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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역사전쟁] 고구려를 넘보지 말라
중국의 역사 침공에 맞선 '고구려 지킴이'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20세기 위대한 역사학자 E.H Carr는 명저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를 그렇게 정의했다. 역사가와 사실들과의 상호 작용, 즉 현재와 과거와의 대화를 통해 역사는 생명력을 갖는다는 의미다.

고구려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끊임없는 대화 속에서만 한국의 역사로 온전히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고구려는 오랫동안 대화가 단절되고 망각에 묻혀 웅혼한 역사에 비해 처참하리만치 외면당했다. 무관심의 허를 뚫고 중국이 고구려를 침범했다.

치밀한 준비끝에 도발한데다 매우 다양한 무기와 인해전술로 밀고 들어와 한국 정부군은 손 한번 제대로 못쓰고 도성에서 밀려난 형국이다. 급기야 고구려사는 중국의 변방사로 추락, 고사 직전의 위기에 놓이자 비정규군인 국민이 나서 고구려에 숨통을 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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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서 비롯된 한ㆍ중 간 ‘역사 전쟁’에서 무명의 국민들이 의병으로 나서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하려는 프로젝트)’에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 ‘고구려 박사’ 서길수 교수
고구려사 대중화ㆍ전문화의 선구자


그 중에 몇몇 의병장들의 확약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고구려 박사’로 알려진 서길수 고구려연구회 회장(63ㆍ서경대 교수)은 그 대표격인 인물로 지난 8월 12일부터 1주일 동안 40여명의 답사팀과 중국 동북 일대의 고구려 역사유적을 둘러 보았다. 돌아오자마자 그의 발길은 바빠졌다.

서 회장은 1980년 중반부터 ‘쇠말뚝 교수’라는 별명을 얻어 가며 일제가 우리 강토의 혈맥마다 박아 놓은 쇠말뚝을 뽑아 우리 땅의 기운을 되살리는 일에 매진해 온 菅? 그러다 1990년 중국 지안(集安)에 있는 고구려?환도산성을 보고 충격을 받아 그 이후로 14년 동안 고구려 유적을 찾아 만주 벌판을 헤집고 다녔다. 그 동안 그가 오른 고구려성은 130여개에 이르고, 그때마다 찍어 둔 사진 자료만 1만여장이 훨씬 넘는다.

서 회장은 1994년 6월 ‘고구려연구회’를 설립, 민간 최대 고구려 연구 단체로 자리 잡았다. 이 연구회는 지난 10년 동안 학술논문집 17집ㆍ학술총서 3집을 발간하고 고구려 국제 학술 대회(10회), 전시회(11회), 고구려ㆍ발해 해외 유적 답사(10차) 등을 통해 고구려사를 대중화ㆍ전문화하는 일에 선구자 역할을 하였다.

서 회장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중국의 동북공정은 고구려 뿐만 아니라 고조선, 부여, 발해, 간도 문제 등 광범위한 주제를 포괄하고 있으므로 고구려 연구 하나만으로는 동북공정을 물리치기 어틈蔑구庸?“우리도 큰 그림을 그려야 제국주의 중화사상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구려 연구재단’에 대해서도 “고구려만이 아니라 동북아 전체를 다루는 종합적 연구 기관이 필요하다”며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데에만 막대한 비용을 들이지 말고 기존의 정신문화연구원을 활용하면 바로 연구 활동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 국학원 이승헌 총재
동북공정 중단 촉구 서명운동 전개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 야욕에 맞서 국학(國學)으로 이를 극복하자는 운동을 펼치는 ‘국학원’(원장 장준봉)도 주목을 받고 있다. 국학원은 이승헌(54) 총재가 우리 민족 고유의 홍익인간의 정신과 역사, 문화를 보급ㆍ교육하기 위해 2002년 8월 설립한 단체로 지난 5월부터 600평 규모의 자체 전시관에서 ‘고구려인의 하늘ㆍ땅ㆍ사람’전을 열어 고구려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한편, 지난 2월부터는 전국 대학 등 각 교육기관을 순회하며 고구려 유적ㆍ유물 사진 60여점을 전시해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국학원 산하 ‘세계국학원청년단’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고구려 지킴이’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 최근에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중단하라는 대국민 서명운동을 전개, 120만명의 서명을 받은 뒤 이를 한국 주재 중국대사관에 전달하고 중국의 역사 왜곡을 규탄하는 항의 시위를 갖기도 했다.



