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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사마 열풍] 韓男日女의 한국살이
"결혼은 현실, 10배의 노력 필요"
국경을 넘은 사랑으로 알콩달콩 부부의 정을 키워가는 케이엔·아유미·치애미






“ 한국 남자는 단순해서 정말 좋아요.”

2003년 일본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아유미(34)씨는 남편에게 솔직하게 애정 표현을 했다가 핀잔만 들었다. 남편이 “내가 바보냐”며 화를 벌컥 냈던 것. 일본인이 생각하는 ‘단순(單純)’이라는 표현은 ‘순수하다’,‘솔직하다’는 긍정적인 측면의 어휘이지만, 알다시피 한국인들은 이를 ‘어딘가 모자라다’는 부정적 단어로 받아 들이기 쉬운 까닭이다.

한국과 일본 문화는 이렇듯 비슷하면서도 상당히 이질적이다. 그래서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국경을 넘은 사랑은 알콩달콩 하면서도 아슬아슬하다. 근래 들어 ‘ 욘사마’ 열풍이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는 가운데, 현해탄을 건너와 한국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는 일본인 시바누마 케이엔(27), 이나가끼 아유미(34), 구와시마 치애미(32) 씨가 한 자리에 모여 좌충우돌 애환을 털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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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은 모두 전업 주부로 한국인 남편을 내조하고 있다. 케이엔 씨는 동갑내기 박현명(건설회사 직원) 씨와 2002년 결혼, 18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다. 현재 둘째를 임신(8개월) 중. 전기설비 기사인 한 살 연상의 김종명 씨와 2003년 부부의 연을 맺은 아유미 씨 역시 현재 임신 6개월로, 한ㆍ일 커플 2세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 고등학교 가정과 교사 출신의 치애미 씨는 월간지 기자인 남편 장은성(32)씨와 2000년 결혼, 세 살 바기 아들을 두고 있다.


- 한국 남자와 어떻게 만나 결혼했나.

△치애미= 96년 미국 워싱턴 어학연수 중 만났다. 처음 보는 순간 남편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는 데도 강렬한 느낌이 왔다. ‘이 남자와 결혼하겠구나’ 하는….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듬해 1년 간의 어학 연수를 마치고 남편은 한국으로, 나는 일본으로 돌아간 뒤에는 편지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키웠다. 4년 간의 원거리 연애 끝에 2000년 4월 웨딩 마치를 울렸다.

△케이엔= 97년 한국인 친구를 만나러 방한했다가 남편을 알게 됐다. 그때 우린 둘 다 스물 살의 대학 신입생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남편에게 별 감정이 없었는데, 그가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바람에 관심을 갖게 됐다. “ 이쁘다”, “ 사귀자”며 매일 같이 연락이 왔다. 한 달 뒤 내가 여행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간 뒤에는 매일 국제 전화와 팩스로 사랑을 고백해 왔다. 그런 남편 덕에 일본 여자로선 기이한 경험도 했다. 애인을 군대에 보내는 심정을 체험한 것이다. 2년간 기다리는 것이 지루하기보단 편했다. 남편이 나 말고는 다른 여자와 만날 수가 없으니 원격 연애를 하는 입장에서는 더 안심이 됐다고 할까. 2002년 9월 부부의 연을 맺었다.

△아유미= 맞선 커플이다. 한국 남자와 결혼한 일본 친구가 소개해 줬다. 대학시절부터 한국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자연볜눗?만남이 성사됐다. 옛날부터 아는 사람 같은 편안한 느낌이 좋았다. 2003년 6월에 혼인 신고를 하고, 11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 한ㆍ일 양국의 국제 커플이라 결혼 과정에 어려움이 컸을 것 같은데.

△케이엔= 부모님은 딸이 다른 나라에 가서 산다는 것에 대해 많이 걱정을 하셨다. 더욱이 둘 다 어리고, 학생이라서 우려가 컸다. 하지만 극심한 반대는 하지 않으셨다. 친척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다. 식구들끼리 간단한 식사를 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아유미= 집안에서 노골적으로 반대를 하진 않았다. 하지만 혼인 신고를 한다고 했을 때 “다시 생각해 봐라”고 만류하셨다. 특히 한국의 경제 수준이 일본보다 낮아, 생활에 어려움을 겪을까 걱정하셨다.

