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기본 항목 중 4개서 1위, 개발 비용만 2위 처져국토중심·사통팔달·자연경관 등 가장 무난한 평가 받아

[신행정수도를 가다] 연기·공주 1위 ‘그럴 만했다’
5개 기본 항목 중 4개서 1위, 개발 비용만 2위 처져
국토중심·사통팔달·자연경관 등 가장 무난한 평가 받아


충남 연기군 남면 종촌리 주민들이 4일 신행정수도 후보지 종압평가 1위를 축하하는 현수막을 걸고 있다. 왕태석 기자

충청남도 공주(장기)ㆍ연기지구가 신행정수도 이전 지역으로 사실상 결정되면서 신행정수도 건설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지난 5일 신행정수도건설위원회(공동위원장 이해찬 국무총리, 김안제 서울대 교수)의 후보지 4곳에 대한 평가에서 공주ㆍ연기지구는 압도적인 점수(88.96점)로 1위를 차지했다.

공주ㆍ연기지구는 지난달 신행정수도 후보지 발표 때부터 가장 유력한 입지로 거론됐던 만큼 신행정수도 입지로서 장점이 많다는 게 중론이다. 고 박정희 대통령 당시에도 임시행정수도 최적지로 꼽혔던 공주시 장기 지구와도 겹친다. 조용한 지방 도시가 백제 시대 이후 1,500년 만에 수도로 부활하게 되는 셈이다.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지역은 충남 연기군(남면ㆍ금남면ㆍ동면)과 공주시(장기면) 일대로 약 2,160만평 규모. 대전ㆍ청주에서 약 10㎞ 떨어져 있다. 금강과 미호천의 합류 지점이며, 원사봉(254m), 전월산(260m)덕에 자연 환경도 좋다. 신행정수도 후보지 평가위원장 권용우 (성신여대) 교수는 “ 공주ㆍ연기 지구는 국가 균형 발전 효과, 국내외 접근성,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에서 고루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이라며 “ 특히 경부고속철 오송역 및 청주공항과 인접해 교통 여건이 뛰어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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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 위원회가 공개한 4개 후보지 평가 결과에서도 확인되는 사실이다. 후보지 평가의 기본은 크게 5개 항목. △국가 균형 발전 효과 △국내외 접근성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삶의 터전으로서 자연조건 △도시개발 비용 및 경제성 등인데, 공주ㆍ연기지구는 ‘도시개발 비용 및 경제성’을 제외한 4개 항목에서 모두 최고점을 기록했다(총점 88.96점). 2순위인 공주ㆍ논산(80.37)에 비해서도 무려 9점 가까이 차이가 난다. 권용우 위원장은 “ 2위와의 점수차인 9점은 변별력이 큰 것으로, 향후 의견 수렴 단계에서 특별히 하자가 없는 한 상당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최종 후보지 선정의 요체인 ‘ 국가 균형 발전 효과’면에서 다른 지역을 크게 앞질렀다. 충북 충남의 중심 지역이면서, 국토의 중심점에도 가깝기 때문에 국민 통합 효과가 크다는 데 후한 점수가 주어졌다. 신행정수도 이전의 명분이 수도권 과밀 억제와 국가 균형 발전이기 때문이다.


