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 인기로 난리법석, 각종 화제 뿌리며 끝모를 인기가도

[욘사마 열풍] 욘사마에 홀린 열도의 女心
배용준 인기로 난리법석, 각종 화제 뿌리며 끝모를 인기가도

도쿄의 한 백화점 사진 전시회에서 배용준 사진 앞에 몰려든 여성들이 휴대폰과 디지털카메라 사진을 찍고 있다.

“욘사마 아시죠?”

“네”

“한국 사람들도 (욘사마를) 많이 좋아하죠?”

“저도 한국에서 겨울 소나타를 봤습니다.”

오바마(63ㆍ남)씨와 도쿄에서 첫 인사를 나눌 때 그는 일본인 답지 않게 갑자기 욘사마 이야기부터 꺼냈다. 이렇듯 요즘 일본인은 한국하면 곧바로 ‘욘사마’ 배용준을 연상한다.

사마. 일본에서 왕이나 왕족 등 고귀한 신분이거나 존경 받는 사람에게 붙이는 호칭이다. 배용준은 일본에서 정말 확실하게 사마의 대접을 받고 있다.


- 후지산보다 높은 인기

지난 4월 초, 배용준의 일본 방문 때 하네다 공항은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실물 배용준을 보기 위해서다. 휴대폰, 디지털카메라로 배용준의 모습을 담은 ‘아줌마’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일본에서 배용준의 ‘가격’은 얼마나 될까? NHK가 드라마 ‘겨울 연가’를 방영하면서 350억원을 벌었다면서, 혹자는 175억원(절반은 최지우?)이라고 하지만 그의 ‘몸 값’은 이미 계산 범위를 넘어섰다.

그 현상을 한번 보자. 다음은 올 여름 주한일본대사관 앞으로 날아든 편지의 일부다.

“드라마의 준상(배용준)을 보고 왠지 그리운 사람을 만난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되고…생활이 엉망이 된 것 같고… 단순한 드라마일 뿐인데…”

배용준 때문에 생활에 ‘금’이 간 것을 하소연하고 있다. 한때 한국에서 유행병처럼 퍼졌던 ‘다모 폐인’을 연상케 한다.

지난 7월 말에는 후지 TV가 개국 기념으로 베컴, 호나우도, 지단, 피구 등 초호화 멤버로 구성된 스페인 프로축구팀 레알마드리드의 일본 방문 당시 재미있는 인터뷰를 방송했다.

“사마가 오는데 누구인지 아십니까?”

“욘사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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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TV가 낸 문제의 정답은 축구선수 중 일본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베컴’이자만 인터뷰 대상자는 모두 ‘배용준’으로 틀리게 답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창피할 수도 있지만 그대로 방송됐다. 또 NHK에서 배용준 특집 프로그램이 방영될 당시 스포츠 신문은 “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며 타 매체를 ‘홍보’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또 다른 게이스. 인터넷 조사업체인 ‘넷레이팅스’는 6월 한달간 배용준의 일본어 인터넷 사이트 방문자가 29만5,000명을 기록, 개인 개설 사이트 중 최다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위는 일본이 배출한 세계적인 축구스타 나카타 히데토시로, 방문자가 18만5,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배용준의 인기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또 일본에서 야후 등과 함께 인터넷 포털사이트 부문 톱3인 ‘인포시크’의 올 상반기 검색 키워드 랭킹 조사에서도 배용준은 가장 높은 점수를 차지했다. 2위를 차지한 가수 후지키는 배용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일본 젊은층 최고의 스타인 인기그룹 스마프(SMAP)의 멤버 기무라 다쿠야는 4위에 만족해야 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 자매지이자 일본 히트상품 선정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닛케이유통신문이 선정한 올해 상반기 히트상품에서 배용준은 2위에 올랐다.

닛칸스포츠 역시 ‘2004년 상반기 연예 10대 뉴스’에서 남자배우 쿠보츠카 가츠히데의 아파트 추락사건을 1위로, ‘4월 배용준의 일본방문 및 한국드라마·영화 붐’을 두 번째 뉴스로 선정했다.


