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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헌법 성문법 효력 vs 보충적 효력
[행정수도 이전 위헌 파문] 위헌 결정에 대한 헌법학자들의 견해

헌법재판소가 10월 21일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대해 ‘ 서울 = 수도’ 라는 관습 헌법을 내세워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정계와 법조계 안팎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관습 헌법’에 대한 이해의 차이에서부터 과연 관습 헌법이 헌법 재판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 지와 관습 헌법 개정 절차를 성문 헌법의 경우와 대등하게 취급할 수 있는 지 여부, 그리고 헌재 결정이 국회 입법권(대의제)을 침해했는 지가 논란의 쟁점이다. 국내 헌법학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헌재의 위헌 결정의 의미와 주요 쟁점, 반론 등을 점검해 봤다.


▲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67)
"수도=서울 관행은 헌법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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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다음날인 22일 오후, 서울대 대학원 강의를 마치고 나온 최대권 교수는 헌재가 위헌의 논거로 내세웠던 ‘관습 헌법’에 대해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최 교수는 지난 6월 한 일간지 기고문을 통해 신행정수도 특별법이 관습 헌법에 근거할 때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처음으로 문제 제기를 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 헌법에는 명문 규정이 있느냐에 관계없이 헌법의 핵심부에 해당하는 사항이 있으며, 헌법에 서울을 수도로 하는 명문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너무 당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수도 이전은 국회의 단순한 입법 사항이 아니라 헌법 개정이나 그에 준하는 절차, 예컨대 국민 투표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그는 헌재 판결과 관련해 관습 헌법을 둘러 싸고 펼쳐지는 논란에 대해 “우리 헌법 130개 조항만으로 모든 법률의 기본 방향을 정할 수는 없다”며 “성문법 국가에서도 국가 정체성이나 기본권 등 헌법의 핵심 사항과 관련해 국민 의식 속에 자명하게 받아 들여지고 있는 관행이나 관례는 헌법 사항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6세기 동안 서울이 우리나라에서 차지해 온 중심적ㆍ정신적 위치 때문에 서울의 지위는 헌법적 사항이지, 단순한 입법 사항으로 처리될 수 없다는 게 최 교수의 주장이다.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은 국어가 ‘한국어’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인에게 의문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관습 헌법으로 봐야한다는 것.

최 교수는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은 헌법의 핵심 부분이므로 명문에 규정이 없더라도, 헌법 개정과 버금가는 정도의 절차가 필요하다” 고 말해 수도 이전을 국회의 단순 과반수 의결로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 헌재 결정이 국회 입법권을 침해했느냐에 대해 “헌재가 고유의 역할을 했을 뿐”이라며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헌재 결정을 수용하고, 이번 헌재 판결을 계기로 국민의 헌법적 담론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허영 명지대 초빙교수(68)
"헌법적 관습은 헌법과 같은 효력"






허영 교수는 21일 전화 통화에서 “ 헌재가 ‘관습 헌법’이란 개념을 잘못 사용해 우리의 성문법 체계에서 논란을 불러왔다”면서 “헌재의 취지는 헌법적 관습(헌재가 말하는 바, 관습 헌법)도 성문 헌법의 내용을 훼손하지 않는 한 성문 헌법과 같은 효력이 인정되므로, 이를 헌법의 하위 규범인 법률로 바꿔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 어느 나라든지 성문 헌법 외에 헌법 관습법을 두고 성문 헌법이 담을 수 없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면서 “ 마치 국기는 태극기, 국가는 애국가, 국어는 한글처럼 ‘수도 = 서울’이라는 것은 경국 대전 이후 600년간 헌법적 관행으로 인정되어 온 것으로 규범력이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수도 이전을 국회 과반수 입법으로 추진한 것은 헌법적 관행에 위배되는 것으로 위헌이라는 것이다. 허 교수는 “다만 헌법적 관습을 성문헌법과 똑 같이 헌법 개정 절차를 거쳐 바꾸도록하는 것은 지나치게 엄격한 것으로 국민 투표 등 다른 대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일각에서 헌재가 국회 입법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 “그렇다면 헌재가 그 동안 200여 법률에 대해 위헌 판결을 한 것이 무효란 말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대의 기관(국회)이 다수결로 법을 만들어도 헌법에 어긋나면 제어할 수 있는 게 헌재의 의의”라고 강조했다. 그는 “層?이전 문제로 국론이 두 파로 나뉘어 갈등을 빚어왔는데, 헌재 판결이 사회 안정에 기여하게 됐다”면서 “헌재가 헌법 수호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고 말했다.


▲ 장영수 고려대 교수(44세)
"헌재의 관습헌법 논리는 부적절"




장영수 교수는 22일 전화 통화에서 “헌재 결정은 결론보다 과정과 논리에 문제가 있다”면서 “헌재가 불문 헌법(관습 헌법)에 근거해 ‘수도 = 서울’을 인정하고 이를 변경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는데, ‘서울 = 수도’를 불문 헌법으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성문 헌법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관습 헌법 변경을 위해 성문 헌법을 개정하라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 헌법 제 130조의 국민투표권 규정은 성문헌법의 개정을 전제로 한 것이지, 관습 헌법의 개정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며 “헌재의 법리 전개는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관습 헌법은 성문 헌법보다 법률에 가깝다”며 “행정 수도 이전에 대해 성문 헌법에 준하는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스럽다”고 주장했다. 또한 “ 관습 헌법을 인정한다 해도 국민투표 없이 수도 이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 이번 헌재의 위헌 결정은 논리적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 바람직한 것과 합헌ㆍ위헌 결정을 내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면서 “ 헌재의 위헌 결정은 바람직하고 합리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헌재 결정이 국회 입법권을 침해했는가에 대해 “ 헌재는 헌법에 근거해 법률을 심판할 권한이 있다”면서 “ 문제는 불문 헌법의 논거가 적합한가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 임지봉 건국대 교수(38)
"헌법기반인 대의제 정면배치"


헌재 결정과 관련해 22일 한국일보 좌담에 참석한 임지봉 교수는 “ 헌재가 위헌의 근거로 제시한 관습 헌법이 위헌 심사의 기준이 될 수는 있지만 개념이 불확정적이고 모호한 관습 헌법을 ‘유일한’ 판단의 근거로 한 것은 국내외적으로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위헌 결정의 엄청난 파괴력과 중대성에 비춰 위헌의 근거는 명백하고 치밀한 논리적 구성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헌재의 결정은 불명확하고 보충적인 관습 헌법을 ‘유일한’ 근거로 해 설득력이 빈약하다는 것.

임 교수는 “관습 헌법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다수 국민이 ‘수도는 서울’임을 강제력 있는 규범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헌재는 국민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어떠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헌재가 수도 이전을 위해서는 ‘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 헌법에 반하는 헌법 개정이 있어야 한다는 논거에 대해 “ 불문 헌법(관습 헌법)은 원래 성문화 되어 있지 않으므로 원래 헌법 개정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헌재가 국민 대표 기관인 국회를 통과한 법률을 두고 관습 헌법이란 논거로 무효화한 것은 우리 헌법의 기반인 대의제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며 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그러나 헌재의 결정은 논리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받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4-10-2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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