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저우 군 개혁 놓고 파열음, 진급비리의혹 수사로 갈등 표면화

별들의 수난시대, 개혁 메스에 돌아선 軍心
[盧정권과 軍 '별의 전쟁'] 참여정부 군 개혁 놓고 파열음
진급비리의혹 수사로 갈등 표면화


ㄴ무현 대통령과 군 수뇌부들이 청와대에서 열린 장성 보직신고식에서 국방장관의 인사말을 들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군 인사 투서에서 비롯된 군과 권력 핵심부의 갈등이 좀처럼 가라 앉지 않고 있다. 장성 진급 비리 의혹 수사와 관련해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이의 반려로 고비를 넘기는 듯했으나, 군 검찰이 수사를 강도 높게 계속 진행하면서 오히려 긴장도가 높아져 가는 상황이다.

군 개혁을 둘러싼 노무현 정권과 군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참여정부는 출범 전부터 군과 악연을 가졌었다. 재작년 대선 때 750여명의 예비역 장성ㆍ영관 장교가 한나라당에 입당,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던 것. 개혁을 내세운 참여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군과 갈등 관계에 있던 셈이었다.

노 정권 출범 직후 군 사정 기관에 대해 들이 댄 대대적인 메스는 군 개혁의 신호탄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7월 김창해 전 법무관리관(준장)과 위성권 전 육군 법무감(준장)이 공금 유용 등의 문제로 각각 보직 해임되고 자진 전역한 데 이어, 9월에는 헌병 병과의 총수격인 이정 전 국방부 합동조사단장(소장)과 이길재 전 육군 헌병감(준장)이 부대 운영비를 전용한 혐의로 조사를 받다 자진해 옷을 벗었다. 군 사정 기관의 최고 책임자인 '사법 - 헌병 수뇌'가 잇따라 퇴출된 것이다.

• 뿌리깊은 비리 자르기에 군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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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국방부는 이들에 대한 사법 처리 및 전역을 미루다 노 대통령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가 인사 청탁 및 공금 유용 등을 군의 ‘관행’으로 보고 사법 처리 대상이 안 된다고 판단한데 반해 청와대는 군 장성들의 뿌리 깊은 비리 부패에 대해 ‘자기 식구 감싸기’로 일관한다고 간주해 수술에 나섰던 것. 청와대 고위직 출신인 한 정치권 인사는 “당시 청와대 내에선 군 개혁을 더 이상 국방부에 맡겨두기 어려운 만큼, 군 사법 시스템부터 손 대야한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군내 부정 비리 문제를 군 검찰에 맡길 경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고 말했다.

같은 해 9월, 국방회관 운영 비리와 관련해 3사 출신 소장 2명과 준장 1명 등 전현직 근무지원단장이 사법 처리 됐고, 육군회관 운영비리와 관련해서는 육사 출신의 육군 복지단장 4명(준장)이 사법 처리 대상에 올랐다. 또 역대 체육부대장 수사에 이어 공병 비리에 대한 조사가 진행돼 20여명의 장성들이 도마 위에 오르는 등 지난해에만 수십명의 장성들이 수사 대상이 됐다.

