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김승현·이건희·류진 회장 등이 대표적 '부시 창구'정계선 유재건·박진·정의용 의원 등이 공화당과 대화 통해

[부시 집권 2기] 정·재계'부시 맨' 미 핵심부와 선 닿는 '미국통'
재계, 김승현·이건희·류진 회장 등이 대표적 '부시 창구'
정계선 유재건·박진·정의용 의원 등이 공화당과 대화 통해


미국의 대선 결과에 촉각을 세우던 청와대는 11월 3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승리가 확실시되자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부시 인맥 찾기. 그러나 여권내에는 정통 ‘ 부시 맨’이라고 할만한 인물이 없어 결국 재계에 ‘ 부시 창구’역할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가장 먼저 거론된 인사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 선친 때부터·공장 인연 등으로 인맥 구축

김승연 회장은 별명이 ‘ 다이너마이트 주니어’. 선친인 고 김종희 회장이 ‘ 다이너마이트 김’으로 불리면서 닦아 놓은 인맥을 그대로 이어 받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부시 대통령 가문을 비롯한 미 공화당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

김 회장은 2001년 출범한 한ㆍ미교류협회의 초대 회장을 맡은 이후 정기적으로 미국 정계 인사들과 교분을 쌓고 있다. 지난 2001년 부시 대통령 취임식 때 30대 그룹 총수로는 유일하게 초청을 받았고, 2003년 1월 상ㆍ하원 연두교서 발표회에 참석한 뒤에는 필 크레인 하원 무역소위원회 위원장, 톰 피니 공화당 하원의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 등 미국 정부의 실세와 잇따라 면담을 갖기도 했다.

김 회장은 키신저 전 국무장관, 워커 전 대사 등을 통해 공화당계 정책 서클인 헤리티지 재단과도 20여년간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김 회장과 교분이 있는 공화당 인사로 딕 체니 부통령, 일레인 차오 노동장관,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 애드윈 미즈 전 비서실장, 데니스 해스터드 연방 하원의장, 톰 딜레이 하원 원내총무, 헨리 하이드 하원 국제관계위원장, 짐 리치 하원 국제관계위 아·태 소위원장 등을 꼽는다.

관련기사
힘의 부시 드세진 미국
북한 핵, 뿌리 뽑을까?
기고-新부시 행정부의 국제관계

이건희 회장은 부시 대통령이 주지사로 있던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반도체 공장을 인연으로 자연스럽게 부시 진영과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1990년대 초반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준공했을 때에는 부시 대통령이 준공식에 직접 참석했고, 지난 2001년 부시 대통령 취임식에는 당시 오스틴 공장 법인장이던 이승환 부사장(현 고문)이 공식 초청을 받기도 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과 삼성전자 미주 법인장인 이승환 부사장과는 아주 특별한 사이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를 계기로 부시 대통령과 이건희 회장 간에 몇 차례 회동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작년 5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 나노테크 3개년 투자 계획’ 기념 행사에는 부친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참석하기도 했다. 재계에선 삼성전자야말로 명실상부한 부시ㆍ공화당 인맥이라는 것이 공통된 입장이다.

풍산의 류진 회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대표적 ‘ 부시 맨’으로 통한다. 풍산의 창업주인 고 류찬우 회장이 풍산을 한국의 독보적인 방위 산업체로 성장시키는 과정에 미 CIA국장(1976~1977)이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인연으로 부시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다섯 차례(1982, 1989, 1992 ,2001, 2003년)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풍산 일가와 긴밀한 접촉을 했고, 특히 1992년 방한 때 류진 회장은 선친인 류찬우 창업주와 함께 부시를 대면한 것을 계기로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정계 인사들과도 두터운 인연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 회장은 92년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주지사로 재직할 당시 텍사스에 풍산 미국현지법인 공장을 준공하며 우애를 과시하기도 했는데, 아이오와주 현지법인 PMX 준공식 때에는 부시 전 대통령이 “ 사정이 있어 참석할 수 없으니 아내라도 대신 보내겠다”며 바버라 부시 여사를 참석시켰을 정도다.

류 회장은 부시 전 대통령의 기념사업회인 부시재단의 위원을 맡고 있으며 부시 전 대통령 부부와 부부 모임도 종종 갖는데, 류 회장과 부시 일가를 잘 아는 재계의 한 관계자는 “ 류 회장과 부시 대통령과는 직접 전화를 할 정도로 친밀한 사이”라며 “ 재작년 12월 부시 尹酉??여중생 사망 사건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사과 전화를 했던 배경에는 이를 간곡하게 요청했던 류 회장의 역할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밖에 과거 방미때 부시 전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가졌던 코오롱 이웅열 회장도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의 미국 내 인맥은 2001년 7월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일행이 방문했을 때 만찬에 초대됨으로써 세상에 널리 알려졌는데, 지금도 부시 일가와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e메일을 주고받을 정도로 두터운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미재계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효성 조석래 회장,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 ㈜E1 구평회 명예회장 등도 미국에 상당한 인맥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 공화당·행정부 인사들과 두루 교류

정계에서는 열린우리당 유재건 의원과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공화당 의원들과 대화가 통하는 ‘ 부시맨’으로 꼽힌다. 유 의원은 로스앤젤레스에서 10여년 동안 변호사로 활동하고 16대 국회에서 한미 의원 외교 협의회장을 지내 미 의회에 폭 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

한미 의원 외교 협의회 미국측 회장인 공화당 출신 에드워드 로이스 하원의원과 전임 회장인 공화당 12선의 더그 베로이트를 비롯해 하원의 17선인 찰스 랭겔 민주당 의원, 던컨 헌터 하원 군사위원장, 리처드 루거 상원 외교위원장이 대표적인 지인들이다. 또 딕 체니 부통령,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더글라스 팔 아시아태평양 정책연구소장 등 부시 진영의 핵심 참모들과도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 의원은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출신으로 국무부의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과 제임스 켈리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국방부의 폴 울포위츠 부장관, 리처드 롤리스 부차관보 등과 교분을 유지하고 있다. 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스티븐 해들리 부보좌관, 마이클 그린 아시아태평양담당 선임보좌관과, 보수 성향의 헤리티지재단 에드윈 풀러 이사장과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도 박 의원과 가깝다.

그 밖에 열린우리당내 대미외교특별위원장인 김혁규 상임중앙위원은 미국에서 10여년간 사업을 하면서 뉴욕 한인경제인협회장, 뉴욕한인회 이사장 등을 역임, 경제계 인맥이 두텁다는 평이다.

미국 라이스대 종신교수인 채수찬 의원은 라이스대 내에 있는 베이커재단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연구 활동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지 부시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과 가깝고 학계에 발이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용 의원은 주미 대사관, 참사관과 공사 등을 지낸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미 행정부 내 외교 라인과 유엔 쪽에 인맥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은 1998년부터 3년간 주미 한국대사관 국방무관을 하면서 미 국방부 및 NSC의 인사들과 교분을 쌓아 콜린 파월 국무장관,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 리언 러포트 주한 미군 사령관, 헤리티지재단의 래리 워첼 부소장, 리처드 솔로몬 미 평화연구소(USIP) 소장 등과 가깝다는 평이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11-10 18:47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