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지속시키며 북핵 해결 모색, 북·미 인?倫耽?관건안보동맹·통상문제 등 변화 예상, 자이툰부대 철수시기도 쟁점

[부시 집권 2기] 북한 핵, 뿌리 뽑을까?
6자회담 지속시키며 북핵 해결 모색, 북·미 인?倫耽?관건
안보동맹·통상문제 등 변화 예상, 자이툰부대 철수시기도 쟁점


지난 2월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에서 각국 대표단이 악수를 하고 있다.

“미국 대선은 ‘안보 선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재선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8월 25일부터 18일 동안 뉴욕, 워싱턴 DC 등 미국 주요 도시를 방문해 정계 고위 인사와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을 만나고 귀국한 국회 통일 외교 통상위 소속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귀국 후인 9월 15일께 기자에게 미국서의 경험을 들려 준 자리에서 내 놓은 전망이다. 홍 의원은 또 미국내 한반도 문제 전문가의 견해를 전제로 “부시가 재선되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상 봉쇄 등 강력한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고도 전했다.

국회 내 미국통으로 지난 8월 29일 미 공화당 전당 대회에 초청 받아 미국에 다녀 온 한나라당 박진 의원도 “북한이 핵 실험을 감행할 경우 미국은 초정밀 공습(Surgical Strike)으로 북한의 핵시설을 제거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며 “부시 정부는 북한 핵에 대해 상당한 관심과 함께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두 의원이 전한 미국 정계의 기류에 따르면 미 대선에서 부시가 재집권 할 경우, 한반도는 북한이 핵을 고집하는 한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11월 4일 미 대선 결과 부시 대통령이 접전 끝에 민주당 존 케리 후보를 물리치고 재선에 성공해 집권 2기 체제가 출범함에 따라 북한 핵 문제, 한미 안보 동맹 재조정, 통상 문제 등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주요 현안에 변화가 예상된다.

- 북핵문제 해결 위한 6자회담 연내 성사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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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문제는 미국 대선 과정에서 주요 이슈의 하나였던 만큼 한미 관계에서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부시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해 존 케리 후보가 6자 회담의 보완책으로 ‘북 - 미 직접 대화’ 방안을 제시한 것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혀, 6자 회담의 현행 틀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미국은 지난 3차 회담에서 북한을 상대로 제시한 ‘3개월 준비 기간 내에 동결 후 핵 폐기’라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 북한의 조속한 답변을 바라고 있고, 중국측 수석 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이 최근 “6자 회담 참가국들이 11월 말쯤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해 회담의 조기 재개는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말 미 대통령 선거를 1주일 앞두고 방한한 파월 국무장관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이뤄 낸 ‘제 4차 6자 회담의 조기 개최를 위해 노력한다’는 합의도 그러한 가능성을 높여 준다. 굔峙?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미국이 6자 회담 재개에 적극적인데다 회담 성사의 최대 변수인 북한도 미 대선 결과가 나온 만큼 더 이상 회담을 미루기 어려울 것”이라며 “6자 회담이 조만간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회담이 재개되더라도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인식차가 엄존해, 해결까지의 길은 멀어 보인다. 미국은 6자회담을 통해 다자간 압박으로 북한의 선(先)핵 포기를 이끌어 낸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핵 포기와 보상을 동시에 해결하자는 주장이다. 전봉근 평화협력원장(전 청와대 국제안보비서관)은 “북ㆍ미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선뜻 핵을 포기할 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만일 북한이 제 4차 6자 회담에서 기존의 입장을 반복해 제 3차 6자 회담에서 미국이 제시한 북핵 해결을 위한 로드맵을 거부할 경우 부시 대통령이 대선 토론에서 ‘약속’한 바에 따라 북한을 강하게 몰아 붙일 가능성이 크다. 직접적인 무력 공격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한 뒤 단계적으로 북한을 압박해 갈 것으로 보인다.

용산 미군기지 나이트 필드 연병장에서 열린 한-미 연합사 창설 제26주년 기념 의장행사에서 주한미군과 카투사 장병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박서강 기자

존 볼튼 미 국무부 군축 안보 담당 차관은 지난 9월 “북한이 계속 요지부동이면 다음 단계는 논리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미국의 의중을 드러낸 바 있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도 “미국 제안에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 경우, 유엔 안보리에 회부할 가능성과 향후 대량 살상 무기 확대 방지 구상(PSI)훈련 등으로 강도를 점차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결국 상황 반전의 관건은 북한에 달린 셈이다. 전봉근 평화협력원장은 “경제 위기와 한국의 대북 지원 중단 우려 등을 고려, 북한은 최근 벼랑 끝 전술을 자제하고 있다”며 “2기 부시 행정부에서도 북미 관계는 1기와 유사하게 불안정한 균형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난 4일 삼성경제연구소가 내 놓은 보고서 ‘2004 미국 대선의 의미와 영향’은 북핵 문제에 대해 미국과 북한의 ‘획기적 타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미국과 주변국 사이의 입장 차이가 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당분간 ‘6자 회담’ 노력이 계속되겠지만, 집권 후반기까지 해결이 안 될 경우 북한 국내 문제에 미국이 본격 개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남북관계, 6자회담 성과에 달려

