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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연봉주부] 아줌마의 힘 떨치는 주부 판매왕들의 삶
평범한 전업주부에서 억대연봉 '여걸' 되기까지

불경기 시대에 ‘ 억대 연봉’ 주부들이 뜨고 있다. 분야도 보험ㆍ가전ㆍ화장품 등 ‘ 여성 텃밭’에서 자동차ㆍ무역ㆍ헤드 헌터 등 남성 득세 영역까지 다양하다. 지난해 ‘ 주부 판매왕’이라는 일개 개인이 세운 연간 판매액은 30억~100억원으로 웬만한 중소기업의 영업 실적과 맞먹는다. 연봉도 CEO(전문경영인) 수준 못지 않아 대한민국 ‘아줌마의 힘’을 보여 주고 있다.

‘ 억대 연봉’ 주부는 최근 극심한 경기 침체로 여성 취업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더더욱 주목 받는다. 경기 불황에 따라 가정 경제가 위협을 받으면서 많은 전업 주부들이 취업 전선에 나서고 있지만, 기혼이란 장벽에다 가사로 인한 공백 등 ‘이중고’로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 있다 해도 단순 노무직과 같은 생계형 취업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 억대 연봉’ 주부는 누구이며 어떻게 등장했는가. 그들 대부분은 평범한 주부 출신으로 특이한 존재는 아니다. 그러나 하나 같이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억대 연봉에 이르게 한 그들만의 ‘노하우’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러한 특별한 노력과 노하우의 근거는 먼 데 있지 않았다. 대부분 전업 주부에서 출발한 그들은 누구든 근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취업을 꿈꾸는 보통 주부들에게 희망을 준다. ‘ 억대 연봉’ 주부들의 세계를 들여 봤다.




왼쪽부터 유현숙, 박석구, 장순애, 임향실, 석혜경씨. / 최규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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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건한 아줌마의 영역 '보험 설계사'



그의 하루는 정확히 0시에 시작된다. 대부분이 잠든 밤 12시에 일어나 새벽 1시부터는 일터인 남대문 시장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동틀 무렵인 오전 6시까지 계속되는 이 일을 그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일요일을 제외하고 6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했다. 그 결과 입사 6개월만에 팀장으로 발탁됐고, 이듬해인 99년은 보험설계사 신인 여왕, 2001년부터는 3년 연속 ‘ 보험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대한생명 종로지점 장순애(47) 팀장. 지난해 신계약 200건, 수입 보험료 50억원으로 연봉 4억7천만원을 기록한 장본인이다.

‘ 보험’은 여성, 특히 주부들의 고유 텃밭으로 특히 ‘판매왕’은 주부들 천국이다. 억대 연봉 주부들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부문은 보험설계사. 생명보험사의 경우, 2003년에 1억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린 설계사는 23개 생보사에서 2,691명으로 집계됐다. ‘ 설계사 보호’를 이유로 연간 소득을 공개하지 않은 외국계 회사를 포함?다면 억대 연봉자는 4,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가운데 주부가 9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도표> 참조)

억대 연봉 주부들은 ‘ 신화’를 낳기까지 평범한 전업 주부에 머물렀다. 장순애 팀장은 21년의 은행 생활을 명예 퇴직으로 마감하고 곧 바로 보험업에 뛰어든 예외적인 경우. 삼성생명의 상징이 된 예영숙(45) 대구지점 팀장만 해도 시를 쓰는 주부로 지남편웰옌맨?묍엡르옛鱇?보려고 보험사에 들렀다가 설계사의 길로 접어 든 경우다. 예 팀장은 4년 연속 보험왕에 등극한 인물로 연소득이 3년 연속 10억원을 넘어 사내에선 ‘ 기록 제조기’로 통한다. 지난해의 경우, 603건의 계약을 신규 체결해 144억원의 보험 판매 수입을 올렸다.



2001년 삼성화재 연도대상을 차지한 정선자(60)씨는 ‘하숙집 아줌마’에서 뒤늦게 설계사로 변신해 그 해 2억원 가까운 소득을 올렸다. 대한생명 유현숙(37) 종로지점 팀장은 학원 강사를 하다 결혼을 계기로 전업 주부로 있다, 우연히 보험 교육을 듣고 설계사가 돼 현재 740여명의 고객을 관리하고 있다. 설계사 10년째에 접어 든 유 팀장의 연소득은 2억원 선이다.

