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과 밀착된 사업내용·행적에 일각에서 강한 의혹제기
[故 김선일씨 피살 쇼크] 김천호 사장이 CIA 정보원? 미군과 밀착된 사업내용·행적에 일각에서 강한 의혹제기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피살된 김선일씨의 경우는 ‘말’이 필요하다. 그의 죽음은 피할 수 있었고 수많은 미스터리 속에 결과로 나타난 측면에서다. 그 미스터리의 키는 김선일씨가 근무했던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이 쥐고 있다. 6월30일부터 시작된 국정조사는 사실상 김 사장의 ‘입’을 여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건의 충격이 컸던 만큼 김 사장의 정체와 가나무역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김선일씨 피랍 우려는 지난해 6월 김씨가 가나무역에 취업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가나무역이 전쟁중인 이라크에서 미군 납품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고, 김씨도 이라크 근무를 뽑았기 때문이다.
김천호 사장과 가나무역이 중동 지역에 알려진 것은 90년대 초 중동에서 미군 납품 비즈니스를 하면서부터. 바그다드에서 무역업에 종사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사장은 중동에서 미군 납품업을 하던 친형을 통해 미군과 인연을 맺었고, 91년 걸프전을 계기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군 납품사업을 시작해 중동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고 한다. 김 사장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도 형과 함께 미군 군납 일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보분야 관계자에 따르면 가나무역의 법인은 카타르에 등록돼 있고, 바그다드ㆍ암만ㆍ두바이 등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또 미군 물품 조달기관인 AAFES의 하청업체 형태로 사업을 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김천호 사장은 겉으로는 전쟁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가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마디로 김 사장이 국가 비밀 요원, 나아가 미 CIA의 정보원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걸프전 때 고작 100시간 정도 인연을 맺었고, 지난해 6월 재설립된 중소기업이 중동 대부분의 미군 부대 군납을 독식한 점과, 김 사장이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측에 주간동향 정보를 제공한 사실 등을 근거로 정보원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AAFES의 이사회가 미군 현역 군장성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김 사장을 미 CIA의 정보원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김 사장이 김선일씨 납치사실을 인식한 5월 31일 이후 4번씩이나 한국대사관을 방문하고 미군 부대에 김선일씨의 소재 파악을 의뢰한 것 등도 정보원의 단초들이라는 주장이다. 가나무역은 정보원이라는 신분을 감추기 위한 위장회사라는 것이다.김 사장은 또 김선일씨의 피랍에서부터 피살에 이르기까지의 행적, 테러세력과의 협상, 현지 대사관과 미군과의 연락 여부 및 시점 등 적지 않은 의문점을 남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코트라의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이 현지 사정에 밝아 한국정부나 미군에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정보들을 자문을 해주는 정도이지 정식 정보원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국회가 6월 30일부터 국정조사를 벌이기로 하자 원래의 입장을 바꿔 이라크에서 귀국을 망설이고 있다고 한다. 김 사장을 둘러싼 의혹과 정부와의 커넥션 등 갖가지 억측도 난무하고 있다. 고인이 된 김선일씨를 위해서라도 김천호 사장의 ‘말’이 필요한 시점이다.
입력시간 : 2004-07-0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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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