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 용역보고서 단독입수

외국인 전용 카지노 허가과정·배경 놓고 의혹 난무
[카지노가 수상하다] 주간한국, 용역보고서 단독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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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주사위가 던져졌는가.

길게는 2개월여, 짧게는 1주일 간의 치열한 ‘카지노 전쟁’이 막을 내리고 승패가 가려졌다. 지난 9월 3일 첫 포성이 울린 이후 서울에서 10여개 호텔이, 부산에서 5~6개 호텔이 결전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11월 9일 1차 관문을 거친 끝에 11월 17일 서울의 한무컨벤션(오크우드호텔)과 밀레니엄힐튼호텔, 부산의 롯데호텔이 신규 카지노 영업장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이 전쟁의 후유증은 아직 진행중인 상태다. 신규 카지노 허용 배경과 과정, 선정 절차 등에 갖가지 의혹과 불공정 시비가 제기되면서 또다른 전쟁의 불씨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다.

<주간한국>이 단독 입수한 ‘외국인전용 카지노영업장 입지선정 방안연구’라는 용역 보고서와 이에 근거한 카지노영업장 선정을 위한 ‘심사 위원 심사 집계표’에는 그러한 불씨의 단초가 곳곳에 잠복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카지노 관계 전문가들은 용역보고서와 심사집계표를 분석한 후 선정기준과 심사결과에 적지않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외국인 전용 카지노 영업장 입지 선정 방안 연구’라는 용역 보고서 부분이다. 이 보고서는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이 9월 3일 ‘서울, 부산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신설’방침을 밝힌 후 카지노 사업자로 선정된 한국관광공사가 문광부 산하기관인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작성된 것으로 11월 초에 발간됐다.

용역보고서는 신규 카지노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최적의 영업장 선정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객관적 평가 기준 마련을 목적으로 5차례나 내부 검토를 거쳤지만 최종 선정 기준이 특정업체를 비호하려는 쪽으로 변질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주간한국이 단독으로 입수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영업장 입지선정 방안연구' 용역 보고서

선정기준·자격기준에 문제 제기
보고서에는 카지노 신규 허가의 정책과 관련, 외래 관광객 1,000만명 유치, 외화 획득 증대, 고용 창출,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언급하고 이를 위한 ‘카지노 입지선정의 중요 요소’ 등이 제시돼 있다. 상위 평가 항목에 기반도시 규모ㆍ지역 접근성ㆍ잠재 수요 및 관광 인프라를, 세부평가 항목에 접근성ㆍ관광 수요ㆍ관광 자원 등을 중요 요소로 설정했다.

그러나 최종 보고서는 선정 기준을 느닷없이 외부 요소, 내부 요소, 관계 요소로 크게 구분하고 각각 50점, 30점, 120점의 배점 기준을 적용, 카지노의 신규 정책적 요소와 가장 관쳄?깊은 외부 요소의 비중을 턱없이 낮게 평가, 형평성(객관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 용역 보고서의 평가 기준이 5차례 변경되면서 그 때마다 외부ㆍ내부 요소의 평가 비중은 줄어든 반면 관계 요소의 평가 항목은 늘어 났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평가 기준에서 정책적 요소의 비중이 점점 축소되고 항목별 적용이 가능한 부분을 통합, 오히려 상호 연계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세부기준을 변경하면서 특정업체에 유리하도록 배려했다는 비판도 있다. 예컨데 종합 평가에서 1위 업체(합계 150.42점)는 세부기준의 변경에 따라 가중치(3)가 부여된 교통 접근성(13.88점)과 숙박시설 밀집도(9.00점), 외국인 유인시설 밀집도(10.00점) 등에서 2위 업체(각각 9.38점, 3.00점, 7.25점)를 월등히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 요소 중 점수 비중이 가장 큰 ‘영업 공간과 시설 조건’(55점) 항목에서도 1위업체는 경쟁 업체에 큰 점수차로 앞섰다. ‘C-프로젝트’(롯데호텔의 카지노 영업장 확보 전략)에 참여했던 롯데호텔의 한 관계자는 “국제 회의 시설업의 부대 시설에 대한 평가나 거리 제한, 심사위원들의 영업장 층고 등에 비중을 두는 것을 보면서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1위업체의 ‘자격요건’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관광공사가 10월 발표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영업장 선정 계획’에 따르면 자격요건으로 특 1등급 관광 호텔의 경우 연간 숙박객 3만5,000명 이상, 국제회의시설 부대 시설은 2003년 국제회의 참가자가 9,000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을 명시돼 있다.