반면 동양생명의 라순길(51) 설계사는 전신주를 오르내리는 여성 전기 기사로 설계사 일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판매 여왕’이 된 이른바 ‘투 잡(tow job)’ 주부. 지난해 13억원어치의 보험을 계약해 2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 치열한 노력으로 쌓은 그들만의 노하우

‘ 보험왕’에 오른 억대 연봉 주부들은 대개 평범한 전업 주부 출신이지만 ‘ 일’만큼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들만의 노하우와 치열한 노력이 배어 있는 까닭이다. 대한생명 장 팀장은 주요 활동 무대인 남대문 시장을 새벽 1시~6시, 오후 1시~6시까지 일요일을 제외하고 6년 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았다. 시장 상인들은 그에게 ‘ 눈이 오나 비가 오나’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을 정도다. 그뿐 아니라 21년의 은행 근무 노하우를 활용해 고객들에게 재무컨설팅을 해주는 등 거래 상대방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방식으로 730명의 고정 고객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생보사에서 활동하는 박석구(50) 팀장은 동대문시장에서 20년간 의류업을 하다 10년 전에 설계사로 변신한 주부로 “ 힘들고 아쉬워하는 일을, 영역을 가리지 않고 도와준 게 억대 연봉에 이르게 된 배경”이라고 말한다. 박 팀장은 고객을 위해 보험에 관한 정보는 기본이고 세무ㆍ법률 공부를 비롯해 전문 병원ㆍ의사를 메모해두었다가 고객에게 도움을 준다고 한다. 때로는 직접 변호사ㆍ세무사 등을 만나 고객의 ‘해결사’로 나서기도 하는데 700여명의 고객을 확보하게 된 것은 그런 노력의 결과라고 자평한다. 그의 연소득은 1억4천만원 정도다.

올해 흥국생명의 보험여왕에 선정된 김춘남(43) 설계사는 ‘문자메시지의 여왕’으로 통한다. 매주 월요일이면 문자메시지를 통해 고객들의 안부를 묻고 보험 관련 소식을 전하는데 한달 간 우편 DM 자료만 1,000건이 넘는다. 지난해 11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2억3,0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가전제품 분야에도 억대 연봉 주부들이 상당수 있다. 국내 대표적 가전사인 삼성ㆍLG전자의 올해 판매왕도 주부가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김경희(45)씨는 재작년 33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61억원치의 가전제품을 팔아 2년 연속 주부 판매왕에 올랐다. 연봉도 2억원을 훨씬 상회한다. 89년 주부판매사원으로 등록해 16년차에 접어든 김씨는 6번이나 판매왕에 올랐는데 고객의 입장에서 고개의 편의를 위해 봉사한다는 ‘ 고객 감동’ 방식이 김씨의 노하우. 고객수는 수첩 10여권 분량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인데 “ 정직하게 다가선 것이 감동의 비법”이라고 말한다.

LG전자 김정애(48)씨는 2002년부터 매년 30여억원의 매출을 기록, 3년 연속 판매 여왕에 올랐다. 김씨는 다른 가전 회사에서 8년간 근무한 뒤 2년 동안 주부로 지내다 일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어 2000년 LG전자에서 주부 판매 사원으로 다시 시작했다. 3형제를 둔 주부로서 벅찬 일이었지만 ‘ 한 달에 1,000명의 고객을 만나겠다’는 결심을 어김없이 지켜나가 2년만에 판매왕의 자리에 올랐다. 현재 김씨가 고정적으로 관리하는 고객은 4,000명이 넘는다. 그러한 비결에 대해 김씨는 “ 제품을 판매할 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제품을 구입한 고객에게는 사후 서비스를 철저히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김치냉장고 ‘ 딤채’로 잘 알려진 위니아만도의 주부사원 임향실(37)씨는 대기업의 공세 속에서도 10억원에 가까운 매출 실적을 올려 억대 연봉을 받는? 驩?주부로 있던 1997년 카운셀러 모집 광고를 보고 응시했다가 판매 사원으로 변신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임씨는 주로 한국전력ㆍ은행 등 대형기관을 타깃으로 삼았고, 인터넷이나 신문 등을 통해 흑자 기업을 공략하는데 주력했다. 98년 후반기부터 두각을 나타낸 임씨는 99년부터 2002년까지 4년 연속 ‘ 위니아 퀸’을 수상했다. 임씨가 관리하는 고객만도 4,000여명에 이른다. 임씨는 “ 입사동기 100명 중 9명만 남아있다”면서 “ 자기 관리를 잘 하는 것은 물론 끈기를 갖고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 웰빙’열풍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분야에 활동하는 주부 가운데서도 억대 연봉자들이 나오고 있다. 풀무원건강생활 서울 성산지점 석혜경(42) 지점장은 전업 주부로 있다 2000년 가정 살림에 도움을 주고자 입사(공채)했다가 4년만에 억대 연봉자가 됐다. 석 지점장은 매일 새벽 4~5시에 일어나 하루 일과를 점검하고 최資?건강 가이드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 (고객이)건강에 대해서는 웬만한 지식을 갖고 있어서 이를 뛰어넘는 광범위한 지식이 필요하다”며 “ 거의 매일 식생활ㆍ음식ㆍ의학에 관한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또한 “ 판매에 대한 생각보다 고객의 입장에서 건강을 염려해주고 신뢰가 생기면 판매는 저절로 된다”며 “ 고객의 식생활 시스템을 올바로 해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 자동차 판매업계도 주부억대 연봉자

