 해외의 기업체가 적정 수준 이상의 자격을 요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지사. 자격증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그 어느 분야보다 자격증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곳은 IT. 자신의 컴퓨터 실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방법이 달리 없기 때문이다.

- 자격증·언어는 필수, 정보가 관건

“ 우선 국내의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은 일본 취업 비자 취득시 매우 편리해 일본의 입국관리소 서류에 이 자격증을 기재하면 비자취득이 용이합니다. SCJP나 SCJD, MS 계열 자격증은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되죠. 특히 일본에서 인정받는 자격증은 OCP인데, 어떤 회사는 OCP 소지자에게 월 1만엔(약 11만원)의 자격증 수당을 별도 지급하고 있습니다. 명함에 새길 수 있을 정도로 권위를 인정 받기도 합니다.”최씨가 해외 취업에 도움이 되는 자격증에 대해 말했다. 한편 이씨는 “ 일본어 같은 경우는 자격증이 없더라도 여기서 1년간(520시간)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기 때문에 일본 방송의 70~80%는 이해 할 수 있는 능력이 길러 집니다. 이제는 틀린 방송 자막도 눈이 띄는 걸요.” IT아카데미서 일본어를 처음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실력 향상을 봤다는 것. JLPT(일 대사관 주관시험, 연 1회, 연말에 시행) 2급 실력이면 취업에 아주 유리하다고 했다.

“ 그렇지만 자격증에 너무 연연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특정 시험만 통과하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자격증=실력’이라고 100% 볼 수 없는 것이다. 실력은 있지만 시험 시기가 취업 시즌과 맞지 않아 자격증 시험에 응시도 못해본 사람들도 더러 있다.” 연장자ㄹ서 더 많은 경험을 쌓은 오씨의 지적이다. 그는 자격증만 무조건 따고 보자는 동기들을 나무라면서도 자격증 있는 사람에게 신뢰가 더 간다는 현실론은 인정했다.

그러나 1년 정도 이런 데서 연수만 받으면 98%정도가 취업에 성공할 정도라니 한번 해볼 만도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말에는 다들 발끈하고 나섰다. “ 살아 오면서 지난 10달 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하루 3~4시간의 수면 시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시간을 공부에 매달렸다.” “ 집에 오가는 시간도 아까워 일주일에 4~5일은 교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잤다.” “ 상경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학원 밖으로 나간 적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현재 IT분야의 해외 취업 대상 기업은 약 30여개. 이 중 25개가 일본에, 나머지는 미국 등의 영어권 국가에 있다. 비교적 습득이 쉬운 일본어를 희망자가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게 무역협회 IT아카데미 백영근 실장의 분석이다. 이 같은 정황을 뒤집는다면, 미국 등의 영어권 국가에는 상대적으로 인도나 중국의 인력이 대거 진출해 있다는 현실이 수긍된다. 해외 취업에서 최대의 변수는 현지 언어 습득 능력이라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 "견문 넓히고 삶은 풍요롭게"

참석자들은 또 이제는 해외 취업 바람이 전문교육기관【?대학 캠퍼스로 옮아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4년 1학기 한양대에 개설된 강좌 ‘ 해외취업과 인턴쉽 개발’은 대표적 사례. 강의를 맡은 홍영규 변호사는 “글로벌 시대를 맞아 글로벌 인재가 필요하게 됐다”며 “ 이를 위해서는 해외 취업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재미 변호사인 홍씨는 아폴로 해외이주공사(apollo2.com) 대표)이기도 하다. 현재 이 강좌는 이 대학 2,500여 강좌 중 제일 먼저 등록 마㉤품?축제 기간에도 95%의 출석률을 기록할 정도로 학생들에게 비상한 인기를 얻고 있다. 현장에서 통용되는 실제적인 정보들로 구성돼 있다는 게 그 인기 비결의 자체 분석이다.

“ 휴학을 하고 나가는 해외 연수나 해외 여행은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고 견문을 넓혀 궁극적으로 삶을 더 풍부하게 한다는 믿음이다. 이력서란을 채우기 위한 취업을 위한 요식 행위는 이니다. 잡다한 비용은 들이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든 것을 누리기 위해 해외 취업을 선택했다.”성혜영씨의 이 같은 생각이 확대 된다면 캠퍼스에 부는 해외 취업바람과 함께 젊은이들의 해외 진출은 더욱 가속화 할 것으로 보인다.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4-05-25 20:55


정민승 기자 prufrock@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