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연료효율·저공해의 친환경 차세대 자동차대중화 위해 정부차원의 세제 혜택 등 지원 필요

[車혁명 하이브리드카] 자동차의 혁명 하이브리드카
높은 연료효율·저공해의 친환경 차세대 자동차
대중화 위해 정부차원의 세제 혜택 등 지원 필요


기름값이 오를 때마다 사방에서는 운전자들의 한숨이 들린다. 도로를 가득 메운 차량들이 쏟아 내는 유해 가스에 시민들의 호흡기는 상처 받는다. 어디 기름 적게 먹고 공해 덜 유발하는 자동차 없나….

이런 고민은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지구촌이 당면한 문제다. 세계 자동차 업계도 뒤늦게나마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앞으로 살아 남을 수 없다는 것을.

자동차 문명이 일대 전환기의 입구에 막 들어 섰다. 높은 연료 효율과 저공해의 친환경 차량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다가 오고 있다. 석유 자원의 수급 불안정과 고갈 가속화, 그리고 심각한 수준에 이른 대기 오염 등의 현실은 그 같은 변화를 더욱 앞당기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서 세계는 다음 세대의 자동차로 두 개의 동력원을 가진 ‘하이브리드 카’(hybrid car)에 주목하고 있다. 하나의 동력원은 기존의 내연 기관(엔진)이고 또 다른 동력원은 전동기(모터). 그래서 자동차 이름에도 잡종 혹은 혼혈이란 뜻의 하이브리드를 붙였다.


- 동급 2배의 연비, 유해가스 10분의 1

위 부터, 현대자동차의 하이브리드카 '클릭'이 주행시험을 하고 있다, 혼다의 하이브리드카인 인사이트, 토요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카는 기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지금까지의 자동차와 전혀 다르다. 엔진과 더불어 전동기가 동력의 상당 부분을 분담하는 구조인 까닭에 연료 소비량이 크게 줄어 들었다. 유해 가스 배출 역시 대폭 감소된다는 장점을 지녔다. 고유가와 환경 문제가 세계의 화두로 등장한 오늘에 딱 맞는 혁신적인 자동차인 셈이다.

국제 유가가 꺾일 줄 모르고 치솟아 정부에 비상이 걸렸던 지난 8월 11일. 에너지 주무 부처인 산업자원부는 “ 고유가 대책과 관련, 하이브리드카 보급을 정책의 일환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미래형 자동차의 국내 등장이 정부에 의해 공식화되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정부는 현대자동차가 오래 전부터 개발해온 하이브리드카를 오는 10월부터 공급 받기로 하는 등 하이브리드카 시장의 물꼬를 트는 선봉 역할을 맡았다.

현대자동차가 정부에 납품하게 될 하이브리드카의 겉모양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다. 기존의 차종인 ‘클릭’ 모델을 그대로 차체에 적용한 탓인지 이 차가 과연 차세대 자동차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카의 핵심은 화려한 외양이 아닌 알찬 내실에 있다. 연비나 배출 가스가 어느 정도냐 하는 것이 성능의 잣대인 것이다. 연비를 예로 들면 이 회사의 하이브리드 카 ‘클릭’은 1리터당 주행 거리가 16.8km로 현재 시판 중인 가솔린 모델(1리터당 12km)보다 훨씬 우수하다. 같은 기름 1리터로 4.8km를 더 달릴 수 있다는 말이다.

현대자동차는 오는 10월 ‘클릭’ 50대를 환경부에 공급하는 데 이어 내년 말까지는 ‘베르나’의 후속 신차로 개발 중인 ‘MC’(프로젝트명) 차종의 하이브리드카 모델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르면 2006년부터 하이브리드카 양산 체제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산 하이브리드카와의 첫 만남이 이처럼 눈앞에 다가온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지만 사실 세계는 훨씬 앞서 나가고 있다. 지난 97년 말 사상 최초로 양산되기 시작한 하이브리드카인 일본 토요타자동차의 ‘프리우스’의 경우 열도뿐 아니라 이미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소비자들까지 흠뻑 매혹시켰다.

특히 올해 들어선 몇 달을 기다려야 겨우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프리우스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라는 게 미국 현지 언론의 보도다. 실제 미국의 자동차 시장 분석업체인 R. L. Polk & Co사의 자료에 따르면 올 3월까지의 프리우스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62%가 넘는 신장세를 나타냈다. 공급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이처럼 프리우스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것은 환경 관련 규제가 갈수록 엄격해지는 데다 고유가 행진이 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프리우스 1,500cc급의 경우 실제로 평균 연비는 리터당 28km(최대 35km)로 동급 차종에 비해 두 배 이상 뛰어난 반면 유해 가스 배출량은 1/1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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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프리우스의 누적 판매 대수가 12만대를 돌파하자 토요타는 내년도 판매량만 30만대 선으로 늘려 잡는 등 더욱 야심찬 사업 목표를 설정하고 나섰다. 지난해 5만3,000여대를 팔아치운 데 비하면 2년 만에 무려 5배가 넘는 판매 신장률을 노리는 셈이다. 토요타는 아울러 주력 차종인 렉서스 등에도 곧 하이브리드카 모델을 확대시켜 시장 우위를 공고히 한다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 미래 자동차시장 놓고 불꽃 경쟁

현대자동차 연구진들이 전기자동차를 시험하고 있다.

경쟁 자동차 업체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더 이상 토요타의 독주를 방치하다가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낙오자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일본 업체의 경우 혼다는 1999년부터 ‘인사이트’라는 하이브리드카를 양산하기 시작했고 닛산도 ‘티노’라는 브랜드로 뛰어들어 토요타에 맞불을 놓고 있다.

GM, 포드, 다임러 크라이슬러 등 ‘빅3’로 대변되는 미국 자동차 업계도 다급해졌다. 90년대 들어 친환경 차량 개발에 급진전을 가져 왔음에도 정작 시장에선 일본 업체들이 선수를 치자 급한 불 끄기에 나선 것이다. 포드는 자사의 인기 SUV(Sports Utility Vehicle) 차종인 ‘이스케이프’의 하이브리드카 모델을 곧 출시할 예정이고, GM은 조만간 100만대 양산 체제를 갖추고 다양한 차종의 하이브리드카로 승부를 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에너지부 교통기술국(OTT)에 따르면 기존의 가솔린 자동차는 2030년께부터 생산이 전면 중단된다. 반면 서서히 커지고 있는 하이브리드카 시장은 2010년께 전체의 24%를 차지하게 되고 2030년께는 거의 50%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대부분 자동차 전문가들의 전망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자동차공학회 전기자동차 부문위원장인 김현수 성균관대 교수는 “ 친환경차 개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라면서 “ 국내서도 2009년이나 2010년께 하이브리드카의 양산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 봤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카 대중화 시대가 도래하는 데는 전제 조건이 있다. 생산 초기에는 일반 차량보다 가격이 훨씬 높아 구매로 이어지기 힘들 것이 분명한데,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처럼 하이브리드카를 생산하는 업체와 구입하는 소비자에 대한 세제 지원 등의 대책을 유력한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결국 친환경적 자동차 문명을 조기에 정착시킨다는 문제의 실현 여부는 상당 觀?정부의 역할에 기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4-09-09 11:07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