한편 최근에는 남성이 득세하던 업종에까지 주부 억대 연봉자가 나오고 있다. 대우자동차판매 빅은화(43) 차장은 남매를 주부로 지난해 25t 대형 카고 트럭 121대를 팔아 100억원이 넘는 판매액을 기록했다. 32살 때 트럭판매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뒤 지난해 1억6,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또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에서 중고차 매매 사업장을 운영하는 김혜진(32) 사장은 지난해 중고 특장ㆍ화물차를 500대 가까이 판매한 덕분에 40여억원의 매출을 올려 화제가 됐다. 6살 아들을 둔 김씨는 89년 여고를 졸업하자마자 은행에 취직해 5년간 근무한 것이 밑거름이었다. 거기서 고객 상대 요령을 스스로 터득하고, 그 밑천으로 중고차매매 시장에 뛰어들어 7년 만에 ㈜플라이카 매매상사를 설립해 대표가 됐다. 중고차 딜러 시절 확립한 경영 원칙인 ‘ 신용과 박리다매’를 깨트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밖에 ‘ 헤드헌터’란 직업을 우리 사회에 정착시킨 유순신(48ㆍ유앤파트너즈 대표)씨는 스튜어디스로 일하다 결혼과 함께 전업주부로 머물다가 35살 때 헤드헌터라는 이색 직종에 도전해 억대 연봉자가 됐다. 그 비결은 ‘ 남에게 봉사한다’는 직업 의식과 ‘ 인맥 쌓기’라는 것.

사실 ‘ 억대 연봉’ 주부란 전업 주부 가운데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처음 출발은 그들도 대부분 보통 전업 주부였다. 그렇다면 평범한 전업 주부에서 ‘억대 연봉’ 주부에 이르게 된 가장 큰 비결, 또는 노하우는 무얼까. 대한생명이 지난해 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ACE Club’ 회원 293명을 대상으로 5월3일부터 13일까지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따르면 억대 연봉 설계사의 전직은 ‘ 가정 주부’가 51.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개인사업(17.5%), 직장인(16.3%) 순이었다. 억대 연봉의 비결에 대해서는 ‘신용’을 37.7%로 첫 손가락으로 꼽았다. 그 뒤가 사후 서비스(24.6%), 상품 지식(20.9%), 화술이나 외모(6.9%) 순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한생명의 장순애ㆍ유현숙 팀장, 삼성생명 예영숙 팀장, 삼성전자의 김경희씨, 풀무원건강생활의 석혜경씨, 중고차매매사업장을 운영하는 김혜진 사장 등도 고객과의 ‘신용과 정직’을 억대 연봉의 제일 큰 덕목으로 꼽았다. 경기 불황 시대를 힘겹게 헤쳐 가고 있는 전업 주부들이 ‘도전’이라는 용기와 ‘신용’이라는 미덕을 갖춘다면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

<표> 생명보험사 억대 연봉자 수
구분 1~2억
미만
2~3억
미만
3억
이상
보험설계사수
(여성/30세 이상)
 삼성생명 (1,071) 962 90 29 31,686 (30,050/28,854)
 대한생명 ( 569) 547 17 5 32,809 (31,303/29,504)
 교보생명 (491) 369 47 75 25,172 (23,315/22,118)
 흥국생명 (134) 131 2 1 7,096 (6,158/ 5,732)
 SK 생명 (101) 85 10 6 5,255 (4,922/ 4,477)
 동부생명 ( 85) 59 17 9 519 ( 215/ 190)
 신한생명 ( 84) 69 9 6 3,431 (3,411/ 3,141)
 금호생명 ( 65) 53 7 5 4,561 (4,321/ 4,102)
 동양생명 ( 64) 60 3 1 5,613 (4,999/4,622)
 녹십자생명 (15) 12 3 1,700 (1,639/ 1,574)
 뉴욕생명 ( 12) 12 772 ( 124/ 110)
※ 억대 연봉자 수는 2003년 12월 기준.생활설계사 수는 2004년 4월 기준 (자료:생명보험회)

입력시간 : 2004-06-0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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