▲ ㈜ 푸른 일심일팔 구병진 대표
고구려의 기상 청소년에게 심기


외견상 중국의 동북공정은 2002년 2월부터 2007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프로젝트. 그러나 장기적 포석 아래 중국이 추진중인 중화주의의 시발점이란 점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 청소년 대상 최고 온라인 교육사이트로 알려진 ㈜푸른일삼일팔(대표 구병진ㆍ44)은 고구려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미래의 꿈과 기백을 심어 주자는, 작지만 힘있는 도전으로 눈길을 끈다. 구 대표는 “교육의 본질은 성적 향상이 아니라 미래의 힘과 꿈을 키우는 것”이라며 “인문학적인 힘(정신)이야말로 개인과 국가 경쟁력의 핵심인데, 이를 청소년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고구려가 지닌 상징성(꿈과 힘)을 통로로 활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지난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문제됐을 때, 자신의 도메인(www.1318class.com)를 통해 역사에 관심이 없는 요즘 세대에게 역사에 대한 의식을 심어 주는 활동을 펼쳤다. ‘1318 백만인 서명운동’, ‘고구려 지키기 배너 제작’, ‘내가 만드는 고구려 song’등이 그 예들로 이 가운데 학생 10명을 선발해 고구려 유적 답사를 실시했다. 오는 9월에 2차 답사를 계획하고 있는 구 대표는 “직접 답사를 하고 온 학생들이 느끼는 것이 많아 장래 광개토대왕을 기대한다”면서 “앞으로 선발 인원을 늘려 1318 사이트가 청소년들에게 우리 역사 전반에 대한 토론의 장이 되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 함평 월야중 신부연양
고구려우포 발행운동 발의


여중생인 신부연(16ㆍ전남 함평 월야중 3년)양은 중국의 고구려 역사 왜곡에 맞서 고구려를 소재로 한 우표 발행 운동을 발의,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내 ‘고구려 지킴이’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신양이 개설한 ‘고구려의 꿈’이란 카페(cafe.daum.net/firstkoryo)는 청소년들에게 고구려애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그들 사이에 역사토론의 장으로 발전했다.



▲ 고구려 역사지킴이 1호 탤런트 이정길
올바른 고구려 역사 알리기에 책임감


또 지난 2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 1회 고구려역사문화마당에서 ‘고구려역사 지킴이’ 1호로 위촉된 탤런트 이정길씨(60)는 “ 그 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책임감을 느꼈다”면서 “ 고구려 역사, 나아가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 가는 마당에서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적지 않은 평범한 시민들이 고구려 역사를 지키는 의병 역할을 자처하며 ‘우?역사 지키기 시민 연대’등을 통해 단합된 힘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고구려가 진정한 모습으로 되살아나 우리 역사의 찬란한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순간의 ‘함성’이 아니라 고구려와의 ‘끊임없는 대화’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우리 고구려사의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고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 문화상징물로 역사정체성 강화
정민수 경의선닷컴 대표