전문가들은 1위업체는 자체적으로 국제회의를 개최한 적이 없으므로 자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경쟁업체들은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관광공사측은 “국제회의 개최 주체와 성격에 대한 해석 차이일 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의 카지노 업체 선정은 선정기준이 서울과는 또 달랐다. 관계 요소 중 임대 조건에 대한 평가에서 서울에서는 가장 높은 임대료를 제시한 A업체가 최고 점수를 받은 데 반해, 부산에서는 가장 낮게 제시한 B업체가 선정됐다. A와 B업체가 서울과 부산에서 나눠먹기를 시도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B업체가 이면 계약으로 관광공사에 60억원을 제시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또 외부 요소인 숙박 시설 밀집도와 유인 시설 밀집도에서 같은 해운대에 위치한 해운대그랜드와 부산메리어트 호텔이 각기 다른 배점이 적용된 것이나, 유인 시설 밀집도와 인접 지역 유인 잠재력 등의 기준에서 해운대에 위치한 부산메리어트가 서면에 위치한 부산롯데에 비해 점수가 낮게 나온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또 대외 이미지 및 명성 항목에서 국제적인 호텔 업체로서의 명성이 있는 부산메리어트가 모 업체보다 뒤진 점수가 나온 것이나, 세금 미납으로 물의를 빚었던 모업체가 최고 점수를 받은 데 반해 올해 우수 납세상을 수상한 해운대그랜드가 최하 점수를 받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통령 지시설·사전 내락설 등 불씨 여전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카지노 전쟁’의 승자는 이미 예정돼 있었고, 거기에 선정 기준을 짜맞추는 바람에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시중에 나돌고 있는 ‘대통령 지시설’, ‘특정업체 로비설’, ‘사전 내락설’등은 카지노 업계의 이전투구를 반영하는 듯하다.

‘대통령 지시설’은 이번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신설이 전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에 근거한다. 참여 정부는 출범 이후 카지노 신규 허가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2002년 4월과 2003년 6월, 서울과 부산의 호텔들이 카지노 신규 허가를 탄원했지만 문광부는 “현재로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한결같은 반응을 보여왔다.

그러다 1년후인 지난 7월 정동채 문광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180도 바뀌었다. 정 장관은 취임 2개월도 안돼 신규 카지노 사업을 강력하게 밀어붙여 그 배경을 놓고 갖은 의혹과 추측이 난무했다.

이와 관련, 정 장관은 9월 7일 한국관광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주최한 ‘복합 레저 관광 단지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 공청회’에서 “7월 1일 장관 임명장을 받으면서 대통령으로부터 복합 레저 관광 단지 활성화와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확대라는 두 가지 과제를 전달받았다”고 밝혀 신규 카지노가 노 대통령의 의지에 따?것임을 내비쳤다.

정가 일각에서는 신규 카지노 영업장으로 선정된 한무컨벤션이 김대중 정부 시절 카지노 시설을 만들려다 박지원 전 문광부 장관과의 연계설 등으로 곤욕을 치룬 적이 있고, 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던 정동채 장관이 카지노 관련 입법을 추진했던 점 등을 근거로 노무현 정부와 김대중 정부간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특정업체 로비설’은 카지노 신규허가 배경과 관련, 지난해 6월부터 카지노 신규 허가 분위기를 조성하고 여론몰이에 나선 ‘외국인 전용 카지노 개혁추진연대(외카련)’에 의혹의 화살을 겨누고 있다. ‘외카련’의 구성원 중 대외협력실장인 조월제씨는 당시 오크우드호텔을 운영하는 한무컨벤션 종합기획부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그의 부친이자 서울동방관광㈜ 대표인 조용장씨는 외카련 대표직을 역임했다.

조씨는 2004년 6월 그의 저서 ‘카지노 코리아’(반디미디어 刊)를 통해 서울에 신규 카지노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한무컨벤션과 관련이 있는 한국종합무역센터를 카지노 영업장의 최적지로 꼽기도 했다.(책 p137~144)

한무컨벤션 - 동전개발㈜ - 서울동방관광㈜의 3자 관계도 의혹을 눈초리를 받고 있다. 동전개발의 자회사인 한무컨벤션의 김용식 회장은 동전개발의 대표주주이자 서울동방관광의 2대 주주이고, 조용장 회장은 오크우드호텔에 식음료를 납품하는 동전개발의 2대 주주이다. 외카련이 카지노 신규허가 분위기를 조성하고 여론몰이를 한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의혹은 11월 17일 한무컨벤션이 카지노 영업장으로 선정되면서 더욱 증폭됐다. 일부 카지노 전무가들은 “카지노 선정 기준이 한무컨벤션에 유리하게 편성됐고 이를 부산지역에 적용하다 보니 무리가 발생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사전 내락설’은 카지노 업무 주무부서인 문광부 고위인사 K씨의 인사를 둘러싸고 불거졌다. K씨는 카지노 신설 업무를 끝내고 8월 초 승진이 내정됐으나, 카지노 인허가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식 발령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카지노 인허가와는 무관한 다른 사안으로 K씨를 음해하는 투서가 접수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K씨는 현재 차관보 승진이 미뤄진 채 문광부내 한 독립 기구의 단장을 맡고 있다. K씨의 인사 내막을 놓고 카지노 신규 허가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어느 정도였는가를 보여 준 예다. 이와 함께 정동채 장관이 9월 3일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신설 방침을 밝히기에 앞서, 6월경부터 업계를 중심으로 서울ㆍ부산에 카지노가 들어설 것이라는 소문이 퍼진 것도 ‘사전 내락설’의 배경이 되고 있다.

카지노 전쟁은 12월 말 문광부에 의해 카지노 영업장이 최종 결정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카지노 신설을 둘러 싸고 불거진 여러 의혹까지 완전히 사라질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박종진 기자


입력시간 : 2004-12-16 17:16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