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업계 빅뱅 예고, 2012년 시장규모 6조원에 상당한 고용효과 유발"세계 최초 손안의 TV"매력적 아이템, 콘텐츠 개발이 성공의 열쇠

[DMB, 멀티미디어 혁명] 과연 황금알을 낳을 것인가?
뉴미디어 업계 빅뱅 예고, 2012년 시장규모 6조원에 상당한 고용효과 유발
"세계 최초 손안의 TV"매력적 아이템, 콘텐츠 개발이 성공의 열쇠


‘미디어 혁명인가, 미디어 쇼크인가.’

언제 어디서나 방송을 즐길 수 있는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 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의 출현이 미디어 산업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방송과 통신을 결합한 ‘미디어 융합’으로 대표되는 미디어 세상의 변화는 세상 보는 창을 바꿔 놓을 전망이다.

방송은 통신의 몸을 빌린다. 다양한 방송 콘텐츠를 뛰어난 이동 수신 특성을 앞세운 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보급한다. 그 동안 안방을 점령해 왔던 지상파 방송사들에게는 위기이자 기회이다. 안방에서만 즐기던 방송용 콘텐츠를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뛰어 넘어 옥외로 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을 얻는 것임과 동시에, 막강한 자본력과 마케팅 능력을 보유한 통신 업계가 주도하는 이동형 경로에 시청자를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업권 3장, 바송 4사 출사표
미디어 빅 뱅은 이미 시작됐다. 뉴 미디어 사업을 선점하기 위해 미디어 업계는 치열한 신경전에 돌입했다. 2월 14일 방송위원회가 수도권 지역 지상파 DMB 사업권 신청을 마감한 결과, 이날 지상파군에는 KBS, MBC, SBS, EBS 등 방송 4사가 일제히 출사표를 던졌다. 티켓은 3장 뿐. 탈락자 1곳을 가려내는 설전을 벌이게 됐다. ‘휴대 전화를 이용한 세계 최초의 TV 시청 시대 개막’이라는 깃발 아래 벌어지는 움직임들이 뜨겁기만 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공식적 경쟁률은 1.33대 1. 그러나 ‘공영 방송’이자 2개의 TV채널을 갖고 있는 KBS는 사실상 선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MBC와 SBS, EBS의 3자 대결로 점쳐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미디어 빅 뱅이 신구 미디어 및 통신 업계 등과 폭 넓은 연대를 끌어냈다는 점. MBC는 MBN과 아리랑TV와 제휴했고, SBS는 TBSㆍ경기방송ㆍLG텔레콤ㆍ한겨레신문ㆍ9개 지역 민방을 한 데 아울렀다. EBS는 연합뉴스ㆍ방송통신대ㆍ거원시스템ㆍ한국교총ㆍ인크루트㈜ㆍ㈜잡링크 등과 손을 잡았다.

비(非)지상파 사업자군에는 KMMB, YTN DMBㆍANTV 컨소시엄, 유큐브 미디어, DMB 코리아, 한국 DMBㆍCBS 컨소시엄, NDMB플러스 등 6개 컴소시엄이 신청서를 내고 각축전을 벌인다. 비지상파군 티켓 역시 3장. 지상파군에 비해 예비 사업자들간 합종연횡과 이합집산은 한층 더 눈물겨울수 밖에 없었다. 당초 9개 컨소시엄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설 연휴를 전후하여 6개로 압축됐다. 한편 위성 DMB사업자는 지난해말 TU미디어로 일찌감치 결정됐다.

이처럼 각 언론사들은 직접 컨소시엄을 이끄는 형태부터 주주로서의 참여나 콘텐츠의 제휴를 맺는 방식 등 다양하게 DMB 사업의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디어들은 왜 이토록 DMB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걸까. 과연 DMB는 산업으로서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방송업계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새롭게 떠오를 것인가? 아니면 뉴미디어라는 이름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출범했으나 현재까지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케이블 TV나 스카이라이프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2010년까지 가입자 규모는 지상파 DMB 1,140만명, 위성 DMB 457만명에 이르고, 서비스 시장 규모는 지상파 DMB 7,481억원, 위성 DMB 6,045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 업계의 고용 창출 효과도 사뭇 기대되는 대목이다. 서비스 시장 규모가 무려 6조 2,878억원에 이르는 2012년까지, 6만 7,682명의 고용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미디어산업 퇴보" 부정적 시각도
반대로 DMB라는 뉴미디어의 등장이 도리어 미디어 산업의 퇴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에 제자리를 잡지 못한 채 표류하는 미디어들을 대량 양산해낼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까닭이다.