△치애미= 양가 집안의 반대가 무척 심했다. 남편은 외아들이고, 나는 일본의 시골(가고시마)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시골은 보수적인 어르신들이 많은 만큼 한국 사람을 낮게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나중에는 두 사람의 뜻을 존중해 주셨다.


- 결혼까지 이른 한국 남자의 매력은.

△치애미= 한국 남자들은 군대를 다녀와서인지 씩씩하고 박력 있다. 가령 일본 남자는 데이트할 때 식당을 가거나 공연장에 가도 일일이 여자의 의견을 묻는데, 한국 남자는 알아서 척척 리드한다. 그 차이가 신선하고 멋있게 보였다.

△아유미= 솔직하다. 마음에서 생각하는 것을 거르지 않고 표현한다. 책임감도 강하다. 요즘 일본 남자들은 집 문제, 가족 문제를 회피하고 싶어하는데, 한국 남자들은 다르다.

△케이엔= 열정적이다. 연애 시절 남편은 국제 전화로 하루 5~6번씩 전화를 걸고, 팩스를 보내곤 했다. 예쁘다, 좋아한다는 의사 표현도 적극적이다. 일본 남자보다 로맨틱하다.


- 한국에 살면서 문화적 차이를 가장 크게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

△케이엔= 첫 애기를 낳고 산후 조리를 할 때다. 시어머니와 일본의 친정 어머니 두 분이 모두 산후 조리를 돕기 위해 올라오셨는데, 서로 고집하는 산후 조리의 방법이 전혀 달라 애를 먹었다. 예컨대 한국에서 산모는 되도록 차가운 물을 사용하지 않고, 몸을 따뜻하게 하고 누워 있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2월에 첫 아들을 낳았는데 시어머니께서 방을 너무 덥게 하셔서 힘들었다. 그럴 때면 친정 어머니는 문을 활짝 열고 시어머니는 찬 바람이 들어온다고 기겁을 하셔서, 난처했다.

△치애미= 첫 아들을 1월에 얻었다. 일본에 가서 출산을 했는데, 시어머니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다. 역시 비슷한 이유이다. 일본에는 온돌이 없지 않나. 다다미방에서 아기를 낳아 기른다는 점에 마음이 놓이지 않으신 것 같았다.

△아유미= 일본에서는 아무리 가족이라도 개인의 영역을 존중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아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신혼 초에 남편은 도련님에게 “ 주말에 꼭 놀러 오라”면서 열쇠까지 만들어 줬다. 어느날 혼자 있다가 도련님의 갑작스러운 방문을 받았을 때의 놀람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중에는 꼭 전화하고 오시라고 부탁 드렸다.


- 한국어에 서툴거나 문화가 낯설어 생긴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은데.

치에미, 케이엔, 아유미씨.
/ 김지곤 기자

△아유미= “ 시어머니, 밥 먹어라!”고 했다가 호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있다. 결혼을 앞두고 시댁에 첫 인사를 갔을 때다. 어머니께서 “ 아가, 밥 먹어라” 하시길래 “ 밥 먹어라”가 식사 전에 하는 인사말인 줄 알았다.

△케이엔= 한국 생활 초기에는 “ 밥 먹었냐”는 인사를, “ 밥 먹자”는 약속으로 착각했다. 또 “ 밥 먹었다”고 답하면, “ 뭘 먹었냐”고 꼬치꼬치 묻는 것도 의아했다. 주로 날씨로 인사말을 나누는 일본과 달리 ‘밥’ 얘기를 꺼내는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가끔 한국어가 서툴다고 ‘바보’ 취급을 당할 때도 있다. “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 것이다. 한국 사람과 외모가 구별되지 않아 생기는 오해인 것 같다.