부시 대통령 2기에서의 ‘남북관계’는 6자 회담 재개와 연계돼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 6월의 3차 6자 회담 과정에서 6자 회담과 북미 양자 회담 병행을 통해 북핵 문제를 풀려는 의지를 보였는데, 미국이 양자 대화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다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해 왔다. 북한이 북ㆍ미관계에 비중을 두는 한, 남북 대화는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현재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부시 대통령은 그 동안 북한을 철저하게 무시, 압박하는 전술로 벼랑 끝 전술을 무력화시켰다. 그런 부시 대통령이 재집권함으로써 북한은 껄끄러운 부시 행정부를 4년간 더 상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전봉근 평화협력원장은 “북한은 빌 클린턴 민주당 행정부를 상대할 때는 ‘벼랑 끝 전술’을 활용했으나 부시 공화당 정부가 그런 전술에 대해 초강경책으로 반응하거나 무반응 전술로 일관하자 별 효과가 없다며 자제하고 있다”며 “북한이 연내 6자 회담 개최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4차 6자 회담이 열려야 남북 대화도 탄력을 받게 된다. 김기정 연대 교수(국제정치학)는 “3차 6자 회담에서 제시된 로드 맵을 보면 일괄 타결은 힘들어도 부분 타협은 가능하다고 본다”며 “협상과 타결이 가능한 영역에서부터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북핵 문제가 악화되지 않도록 한국은 중재자로서 행동해야 한다”면서 “북한에게는 6자 회담 같은 대화 이외에 대안이 없음을 확실히 인식시키는 한편, 미국에게는 한반도 평화가 궁극적으로 동북아 전체의 평화를 가져 온다는 사실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북한학)는 “북ㆍ미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미국의 대북 압박이 커질 공산이 크며, 그 과정에서 한ㆍ미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남북 화해ㆍ협력을 위해 우리가 6자 회담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미 군사관계 현상유지 가능성

‘한ㆍ미 관계’는 당분간 큰 변화 없이 현상 유지 쪽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기정 교수는 “향후 한ㆍ미 관계는 한미 동맹의 재조정과 북핵이라는 두가지 축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동맹 재조정은 미국의 군사적 관점에서 4년 동안 추진된 것으로 주한 미군 감축, 용산 기지 이전, 주한 미군 2사단 재배치 등은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르면 △주한 미군 10대 임무의 한국군 이양 △주한미군 1만2,500명의 감축 △서울 용산 미군 기지의 경기 평택 지역으로의 이전 등은 당초 일정대로 2006∼2008년에 마무리 될 예정이다.

이라크 아르빌에 주둔중인 자이툰 부대원들이 비상상황 대비 훈련을 하고 있다.

한미 관계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의 2기 체제에서 한미 관계의 초점은 오히려 한미 동맹의 비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있다고 본다. 한ㆍ미 신 안보 선언, 주한 미군의 광역 기동군화, 병력 이동에 대한 사전 협의 등이 주요 의제라는 것. 한반도에 잔류하는 주한 미군 2만5,000명의 재배치는 최대 군사 현안으로 부시 정부는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PR)계획에 따라 해외 미군들을 주둔국 방어가 아닌 지역 내 적대 세력 견제 수단으로 이용하길 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한반도 외부의 분쟁 지역에 주한 미군이 출동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 따라서 2만5,000명의 주한 미군을 동아시아 지역의 신속 기동군으로 변모시킬지 여부를 놓고 한ㆍ미간에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예정인데 이 달 말 제 1차 한ㆍ미 안보 정책 구상 회의(SPI)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연합군의 전시 작전권을 한국군이 가져오는 것도 부시 대통령의 연임 기간 중에 논의된다. 자이툰 부대의 철수 시기는 내년 초 한미간에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파병 기간을 내년 12월 31일까지로 연기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라크 정세와 국내 여론에 따라 그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해 국방부 일각에서는 자이툰 부대 철수에 대한 미 행정부의 반응이 부시 대통령 2기의 한미 동맹 관계를 결정 지을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고유가ㆍ원화절상으로 경제 부담

부시 대통령의 재선은 한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는 자유무역주의 고수를 통상 정책의 기치로 내걸고 있고, 특히 미국의 경기가 후퇴 조짐을 보임에 따라 타국에 대한 통상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 예상된다. 최근 아시아와 남미 등 국가들과 자유 무역 협정(FTA)체결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우리의 경우 최근 수 년간 100억 달러를 웃도는 대미 무역 흑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주요 통상 정책에서 대상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인규 대외 경제 정책 연구원 미주팀장은 “현재 미국 내에서는 미국에 대해 막대한 무역 흑자를 보이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며 “미국 정부가 한국에 대해 농산물 시장 개방이나 스크린 쿼터 철폐를 강하게 요구해 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당선 연설에서 대(對)중동 강경 정책을 천명함에 따라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이 심화될 것이 예상되며, 이에 따라 석유 수급 구조에 불균형이 빚어져 고유가 행진은 계속될 전망이다. 중동 석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경제에 부정적인 요인이 아닐 수 없다.

부시 정부는 쌍둥이 적자(재정 적자 + 경상 수지 적자)를 해소하고 철강 화학 등 전통 제조업체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2년 이후 약(弱)달러 정책을 지속해 왔다. 원화 값 상승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이는 달러 가치의 하락을 가져와 그 만큼 우리 수출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하락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11-10 18:20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