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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핵] 한국 핵, 진실 혹은 오해
0.2g의 의혹과 파문
우라늄 농축 및 플루토늄 추출실험 미신고, IAEA '심각한 우려' 표명
미국의 '보이지 않는 손' 한국 핵개발에 의구심, 이란 압박카드 활용의도


우라늄235 0.2g과 ‘보이지 않는 손’, 그리고 ‘넬슨리포트’. 최근 ‘한국의 핵’을 국내외 핫이슈로 부각시킨 세 축이다.

그 동안 북한 핵에 가려 거의 거론조차 되지 않던 ‘한국 핵’이 국제 문제로까지 비화된 것은 9월 2일 미국의 전자우편정보지인 넬슨리포트를 통해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우라늄 분리 실험 사실이 처음 세상에 알려지면서 부터다. 넬슨리포트는 2002년 10월 북한의 핵농축 우라늄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상당한 활약을 한 바 있다.

우라늄 분리 실험 보도후 약 1주일이 지난 9월 8일 미국 AP통신은 미 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빌어 ‘한국이 1982년 비밀리에 플루토늄 추출 실험을 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공개, 한국 핵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다음날인 9일, 로이터 통신은 미 국무부 관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될 수도 있다’고 언급해 유엔 차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점쳐졌다.

우라늄235 0.2g에서 비롯된 한국 핵 논란이 국제문제, 나아가 유엔으로까지 확대된 데는 넬스리포트를 비롯해 미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흔적이 두드러진다.

그러한 배경에 의혹이 증폭되는 가운데 지난 9월 19일 IAEA(국제원자력기구) 2차 사찰단이 입국함으로써 한국 핵을 둘러싼 ‘진실 게임’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11월 열리는 IAEA정기 이사회의 판단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각별한 관심을 끌고 있다.



- 미, 남북 핵거래 가능성에 주목



대전 대덕연구단지내 한국원자력연구소 하나로 연구용원자로 전경. 19일 방한한 IAEA 조사단 사찰 대상 중 하나다.



사찰단의 활동은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2000년 우라늄 분리실험과 1982년 플루토늄 추출 실험이 핵심 사찰 대상이라는 게 중론이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9월 13일 정기이사회에서 “한국이 안전조치협정(SA)에 따른 우라늄 농축(분리실험) 및 변환과 플루토늄 추출 실험을 IAEA에 신고하지 않았다”며 ‘심각한 우려(serious concern)’를 표명해 그 같은 전망을 예고한 바 있다.

최근 미국 사정에 정통한 한 정보 관계자는 “미국은 특히 우라늄 분리 실험을 의심하고 있다”귀띔해 미국의 IAEA에 대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사찰단의 활동이 ‘우라늄 실험’에 집중될 것임을 추정케 했다.

이와 관련,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현재까지 발견된 핵무기 개발의 필수 원소라는 점에서 사찰단이 한국의 IAEA 안전조치협정 위반 6가지 사례 중 유독 우라늄ㆍ플라토늄 실험을 중점적으로 조사하는 것을 두고 미국이 IAEA를 앞세워 한국의 핵 개발을 의심하고 추적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마저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한국계 미 정보 관계자는 “미국은 한국이 1982년 플루토늄 추출 실험을 한 뒤 18년이 지난 2000년에 우라늄 농축실험을 한 것을 주목하고 있다”고 해 그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그는 미국이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18년만의 실험 재개 △2000년이라는 역사적 시점 △우라늄 실험 방식 등 세가지를 꼽았다. 특히 2000년은 최초의 남북 정상 회담이 있던 해로 당시 우라늄 농축 실험 시기와 임동원 통일부 장관의 방북이 겹쳐 있어 남북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는 것이다.

우라늄 추출 실험 방식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개입 여부가 관건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1982년 한국원자력연구소는 레이저방법으로 우라늄235 0.2g을 추출했다. 일반적으로 우라늄 핵농축 방식에는 기체확산법, 원심분리법, 레이저분리법 등이 있다.

주요 핵 보유국들은 대부분 기체확산법을 이용해 핵무기를 제작하고 있고, 북한이 2002년 10월 핵농축을 보유하고 있다고 실토한 HEU(Highly Enriched Uranium) 프로그램은 원심분리법이다. 레이저분리법은 우라늄 농축의 효율성이 매우 높은 첨단 기술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비용의 과다를 따지지 않는 사웰옜逾돈?활용되고 있고 이란은 이 방식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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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한국이 레이저방법으로 우라늄을 추출한 것과 관련해 막대한 자금, 관련 장비를 구입할 때 국가 허가가 있어야만 하는 점, 보안 점검 등을 이유로 한국 정부가 핵무기 개발 의지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라늄 분리실험 보도 후 뒤늦게 드러난 1982년 플루토늄 실험에 대해서도 미국측은 “전두환 정권 당시인 1982~1983년에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 개발 계획을 극비리에 추진하다 레이건 대통령의 요구로 계획을 중지했다”며 한국을 압박했었다.