-시댁과의 어려움은 없었나.

△케이엔= 시댁에 가서 어머니 일을 도우려고 해도 도울 수가 없어 답답했다. 시어머니께서 간장 가져오라고 하시는데, 간장이 뭔지 알 수가 있나. 어머니는 그것도 모르냐고 야단을 치시고…, 이래저래 힘들었다. 왜 학교에서는 간장이니 마늘이니 하는 것은 가르쳐 주질 않지 않나. 나중에는 책 보고 된장찌개 같은 한국 요리를 하나씩 배워 나갔다. 지금은 일본 요리보다 닭도리탕 같은 한국 요리를 더 잘 한다.

△치애미= 신혼 초 6개월 동안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 말도 안 통해서 정말 힘들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제사 문제였다. 두 달에 한 번 꼴로 1년에 6번이나 제사를 지내야 하는데, 준비하는 게 여간 일이 아니었다. 울고 불고, 일본 집에 간다고 보따리를 쌌던 적도 있다. 결국 1년 지나서 분가를 했다.


- 요즘 일본에서는 욘사마 열풍이 대단한데, 드라마 속 한국 남자와 실제 겪어 본 한국 남자는 어떻게 다른가.

△아유미= 드라마에서 보면 한국 남자들은 이벤트에 강한 것 같다. 다정다감하고 부드럽다. 그런데 우리 남편은 다르다. 경상도 사람이라고 하면, 더 설명이 필요 없지 않을 것이다. 무뚝뚝하고, 꽃다발 한 번 건넨 적이 없다.

△치애미= 인천에서 일본인 여자와 한국인 남자 커플의 모임을 갖는데, 거기 가면 다른 친구들은 남편으로부터 가끔씩 깜짝 선물을 받는다고 하더라. 원피스나 꽃다발 같은 거 말이다. 그런데 남편은 깜짝 선물은커녕, 결혼 후 첫 생일 선물도 안 챙겨줘 서운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시댁의 집안 내력이 그랬다. 그래도 첫 생?때 서운함을 표시한 이후로는 달라 져 가고 있다.

△케이엔= 한국 드라마를 보기 전에 남편을 먼저 만났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고 한국 남자에 대해 환상을 품은 적은 없다. 그래도 비교를 한다면, 드라마 속 한국의 왕자들처럼 남편이 멋있게 생기지는 않았지만, 여자를 공주처럼 아껴주는 부분은 실제로 비슷한 것 같다.


-일본에 부는 한류 바람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아유미= 친척들의 태도가 확 바뀌었다. 내가 결혼할 때는 한국 사람과의 결혼에 대해 “잘 생각해 보라”고 하시더니, 올 들어선 “(서른 살인 미혼의 사촌 동생에게 소개해 줄) 좋은 한국 남자 있냐”고 물어 올 정도이다.

△치애미= 한국에 산다는 것을 부러워 하는 일본 사람들이 있다. 남편의 직업이 연예 기자라 한류 스타로부터 사인을 받을 수 있으니 더욱 그렇다. 지난 봄에는 어머니와 친척들이 남이섬에 다녀 가셨다. 요즘에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겨울 연가’ 투어에 관한 문의를 자주 받는다.


-한국 남자와의 교제나 결혼을 희망하는 일본 여성들이 늘고 있다는데,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케이엔= 욘사마는 일종의 유행일 것이다. 한국을 향한 일본의 호의적인 관심이 언제까지 갈 지 솔직히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일본 언론에서 한국에 대한 나쁜 뉴스를 내보내기 시작하면, 분위기는 금방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은 좋지만, 한류가 지나간 이후에는 어떻게 하나 고민도 된다. 그리고 드라마 속의 배용준처럼 한국 남자가 모두 순수하고, 한 여자만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신중했으면 한다.

△치애미= 사귀는 건 낭만적이지만, 결혼은 어디까지나 현실이다. 부부간 대화도 많이 하고, 서로의 나라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수적이다. 일반 부부보다 10배는 더한 각오가 있어야 한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 2004-08-1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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