참여정부의 군 수술은 지난 5월 한미연합사령부 신일순 부사령관(대장)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현역 육군 대장이 개인 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은 창군 이래 처음 있는 일로 군 전체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군 검찰에 따르면 신 대장은 1999년 12월부터 지난 5월 구속되기까지 3군단장(중장)과 연합사 부사령관(대장)으로 재직하며 비서실 운영비, 복지기금, 기업 위문금, 한미합동훈련비 등 공금 1억700여만원을 개인 회비, 선물 및 접대비, 가족 레저비 등으로 사용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장성들은 신 대장의 혐의를 ‘관행’ 수준임에도 군 검찰이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다고 생각했다. 또 지난해 7~9월 부대 운영비 전용 혐의로 전역한 장성들과 비교해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군 안팎 일각에선 지난해 공금 유용 혐의로 군을 떠난 이정 전 국방부 합동조사단장, 이길재 전 육군 헌병감, 위성권 전 육군 법무감(준장) 등 ‘사법 - 헌병 수뇌’가 모두 호남 출신이고 신 대장 역시 광주일고를 나온 호남 군맥의 핵심이라는 사실에 근거해 참여정부의 ‘호남 군맥 제거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기에 국가 안보와 관련한 굵직한 사건들로 인해 노 정권과 군의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지난 7월 발생한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과 관련한 보고 누락 사건은 대표적인 예. 당시 군은 NLL을 넘어 온 북한 경비정이 무선 교신한 사실을 숨긴 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나중에 그러한 사실이 밝혀지자 청와대는 이를 정권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 군을 穿?세웠다. 결국 박승춘 합참 정보본부장(중장)이 7월 말 자진 전역했고, 조영길 국방장관마저 경질됐다.

김성만 해군작전사령관(중장)과 백운고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 정보융합처장(준장)은 서면 경고가, 합참 지휘통제실장 등 영관급 장교 3명에게는 구두 경고가 내려졌다. 당시 군 안팎에선 “정작 NLL을 침범한 북한에 대해선 한마디도 못한 채 우리 군 고위 장성들만 줄줄이 징계를 받았다”며 노 정권에 대한 불만이 팽배했다.

• 군 문민화 작업 등으로 갈등 고조
참여정부와 군의 갈등은 국방부 문민화 작업, 3군 균형 발전, 군 사법 개혁 등 군 개혁이 가속화하면서 파열음도 커지고 있다. 윤광웅 장관은 지난 7월 29일 취임 이래 국방부 문민화와 국방 개혁을 줄기차게 강조해 왔다. 국방 개혁 중 군 감축 방안에 따라 후방에 위치한 제2 야전군사령부 예하 9군단과 11군단의 해체가 현실화될 경우 중장(군단장) 2명을 포함한 장성급 6명과 장교, 부사관 등 400여명의 보직이 줄어들게 된다. ‘기득권 상실'을 우려하는 군이 벌써부터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군의 문민화’는 민간인의 군 참여를 활성화 해 문민 통제를 강화한다는 것으로 현실화될 경우, 국방부는 본부의 국장급 18개 보직과 4개 실장ㆍ차관보급 직위가 단계적으로 민간인으로 채워지게 된다. ‘3군 균형 발전’에 따르면 현재 81:10:8로 나뉘는 한국군의 육ㆍ해ㆍ공군 분할 구도에서 해ㆍ공군의 비율이 높아지게 된다. 이 같은 군 개혁 플랜에 대해 육군은 “문민화는 곧 군의 규모 축소로 이어지고, 3군 균형 발전은 육군의 약화를 가져 올 것”이라며 가장 반발하고 있다.

‘군 사법개혁’은 신일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의 사법 처리와 이번 군 인사 투서 사건을 계기로 참여정부와 군 간 갈등의 요체가 되고 있다. 현재 군 사법권은 지휘권을 보장하기 위한 보조적ㆍ종속적 위치에 머물러, 군 검찰의 신 전 부사령관에 대한 영장 청구나 육군 본부에 대한 수사는 군 수뇌부 입장에서 ‘반란’이라는 주장이다. 이 밖에 휴전선 지역 선전물 제거 문제, 대통령 직속 의문사위의 전ㆍ현직 장성 조사, 주적 개념 삭제 등도 참여정부와 군 사이의 갈등을 깊게 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8월 11일 청와대에서 윤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 주요 지휘관 70여명을 만난 자리에서 “군과 대통령 사이의 갈등은 원천적으로 존재할 수 없고 …(중략)…갈등이 있다는 것은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군 인사 투서 사건 이후 군과 정부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요즘, 노무현 정부가 과연 ‘정상적인’ 나라의 기틀을 마련하게 될 지 군 개혁’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12-02 15:20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