- 대전ㆍ청주와 ‘연담화’ 가능성에 우려

그러나 단점도 있다. 충청권의 서쪽에 치우쳐 있어 전라도에 비해 강원도와 경상도에서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토지개발업체 JMK 플래닝 진명기 대표는 “그 동안의 개발이 서울을 기준으로 주로 서쪽에 치우쳤던 터라 동쪽의 개발이 상대적으로 아쉬운 대목”이라며 “ 이러한 관점에서 연기ㆍ공주지구는 지역 균형 발전에 적합하지 않은 면이 있다”고 밝혔다. 1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대전과 청주 등 인근 도시와 연담화(連擔化)할 가능성도 약점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공주ㆍ연기는 충청권 3개 시도의 접경 지역이어서 후보지 선정 이후 벌어질 지역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프리미엄으로 작용했다. 공주ㆍ연기는 이 항목에서 31.85점을 받았다. 2순위인 공주ㆍ논산(30.62)은 물론 3,4순위인 천안(25.18)과 진천ㆍ음성?가볍게 따돌린다. 게다가 경부고속도로 청원나들목에서 5분 거리이고 오송역과 청주공항도 각각 10분, 20분 내에 갈 수 있기 때문에 ‘ 국내외 접근성’이란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21.43)를 기록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당초 교통 여건에서 1순위로 예상됐던 천안(19.44)보다 거의 2점 가까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추진위가 공항과 연결되는 도로를 새로 닦아야 하는 천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부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대 최병선 교수는 “ 공주ㆍ연기는 고속철도 및 경부고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등이 가까워 사통팔달의 교통여건을 지니고 있으며 면적도 충분해 행정 수도로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5일 오후 정부 중앙청사 브리핑룸에서 권용우 신행정수도 후보지 평가위원회 위원장과 5개분과 위원장들이 신행정수도 후보지 평가 발표를 하고 있다.

‘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란 점에서 개발에 따른 환경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평가도 주효하다. 하지만 이 항목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하는 곳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개발에 따른 환경 파괴 문제는 상대적인 차이만 있을 뿐 어느 지역이나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금강과 미호천을 끼고 있는 공주ㆍ연기는 개발이 진행되면 금강 수질이 악화되는 등 생태계 보존 차원에서 문제점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으나, 지형의 경사와 기복이 심한 진천ㆍ음성 지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경 파괴가 적다는 점에서 상대적 우위를 평가 받은 것

전반적인 도시의 형상과 경관 등에 주안점을 두는 ‘삶의 터전으로서 자연 조건’ 항목에서도 비교적 우수하다는 평가다. 전월산을 배경으로 금강이 지구를 관통해 흐르고 있어 배산임수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것. 박정희 대통령 때 작성된 ‘ 백지 계획’에서도 후한 점수를 받았던 대목이다. 2,3순위인 천안(8.22), 공주ㆍ논산(8.10)을 근소하게 앞지른 8.93점.


- 땅값 뛰어 토지보상 비용 많이 들 듯

그러나 공주ㆍ연기에는 야산이 있어 평야 지역인 논산보다는 공사비가 많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오랫동안 후보지로 거론되어온 터라 땅값이 3배 이상 뛰어 향후 토지 수용과 보상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때문에 유독 이 항목에서만은 공주ㆍ논산(8.88점)에 약간 뒤쳐진 8.35점으로 2순위에 머물렀다. 한편 공주ㆍ논산권은 충청권의 포괄적 장점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3위 후보지인 천안은 수도권과 너무 가까워 연담화 가능성이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진천ㆍ음성 역시 인구 분산 및 경제 산업 파급 효과가 낮고, 자연 조건 등도 열세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후보지 평가 결과 발표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우선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수도권 3개 지방자치단체가 이번 후보지 평가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실제로 이 같은 점을 들어 서울시는 공개적 국민 투표 실시를 주장하기도 했다. 또 5개 기본 평가 항목의 점수만을 발표했을 뿐 20개의 세부평가 항목별 점수는 공개하지 않아, 세부점수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의 문제는 해소되지 않은 상태.

후보 지역의 평가 결과가 당초 예상과 달리 점수 편차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에 3개 탈락 지역의 반발 우려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대해 권용우 위원장도 “ 6일(6월 21~26일)간 합숙하며 방대한 자료를 검토했고, 전문적 지식을 총동원해서 평가했다”며 “ 5개 큰 범주에 대해서만 발표해도 후보지별 차이가 상당히 드러났다고 생각해 나머지는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해 논란의 여지를 남겨둔 상태다.

물론, 이번 발표로 행정 수도 입지가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 최종 입지는 이번 결과를 놓고 공청회 개최 등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8월께 발표ㆍ확정될 예정이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07-15 14:05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