- 한국정부 "핵개발은 근거없는 주장"

19일 입국한 IAEA 2차 사찰단이 플루토늄 시료채취용 검사 장비 등을 차에 싣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핵 관련 관계자들은 ‘핵(무기) 개발’에 대한 의혹에 대해 ‘근거 없는’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원자력연구소 장인순 소장은 문제가 된 우라늄 추출과 관련, “한 해 수천 kg의 원전연료용 농축 우라늄을 수입하고 있는 국가에서 우라늄 농축 실험을 한 것은 당연하다”면서 “당초 실험은 원전의 효율성을 높여 주는 가돌리늄을 분리하기 위한 목적이었는데 너무 돈이 많이 들어 중단하려 했다가 연구원들이 우라늄 농축을 하고 싶다고 해서 내 단독 결정으로 허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문적 호기심, 원전 연료 수입 의존국이라는 경제적 이유 등에서 우라늄 추출 실험을 했다는 게 장 소장의 설명이다. 그는 1982년 플루토늄 추출에 대해서도 “예전부터 IAEA가 다 아는 일”이라며, 핵무기 가능성에 대해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이 없고 현재 원자력연구소의 ‘하나로 연구용 원자로’로는 몇 십년을 돌려야 플루토늄 폭탄 하나 정도를 만들 수 있다”고 반박했다.

과학기술부 김영식 원자력안전심의관은 1982년 4∼5월 서울 공릉동 옛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연구용 원자로(트리가 마크Ⅲ)에서 추출된 극미량의 플루토늄과 관련,“당시 실험은 소수의 과학자들이 플루토늄에 대한 화학적 특성 분석을 해본 것으로 83년 9월 IAEA신고서에서 신고 내용에 다소의 오류가 있어 IAEA측과 이견을 좁혀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지난 1998년과 2003년 IAEA에서 플루토늄 추출 사실을 통보해 왔을 때 한국측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넬슨리포트의 9월초 보도 훨씬 이전에 미국이 한국의 우라늄 분리실험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미국의 또 다른 의도가 있을 지 모른다는 의심이 일고 있다. 즉, 국제적으로 예민할 수 있는 ‘한국 핵’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국원자력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7월 8~11일 IAEA 안전조처담당 피에르 골드슈미트 박사 일행이 한국원자력연구소를 방문했고, 12일엔 미국 국무부 비확산국의 알렉스 버카트를 단장으로하 대표단 29명이 한ㆍ미 합동 원자력에너지협력위원회 연례 회의를 위해 입국해 이들 중 일부는 한국원자력연구소 등을 방문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한국을 방문한 인사들은 IAEA 안전조처협정과 연관된 ‘추가의정서’ 규정상의 신고 사무를 직접 관할하는 위치에 있는 고위급 인사들로 (IAEA에 신고한)한국의 우라늄 분리 실험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우라늄 분리사실은 2개월 가까이 지나 미국 매스컴을 통해 일파만파 확산됐다.

당시 미국은 공화당 전당대회 직후로 미 대선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한데다 북한이 미 대선전인 10월께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뉴욕타임스가 이른바 ‘10월 충격설(October Surprise)’을 보도함에 따라, 북한 핵에 대한 우려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던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란에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정점으로 하는 보수파가 득세, 핵무기 개발과 반미 성향을 강화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잇따라 ‘제2 이라크 사태’ 가능성이 점쳐지던 시기였다. 한국 핵 파문이 터지자, IAEA 전 사찰단이었던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데이비드 올브라이트는 “한국의 플루토늄 추출 실험에 대한 의혹이 명백하게 해소되지 않으면 한국도 ‘미니 이란’이 될 위험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부시, 대선서 '핵카드'로 승부수

IAEA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한국의 우라늄 및 플루토늄 추출실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부시 정부가 대선에서 유리한 국면을 형성하기 위해 이란과 북한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 의해 불거진 ‘한국 핵 파문’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국내 한 핵 전문가는 “경미한 사안인 한국의 사례가 IAEA의 핵안전 협정에 위반돼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면 이미 핵무기 개발 의혹으로 안보리에 계류돼 있는 북한도 논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의 ‘이중잣대(남ㆍ북한 핵을 다르게 취급하는)’ 주장을 봉쇄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핵 문제를 부각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경남대 김근식 교수는 “미국이 대선 전에 6자 회담이 개최된다 하더라도 별 성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미국내 강경파가 사태 악화를 통해 4차 6자 회담을 대선후로 연기하기 위해 한국 핵 문제를 거론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8월 중순 미국을 방문해 20여일 동안 미국 의원과 정책담당자를 만나고 돌아온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미국 대선이 ‘안보 선거’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면서 “북한과 이란에 대한 입장이 강경하다”고 말했다. 공화당 전당대회를 다녀온 같은 당 박진 의원은 “북한 핵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입장은 단호하다”면서 “대선 전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악화되고 있는 미국과 이란 관계도 한국 핵 문제가 과대하게 포장된 배경이 됐다는 게 국제문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의 우라늄과 플루토늄 추출 수준이 이란을 앞서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한국 핵 문제를 부풀리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은 대량살상무기(WMD)를 꼬투리 삼아 유엔 안보리 카드를 꺼내들면서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부시 정부를 이끌고 있는 ‘네오콘’(강경 보수그룹) 사이엔 이란을 ‘제2의 이라크’로 비화, 대선승리와 직결시키려는 인식이 적지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느닷없이 불거진 한국 핵 문제는 미국과 IAEA의 이해관계, 북한 핵과 이란의 활용 카드로 과대포장 되면서 점차 ‘악의 축’으로 변색돼는 듯한 양상을 띠고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4-09-2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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