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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이전 위헌 파문] 헌재발 후폭풍에 곳곳 '불난집'
충청권 공황상태 속 부동산·금융권 초비상, 정부 후속조치에 촉각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1일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우리 경제에도 한바탕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관습 헌법’을 근거로 한 헌재의 위헌 결정에 대한 첨예한 정치적, 법리적 공방은 차치하더라도 수도 이전 예정지였던 충청권 주민들에게는 엄청난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는 것.

특히 전문가들은 오랜 경기 침체 와중에 돌출한 이번 대형 변수가 경제 전반에 어떤 형태로든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헌재발 후폭풍’의 경제적 파장을 짚어본다.

- 부동산 시장 수도권ㆍ충청권 희비 갈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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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정이 내려진 직후부터 수도 이전 예정지였던 충남 연기ㆍ공주 지역뿐 아니라 충청권 전체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이 지역은 수도 이전 특수에 기대 지난 1년 동안 땅값이 두세 배 이상 급등하는 등 콧노래를 불러왔다. 하지만 지금은 처지가 정반대다. 가격 폭락에 대한 걱정으로 땅이 꺼질 듯한 한숨 소리만 흘러 나온다.

실제 충청권의 부동산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헌재 결정 이후 실망 매물이 적잖이 나오고 있는 반면 매수자는 뚝 끊겼다는 전언이다. 종전 시세보다 30% 가량 낮춘 가격에 매물이 나와도 사려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아파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투기 수요까지 가세해 한껏 부풀려진 현 시세가 금세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향후 정부 대책 등을 바라보며 추이를 관망하자는 분위기도 있기는 하다.

충청권이 울상인 데 반해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최근 잇따랐던 정부의 강력한 투기 억제 정책으로 침체에 빠졌던 이 지역은 수도 이전 중단의 ‘반사이익’을 상당 부분 누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들떠 있다. 지난 주말 인천 논현지구 한 분양 아파트 견본주택에는 최근 보기 드물게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기도 했다.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러나 서울과 수도권이 반사이익을 실제로 누릴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이다. 최근 이 지역의 아파트 가격 하락세가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이유보다는 주택거래신고제 등 정부의 강력한 규제 정책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의 주택 가격 하락은 부동산 규제가 심해진 데 근본 원인이 있다”며 “조만?시행될 종합부동산세제 등 규제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로 보면 이번 수도 이전 중단이 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하락세를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건설ㆍ금융업계도 바짝 긴장

부동산 시장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가진 건설업계와 금융권도 헌재 결정이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먼저 건설업계에는 이번 결정이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올 들어 주택 건설 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40% 가량 줄어들 정도로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마당에 한 가닥 기대를 걸었던 신행정수도 이전 사업마저 무산돼 낙담한 표정이 역력하다.

수도 이전을 전제로 한 국가 균형발전 계획, 공공기관 지방 이전, 혁신형 클러스터 조성 등 대형 국책 사업들이 줄줄이 지체될 게 분명해진 만큼 건설업계는 어려움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권은 충청권 부동산 시장에 풀려나간 수조원 대의 대출금이 부실화하지나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행정수도 이전 바람이 불면서 현지인, 외지인 할 것 없이 은행 등 금융권에서 끌어다 쓴 자금은 3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청권의 부동산 가격 폭락이 현실화하면 대출금의 온전한 회수가 사실상 어려워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때문에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이 지역의 대출 상황을 비상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주식시장 건설 종목 한때 급락세

수도 이전 수혜주로 꼽히던 건설 종목들이 헌재 결정 직후 급락세를 타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 주식시장은 이번 헌재 결정에 끄떡 않는 체력을 과시했다. 전문가들도 헌재 결정이 당장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손상을 입었다는 점은 가벼이 넘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책 사업의 중단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중돼, 결과적으로 주식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전문가들은 헌재 결정으로 인한 경제의 불확실성이 이른 시간 내에 해소되느냐 여부는 정부의 후속 조치에 상당 부분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거시 경제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 주식시장의 특성상 정부 정책의 향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 수도이전 버금가는 정책 나올까

정부와 여권은 헌재 결정 이후 여러 경로를 통해 불만을 나타내기는 했지만, 정면으로 반발하기보다는 우회로를 통해 실리를 취하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신행정수도 이전 무산에도 불구하고 ‘그에 버금가는 효과’를 나타낼 정책을 찾겠다고 핵심 관계자들이 공공연히 밝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결국 헌재의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위헌 결정에서 비롯된 여파를 수습하는 몫은 정부의 손에 넘어간 셈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입력시간 : 2004-10-2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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