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에 가려진 짙은 그림자관광객 증가·고용창출 등서 현실과 동떨어진 전망, 업계 지각변동 예고

[카지노가 수상하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허가
장밋빛에 가려진 짙은 그림자
관광객 증가·고용창출 등서 현실과 동떨어진 전망, 업계 지각변동 예고


제주지역 카지노 생존권 확보를 위한 투쟁위원회 회원 1,000여 명이 15일 서울부산 신규 카지노 허가 방침에 반발하며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신규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국내 카지노 업계에 잭팟(jackpot)을 터뜨릴 것인가. 9월3일 깜짝 공표된 신설 카지노 후보 예정지가 2개월여만인 11월 17일 서울의 강남 한무컨벤션(오크우드호텔), 강북 밀레니엄호텔, 부산의 롯데호텔로 선정, 발표됨에 따라 ‘장미빛’전망과 함께 ‘회색빛’암운이 교차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카지노 신규 허가의 명분으로서 적극적인 관광객 유치, 외화 획득을 통한 관광 수지 개선, 일자리 창출, 카지노산업의 경쟁력 제고 등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신규 허가 방침에 따라 36년간 유지돼 온 서울ㆍ부산 지역의 독점 체제가 경쟁 체제로 전환, 중장기적으로 카지노시장의 경쟁력 및 투명성을 높이게 됐다고 강조한다.

현재 국내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서울, 부산, 인천, 강원(설악), 경북(경주)에 각각 1개씩에다 제주 지역에 8개 등 모두 13개로 앞으로 3곳이 신설되면 전체 16개로 양적인 면에서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반면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3개나 신설되고, 대도시 중심에 자리잡게 됨에 따라 국내 카지노 시장은 지각 변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문광부의 장미빛 전망에 따르면 카지노를 3개 신규 허가할 경우, 1억5,000만 달러 안팎의 외화 획득을 기대된다는 것. 1억 달러 정도의 매출이 발생된다면 생산 유발 1,519억원, 부가가치 유발 1608억원, 고용 유발 효과 1만1,738명등의 결과가 예상된다는 예측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외래 관광객 증가와 이에 따른 외화 획득의 경우 최근의 통계 자료는 외래 관광객과 카지노 이용객의 규모에 큰 변화가 없고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어, 문광부의 예상과 상반된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표1 참조)

외래 관광객은 1990년대 이후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나타냈지만 2000년 이후에는 정체 내지 감소(2001년, 2003년)하는 경향을 보였다. 외래관광객 대비 카지노 이용객 점유율은 1992년 21.1%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해 2000년에는 11.9%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12~3%대에서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3년 카지노 이용객은 1994년과 대비해 4,000명이 증가했으나 2000년 대비 6,000명이 감소했다.

파라다이스 독점에 변화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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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기 경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13년 동안 자료를 이용해 외래 관광객과 카지노 이용객 간의 상관 관계를 조사한 결과, 통계적으로 상관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은 10월4일 국회 문광위 국정감사에서 “10월 2,3일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233명을 상酉?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95.5%가 카지노에 갈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고 해 문광부의 ‘외래관광객 증가 = 카지노 수입 증가’라는 예상과 큰 차이를 보였다.

카지노 신설에 따른 ‘일자리 창출’에서도 뚜렷한 견해 차가 있다. 문광부는 카지노 신규 허가로 매출이 1억 달러 발생할 경우 1만1,738명의 고용 창출로 이어져,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손대현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장도 “노동 집약형 산업인 카지노 산업을 통해 청년 실업 해소와 외화 획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며 “(카지노 신설에 따른) 고용에 대한 직접 효과가 1만3,953명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카지노 업체 1곳당 대략 1,000명의 고용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카지노 관계자들은 문광부의 자료와 일부 학자들의 주장이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너무 부풀려졌다고 지적한다.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가운데 종업원 수가 가장 많은 워커힐 카지노가 850명, 가장 적은 제주퍼시픽 카지노는 13명으로 전체 13개 카지노의 고용인원은 2,700명 정도에 불과해 1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수십개의 카지노 신설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전국을 도박장화 한다”는 비난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진오 ‘도박 산업 규제와 개선을 위한 전국 綸?緇æ?暉敾㎰坪揚?“아무리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고 해도 건전한 사업 투자와 확대를 통해 고용을 창출해야지 공공의 목적에 따라 필요악으로 허용되는 도박 산업을 활성화시켜 고용창출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제주의 한 카지노 종사자는 “카지노 신설 계획이 발표된 이후 서울이나 부산으로 옮기겠다는 사람이 상당수여서 고용 창출이 아니라 ‘이동’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광부 김찬 관광국장도 “장차 카지노 전문인을 양성해야 겠지만 초기에는 기존 카지노 종사자를 활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했다.

