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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이전 위헌 파문] 희비 엇갈린 박근혜·이명박·손학규
빅3, 표정관리 속 또다른 수싸움
이시장 A, 손지사 B, 박대표 C학점, 손익계산서 놓고 향후 행보 저울질




이명박 서울시장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은 여권의 개혁 드라이브에 급제동을 건 한편, 한나라당에게는 정국 주도권 장악의 호기를 부여했다. 그러나 그 동안 수도 이전 대응에 있어 미묘한 시각차를 보여 온 한나라당 내 대권 잠룡들에게는 새로운 경쟁의 시작을 의미한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아도 박근혜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본격적인 각축 국면의 막은 올랐고, 이것이 한나라당 내 새로운 갈등의 맹아가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정치적 후폭풍은 한나라당 내에서도 불고 있는 셈이다. 일단 한나라당 대권 ‘빅3’는 헌재 판결 직후 너나 없이 함박 웃음을 지었다.

박 대표는 “법 치주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결정”이라며 반색했다. 이 시장은 “헌재의 위헌 결정은 서울시민의 승리라기보다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승리”라고 한껏 고무됐다. 손 지사는 “헌법이 엄연히 살아있고 존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승리를 자축했다.

하지만 현미경을 들이대 보면 이들의 동일한 반응 뒤엔 엇갈리는 명암이 엄연히 존재한다. 박 대표가 짧은 소감만 밝히고 공식 기자 회견을 갖지 않는 ‘조용한 행보’를 보인 반면, 이 시장과 손 지사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기자 회견을 열었다.

특히 이 시장은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출입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헌재의 위헌 판결은 이들이 그간 수도 이전 문제에 임해온 데 대한 정치적 성적표를 낸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노무현 대 이명박' 구도 굳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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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를 보면 이 시장은 단연 A학점이다. 한나라당이 수도이전 문제에 대해 당론 결정을 미루는 사이 이 시장은 ‘ 수도 이전 반대’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반대 진영의 중심을 자임했다. 당연히 수도 이전 문제에서 만큼은 여권의 공세가 이 시장에게 집중됐다. ‘이명박 죽이기’가 아니냐는 말이 나돌 정도로 ‘노무현 대 이명박’ 구도는 선명했다.

국정 감사를 전후해 정국을 휩쓸었던 ‘관제 데모’ 문건 논란이 대표적이다. 여권의 집요한 공세는 국감 위증 논란으로 확대돼 이 시장을 궁지에 몰아 넣기도 했지만, 헌재 판결로 이제 ‘관제 데모’니, ‘위증’이니 하는 말은 더 이상 의미를 상실했다. 오히려 이 시장은 노 대통령이 “정권?진퇴를 걸고 추진”한 사업을 막아 낸 ‘보수의 중심’으로 정치적 위상이 공고해 졌다. 당내 발언권도 크게 높아졌다.

이 시장의 당내 측근 세력인 이재오, 김문수, 박성범 의원 등이 헌재 판결 직후 “ ‘ 수도 이전 반대 범국민 운동 본부’가 주최하는 10ㆍ28 결의 대회를 성대하게 치를 것”이라고 공언한 점도 이 같은 자신감의 발로로 여겨진다. 결국 누가 뭐래도 헌재 판결로 인한 최대의 정치적 수혜는 이 시장에게 돌아간 셈이다.

- 잠재력 있는 대권주자 각인

손학규 경기도지사

이 시장과 비교해 본다면 손학규 지사는 B학점이다. 일관되게 행정수도 이전 반대 대열에 가세한 점에서는 일단 후한 점수를 받는다. 그 동안 박 대표와 이 시장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세간의 평가를 걷어내며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여전히 잠재력 있는 대권 주자로 각인된 점은 무시 못 할 성과다.

하지만 이 시장이 퇴로가 없는 무조건적 반대였던 반면, 손 지사는 “행정 수도 이전으로 인한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 국민 투표로 결판짓자”는 절충형이었다. 즉, 반발 강도가 이 시장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헌재의 위헌 판결에도 불구, 손 지사가 10ㆍ28 결의 대회에 불참키로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 충청권 주민들이 크게 낙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냥 축하할 일이 아니다”는 이유를 내세웠으나, 旼?서울서 열리는 집회에 이 시장의 들러리 격이 될까 우려한 심기가 읽혔다. 절제된 행보 속에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되고 있음이 드러난 대목이다.

- 어정쩡 행보로 리더십에 상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박 대표는 헌재의 판결로 득실을 따지기 어려운 C학점이다. 추석 직전 “ 정부가 추진하는 식의 수도 이전에는 반대한다”는 당론을 이끌어 내긴 했었다. 그러나 충청권의 동요를 의식하는 바람에 구체적인 대안이나 입장 표명에 실패, “어정쩡하다”는 평가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이 문제에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좌충우돌식 행보가 맞물려, 당 대표로서의 리더십 부재라는 세간의 질타도 감수해야 했다.

하기에 헌재의 수도 이전 위헌 판결에 따른 반사 이익은 이 시장이나 손 지사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보수 진영의 반발도 부담스럽다. 예컨대 대표적인 보수 논객인 조갑제 ‘월간조선’ 대표가 헌재 판결 후, “ 헌재 결정을 환영한다는 한나라당의 반응은 해방된 뒤에 ‘독립운동’하는 격”이라고 비꼰 대목은 정확히 박 대표를 겨냥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골칫거리였던 수도이전 문제가 해소됨으로써 리더십 구축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 당분간 ‘ 조용한 행보’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인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수도 이전에 대한 성적표가 대권 경쟁의 유불리로 어떻게 이어질 지는 섣부르게 예측하기 어렵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당장 박 대표는 10월 22일 관훈토론회에서 수도 이전 관련 영수회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를 두고 ‘노무현 대 이명박’ 구도를 뒤늦게나마 해체시켜야 할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동시에 당 내부적으로는 충청권에 대한 배려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이 요청됐다.

- '충청권 달래기' 새 과제에 직면

여권이 충격에 빠진 사이에 상대적으로 홀가분한 한나라당에서 충청권 배려책이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면 스포트라이트는 다시 박 대표에게 쏟아질 수 있다. 반면 이 시장과 손 지사는 수도권 이전 반대의 강도만큼 충청권의 민심을 잃은 측면이 있다. 자치 단체장으로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있으나, 차기 대권주자로서는 ‘수도권 중심주의’의 덫에 걸린 측면을 무시하기 힘들다.

하기에 이들 ‘빅3’는 국토 균형 발전에서 소외된 지방 민심, 특히 충청권의 민심을 어떻게 달래느냐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고 볼 수 있다. 잠룡들의 치열한 신경전, 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임경구 프레시안 기자 hifidelity@naver.com


입력시간 : 2004-10-2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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