‘고구려의 문화 상품화’. 경의선닷컴 정민수 대표(50)가 고구려 역사를 지키는 방식이다. 정 대표는 “문화는 한 시대의 정치ㆍ경제ㆍ사회를 통괄하는 멀티 코드이자 시대상의 요체”라면서 “고구려의 역사를 알리고 역사 왜곡을 막는 일에는 ‘문화’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고막졍?한반도에 위치했던 한 개의 나라가 아니라, 만주를 비롯해 중국 서부ㆍ한반도ㆍ일본(倭) 등지에 걸쳐 수십개 국가로 구성된 초국가 연방이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해당 지역에는 고분을 비롯, 풍성한 문화 자원을 남겼다"면서 “ 고구려 역사 지키기 운동을 비롯, 고구려와 관련된 각종 행사를 문화 운동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전개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중국이 동북공정으로 고구려 역사를 강탈해도 고구려 고유의 문화를 왜곡할 수는 없다”면서 “고구려 문화를 테마로 한 다양한 문화 상품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선택한 고구려 문화 코드는 ‘삼족오’(三足烏-세 발 까마귀)다. 그는 삼족오 로고를 티셔츠, 스카프 등 모든 상품에 넣었다. “삼족오는 고구려 시대 동이족에게 태양의 상징이었다. 태양을 숭배하던 북방 지역 각 민족과 국가들은 자신들의 역사적 맥락과 정통성을 삼족오에서 찾았다”정 대표의 문화 상품화의 구호는 ‘기억하라, 고구려(Remember Corea)’다. 고구려의 영어 표기를 Goguryeo로 하지 않고 Corea로 한 것은 고구려가 한국 역사의 일부분이고, Corea의 지명도가 높아 의미전달이 쉬울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정 대표의 ‘고구려 사랑’은 통일에서 비롯됐다. 함남 정평이 고향인 그에게 ‘통일’은 숙명 같은 것이어서 통일을 대비해 ‘경의선’이라는 주간 신문을 창간했는가 하면 2000년 남북고위급회담에서 경의선 복원이 결정되자 경의선닷컴(www.kyonguisun.com)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었다. 그는 경의선이 대륙 경영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고구려와 통한다고 말한다. “인터넷은 시공은 물론, 국가간 영토 영역을 없앴다. 고구려의 문제를 문화로 푸는 일에는 인터넷보다 좋은 전략적인 무기는 없다”. 정 대표는 “고구려는 아시아 대융합의 상징”이라며 “고구려를 통해 코리아 벨트뿐만 아니라 아시아 벨트까지 형성할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 박대종 대종언어연구소장
“한자는 우리민족이 만든 언어”


박대종 소장(41. 대종언어연구소)은 문화의 토대를 이루는 ‘언어(말)’연구를 통해 우리 역사를 지키고 있다. “한자를 만든 민족은 한족(漢族)이 아니라 우리 민족(동이족)이다. 언어의 뿌리를 알면 고구려사가 한족의 중국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

박 소장은 1982년 육군 사관 학교에 들어가 이듬해부터 한자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사관학교에서 중국어를 전공할만큼 언어에 남다른 애착을 가졌다. 한자에 ‘미친’ 박 소장은 전도 유망한 군인의 길을 접고 1991년 대위로 전역한 뒤 대종언어연구소(www.hanja.com)를 설립하는 등 20여년째 한자와 우리말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박 소장은 한자의 기원인 갑골 문자, 동아시아 고대어, 그리이스ㆍ로마어 등 언어의 뿌리를 이루는 세계 고대어를 비롯해 고고학ㆍ인류학, 언어학에 관한 국제 논문과 저서를 거의 섭렵한 뒤 한자(漢字)의 뿌리가 우리 민족과 연원을 같이하는 동이족(東夷族) 의 동방 문자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현존하는 글자 형태 가운데 가장 오래된 갑골 문자가 발견된 지역이 과거 동이족의 주 활동 무대였던 중국 하남성 은허 및 산둥성 일대라는 점, 동이족의 ‘夷’가 ‘오랑캐’라는 뜻이 아니라 강한 쇠를 뜻하는 ‘철(鐵)’의 변형이라는 점(사마천의 ‘사기’에도 ‘夷’는 ‘鐵(의 변형자)’로 명기돼 있음), 그리고 중국의 한자 체계로는 해석이 불가능한 동방문자가 있다는 점 등이 주장의 논거다.

박 소장은 “중국 대륙의 역사는 장안(長安) 중심의 중국 서부 한족(漢族)과 중국 동부의 동이족 간의 대립으로 한족의 국가는 주(周)ㆍ진(秦)ㆍ한(漢)ㆍ수(隨)ㆍ당ㆍ송ㆍ명이었으며 ,동이족의 국가는 고조선ㆍ은(상)ㆍ고구려ㆍ발해ㆍ금ㆍ요ㆍ원ㆍ청으로 이어졌다”며 “고구려사와 한족의 중국사는 근본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따른 국내 ‘고구려 붐’과 관련, “중국의 동북공정은 고구려만의 문제가 아니고 고대사 전반의 문제”라면서 “ 역사ㆍ고고학, 언어학, 민속학 등 종합적인 대책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4-08-18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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