카지노 신설과 관련, ‘카지노산업의 경쟁력’은 학자를 비롯한 전문가들 사이에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이다. 그 동안 국내 외국인전용 카지노는 서울ㆍ부산의 파라다이스카지노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다시피 해 3개 카지노가 신설되면 국내 카지노시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표2 참조)

"카지노 시장 파이 커질 것"
서원석 경희대 관광학부 교수는 “1개 기업이 독점적으로 운영하면 무슨 경쟁력이 있겠느냐”며 “대도시 지역에 새 카지노가 신설되면 경쟁 체제를 구축하게 돼 카지노 발전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카지노 신설에 따른 ‘시너지 효과’로 카지노 시장의 ‘파이’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대현 대학원장은 “36년간 한 기업이 정부의 과보호를 받으며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지배한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었다”며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 시장을 겨냥해 앞 다퉈 카지노산업에 뛰어 들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찬 국장은 “최근 마카오가 독점 구조를 타파하고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가 하면 인접 국가인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도 경쟁적으로 카지노를 유치하고 있다”며 “이번 신규 카지노 신설로 독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던 서울ㆍ부산 지역이 경쟁 체제로 전환해 살아 남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출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견도 만만찮다. 산업연구원의 이상직 연구원은 “한국은 카지노 구조상 아시아 경쟁국보다 수요 기반이 취약한 데다 13개나 되는 업체가 과잉 경쟁 상태여서 업체 수를 더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카지노 증설은 아시아 다른 국가의 카지노 설치를 자극해 결국 국내 카지노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이충기 경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카지노 정책 차원에서 VIP 고객 뿐만 아니라 일반 외래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도심형’ 카지노보다 ‘리조트형’ 카지노가 바람직하다”며 “그래야 카지노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고 국제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명해 파라다이스그룹 홍보팀장은 “아시아 카지노시장이 커짐에 따라 해외시장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업체의 대외경쟁력을 키워주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카지노 시장을 좌우하는 VIP 고객은 국내 도시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한국ㆍ마카오ㆍ홍콩ㆍ싱가포르 중 어느 나라를 갈까 고민하기 때문에 국익을 위해서도 국내 경쟁보다는 대외경쟁력을 제고시키는 정??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달 말게 대도시 신규 카지노 3곳에 대한 문광부의 최종 승인이 나게 되면 국내외 카지노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13개 카지노 중 그나마 경쟁력을 갖춘 업체는 1~2곳에 불과해 향후 업체들의 생사 여부와 카지노 신설(또는 남설)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현재 13개 카지노 중 흑자를 내는 곳은 3개 업체 뿐이고 카지노 평균 가동률은 고작 3%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제주도 8개 카지노는 1곳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인데 대도시에 3개의 카지노가 신설돠면 직격탄을 맞을 것이 예상된다. 이에 ‘제주지역 카지노 생존권 확보를 위한 투쟁위원회(카생투)’는 11월 30일 문광부의 카지노 신규 허가에 위법이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지만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 심각한 것은 카지노 남설에 따른 국내 카지노 시장의 생존 문제다. 카지노 허가를 명문화하고 있는 관련법으로 인해 카지노 신설이 남발될 경우 ‘카지노 공화국’으로 나라가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자유도시특별법, 민간복합도시특볍법(기업도시법) 등에는 내국인이 자본금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면 카지노업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이 형태의 기업 도시를 추진하는 곳은 전남 해남ㆍ영암 등 5곳이다.

도심형 틈?리조트형 카지노가 바람직
지난해 11월 개정된 관광진흥법에는 외국인이 5억달러 이상을 국내 관광 사업에 투자했을 경우 카지노장을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천시는 인천신도시관련특별법에 따라 2012년까지 카지노가 포함된 국제 관광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그밖에 관광진흥법,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강원랜드 관련법 등도 카지노 허가규정을 담고 있다.

카지노 전문가들은 3곳의 카지노 신설과 관련, 외국인 전용 카지노 산업의 방향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호텔의 부대 시설로 설치된 ‘도심형’카지노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만큼, ‘리조트형’카지노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신규 허가 방침을 철회하고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온전한 장미빛 정책을 수립하자는 주장도 있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12-16 17:10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