- 총리까지 나선 ‘배용준 모시기’

일본 참의원 선거전이 한창이던 지난 6월에는 배용준이 느닷없이 선거전략 상품으로 등장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참의원 선거유세에서 “‘욘 사마’를 본받아 ‘준 사마’로 불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여성지지자?모인 집회에서 “나는 ‘준 쨩’으로 불리기는 했지만 ‘준 사마’로 불린 적은 없다”면서 ‘준 사마’로 격상시켜 달라며 ‘애원’ 한 것이다.

또 제1야당인 민주당의 센고쿠 요시토 정조회장은 오카다 가츠야 당 대표의 정치자금 모금 파티에서 “‘겨울연가’의 여성팬이 우리당을 지지해줘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구庸?당 대표와 배용준을 연계시켰다.

열렬한 ‘겨울연가’ 팬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일본 경단련(한국의 전경련) 오쿠다 히로시 회장(도요타자동차 회장)은 각종 회의, 간담회에서 자주 겨울연가 얘기를 꺼내고 “아직 못 봤다”는 사람에게는 “그것도 안보고 뭐 하냐”고 면박을 줬다는 일화도 있다.

하네다 공항에 몰려든 배용준 팬들.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즈에서 뛰고 있는 고질라 마츠이는 미국에서 ‘겨울 연가’를 독파했다는 기사가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또 무려 10만여명이 지원한 ‘전일본국민적미소녀콘테스트’에서 1등을 차지해 상금 200만엔을 받으며 신데렐라가 된 여중생은 인터뷰 도중 “상금으로 엄마에게 ‘겨울연가 투어’ 상품을 선물하겠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이렇듯 배용준의 인기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일부 언론의 심술도 만만찮다. 도쿄신문의 ‘인생상담’란에는 “50대의 아내가 욘사마에게 빠져 겨울연가 촬영지 투어에 두 차례나 다녀오고, 매일 한국 남자 스타들의 이야기만 한다”면서 “어떻게 해야 하나”라며 하소연하는 글 게재돼 눈길을 끌었다. 여기까지는 애교로 봐 줄 수 있다. 그런데 일본의 대중지 ‘주간현대’는 ‘배용준 통일교 입교설’을 보도하는 등 ‘고춧가루’를 뿌리고 있다. 주간현대는 배용준의 아버지가 재혼하면서 통일교에 입교했고, 배용준도 합동 결혼식에 앞서 입교해 선교활동에 나선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간지 발행부수 1위를 달리고 있는 ‘주간 포스트’는 최근호에서 “‘욘플루엔자’ 만연으로 이혼이 급증한다”는 기사를 실었다. 이 잡지는 “주부들이 매일 밤 DVD를 보고 주말에는 한국 여행을 가느라 부부생활을 거들떠보지 않는다”며 배용준으로 인한 새로운 ‘부부갈등’을 소개했다.

한 삼류 언론은 “배용준의 두툼한 입술은 성형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 여성팬들이 배용준(입술)을 좋아할 리 없다”는 황당한 기사를 실었지만 배용준의 ‘인기 가도’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 한일수교 50년사의 최고스타

아사히 신문이 발행하는 시사주간지는 최근 ‘도쿄대 출신이 배용준을 사랑하는 이유’라는 기사에서 “명문대 출신 여성들이 한국의 현대문화와 생활방식을 알게 돼 지식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으며, 지적욕구가 배용준에 대한 선호로 이어졌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30대 초반의 회사원 오노테라(여)씨는 “일본이 초호황을 누렸던 시기에 대한 회귀 갈망과 겨울연가의 분위기가 접목된 데다, 배용준의 외모, 극중 역할 등이 일본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고 나름대로 배용준의 인기 원인을 진단했다.

배용준 열풍에 가세해 한국 연예인과 한국드라마의 일본진출이 봇물을 이루면서 ‘가깝지만 모르는 나라’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송두영 기자


입력시간 : 2004-08-12 14:21


송두영 기자 dy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