이완기 MBC 방송인프라국 부국장은 최근 미디어 오늘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35년 전에 앨빈 토플러가 예고했던 ‘미래 쇼크’가 미디어 세계에도 나타나는 것일까”라며 뉴 미디어의 출현에 대해 강한 경계의 시선을 던졌다. 그는 “수십 년 동안 5개 안팎에 지나지 않았던 우리나라의 텔레비전 채널 수가 1995년 이후 10만에 15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언급하며 “이 같은 미디어의 충격적 팽창은 오히려 콘텐츠의 궁핍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미디어의 급팽창은 수용자에게는 추가의 비용 부담을 안겨주는 것은 물론 정작 실제 수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TV채널이 100개가 넘어도 성공한 채널은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이죠. 수용자들이 방송 콘텐츠를 이용하는데 부담할 수 있는 경제적 비용은 한정돼 있는데 매체들이 지나치게 많다 보니 각각의 프로그램 공급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그만큼 적어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결국 생산해 낸 콘텐츠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구조가 되고, 이는 다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없는 악순환을 초래하죠.”

코 앞에 닥친 DMB 시대의 도래가 여하튼 기존 미디어 산업의 지형을 급격히 바꿀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DMB시장이 과연 보물단지가 될 것인지, 아니면 애물단지가 될 것인지? 이에 대해 방송사 관계자 및 학계 전문가들은 “어느 한쪽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DMB 사업권의 획득이 곧 미디어 대전의 최후의 승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방송사 관계자들은 대체로 “당장은 수익성보다 비용 투자 부담이 더 큰 사업”이라고 말한다. 위성 DMB는 가입비 2만원에 월 1만3,000원의 유료 서비스로 수익 구조를 갖고 출발하지만, 지상파 DMB는 무료 서비스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지하 공간까지 원활한 수신망을 구축하려면 중계기 확충에만 500억원 안팎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광고 외에 특별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지상파 DMB 예비 사업자들간에서는 ‘부분 유료화’ 필요성 등이 절실하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엄민형 KBS DMB 추진팀장은 “개인 기업이 도입하는 위성 DMB가 먼저 도입되고, 국책 사업으로 출발하는 지상파 DMB가 후발 주자가 됨에 따라 치열한 시장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며 “위성 DMB는 SKT가 대주주인 까닭에 모 기업으로부터 중계망ㆍ전국망ㆍ유통망 등의 ‘3망’을 지원받지만, 6개 사업자로 세분화된 지상파 DMB 사업자들은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도 어려워 기본적인 비용 보전의 차원에서라도 ‘공적 재원 투자’ 등을 적극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당국의 ‘공적 재원 투자’를 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고, 지상파 DMB의 유료화는 DMB 정책의 근간을 뒤흔든다는 반발을 살 우려가 높아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성진 서울산업대 교수는 “이동 수신 시장의 주타깃이 40대 이하로 한정되고, 고층 건물 등 전파의 사각 지대가 많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무료 서비스인 지상파 DMB 업계의 수익을 낙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설혹 지상파 DMB가 국내에서 잘 돼서 수출이 활성화된다고 해도 이익은 단말기 업체에 돌아가고, 정작 실행 주체인 방송사가 건질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을지 모른다”고 진단한다.

4~5년 지나야 손익분기점
그럼에도 언론사들이 DMB를 놓고 미디어 대전을 피할 수 없는 것은 새로운 경로 확보를 놓칠 수 없는 까닭이다. 미디어 대전은 곧 채널 확보 경쟁이다. 휴대 전화를 이용한 TV시청 서비스는 세계 최초이다. 김인주 SBS DMB 추진단 팀장은 비록 초기 투자 부담이 크더라도 방송사로서는 향후 세계 DMB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판로 확보를 간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방송과 통신을 융합한 첫 번째 케이스가 아닙니까. 초기 사업자로서 유리한 판로 확보의 선점이 중요하죠. 장래 성장성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관련 업계에선 대체로 빨라도 4~5년은 지나야 손익 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 본다. 이 또한 DMB사업이 기대한 바대로 순항할 경우에 해당된다.

가장 큰 성패의 갈림길은 뉴미디어라는 이름에 걸맞는 매력적인 콘텐츠의 개발에 달려 있다. 문제는 유료 서비스로 다양한 채널을 확보해야 할 위성 DMB 사업자인 TU미디어도 기존 지상파 TV의 재전송에 사활을 걸고 있고, 수용자들도 현재로선 DMB를 통해 가장 접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지상파 TV 콘텐츠를 꼽고 있다는 점. 기존의 매스미디어와 차별되는 신규 콘텐츠 개발은 뒷전인 형국이다.

박재홍 KMMB 공동 대표는 “DMB는 단순히 ‘손 안의 TV’라는 차원을 넘어, 시청자가 원하는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대화형 쌍방향 서비스”라면서 “뉴미디어의 파워풀한 기술력을 보수적인 미디어 환경 속에서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미디어 콘텐츠가 기술의 진화를 따라 잡지 못하여 DMB서비스가 그저 ‘손 안의 TV’ 수준에 그친다면, 뉴미디어라는 찬란한 빛은 쉽게 사그러들지 모른다는 경고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5-02-22 17:27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