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머니로 현금·경품과 맞바꾸는 카지노 사이트 인기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청소년 온라인 도박장

클릭! 사이버 카지노 그 황홀한 유혹의 마수
[10대 도박중독] 사이버 머니로 현금·경품과 맞바꾸는 카지노 사이트 인기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청소년 온라인 도박장


“아직도 따고 마는 게임을 하십니까?” “여러분의 실력만큼 주머니는 두둑~.”게임에서 모은 게임 코인(사이버 머니)이 진짜 돈으로 변신하면서 청소년들의 마음에는 돈 때가 묻고 있다.

게임 코인을 1:1비율의 현금으로 바꾸는 것만이 아니다. 휴대폰 무료 통화권, 싸이월드 도토리, 문화ㆍ외식 상품권 등 현금에 버금 가는 경품과 맞바꿔 제공하는 온라인 카지노 사이트들이 10대 청소년들에게 인기다. 일반 포털 사이트나 게임 전문 사이트에서 따낸 게임 코인이 만족감을 제공하는 데 그쳤다면, 이 카지노 사이트들은 실리(實利)로 유혹한다.

3월 5일 밤 9시를 조금 넘긴 시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유흥가 밀집 지역의 배면 도로에 붙은 유흥 상가 3층에 있는 W피씨방 한 켠을 4명의 중학생들이 점령하고 있다. “에이~ X팔!”, “오~! ”, “야, 한 턱 쏴!” 게임판이라면 으레 나올법한 감탄사들이 간간이 터져 나온다.

맞은편에서 그들 옆으로 자리를 옮기자, 잠시 망설이는 기색을 보인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좀 전의 ‘게임 모드’로 되돌아 갔다. 이들이 하고 있던 게임은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등의 캐주얼 게임이 아닌, 고스톱과 포커.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이용할 수 없는 놀이다. 염치는 접어 두고 캔 음료로 이들을 회유, 대열에 합류했다.

도박장으로 변질된 안방
굳이 옷을 차려 입고 몸소 카지노를 찾지 않더라도, 인터넷에 접속된 컴퓨터만 있으면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리얼 머니 카지노’, 온라인 카지노였다. ‘나의 안방 = 도박장’으로 공식화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 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온라인 카지노’로 검색해 잡히는 사이버 카지노는 수십여 개. 대부분의 사이트들은 회원 가입 때 주민등록번호로 가입자의 실명 확인을 거쳐, 명목상으로는 청소년들의 가입은 차단하고 있었다. 그러나 허울만 좋을 뿐.

약간의 수고만으로도 성인 인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온라인 카지노를 찾을 수 있었다. 가입 약관에는 ‘미성년자 출입금지’라는 경고가 있었지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성인 인증 절차가 없어, 소리 없는 구호만 외치고 있는 사이트였다. 이 중학생들이 즐기고 있던 게임도 이와 대동소이한 사이트였다. 시공을 가리지 않던 사이버 카지노는 사용자들의 나이까지도 초월했다.

자신이 중 2이며 일주일 용돈이 4만원이라고 밝힌 김상균(가명)군. “여기서 딴 돈에 용돈을 얹어 26만원짜리 MP3플레이어를 지난 1월에 구입했어요.”꾼의 수준이다. 어떤 브랜드의 물건을 소유하느냐에 따라서도 패가 갈리고, 무리가 지어지는 요즘 학원가의 분위기에 맞춰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해서 구입했다고 했다. 부모님을 졸라 구입할 수도 있었지만, 앞서 80만원짜리 카메라폰을 구입했기 때문에 MP3플레이어까지 요구할 낯은 없었다 한다.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소년의 눈에 우연히 도박 사이트가 띄었다. “‘투자’한 용돈을 수십배로 불려 노래방 등의 유흥비로 쓰는 친구, 본전도 못 건져서 ‘좀비’ 생활을 하는 친구 등 상당 수의 ‘중딩’들이 이 같은 사이트를 이용한다.” 김 군의 옆에 있던 같은 반 친구가 교내의 사이버 도박 분위기를 신이 나 전했다.

대개 집에서 몰래 하는 일이지만, 오늘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짜고 치는 고스톱’(친구 하나와 나란히 앉아서 옆 친구에게 패를 밀어줘 제 3자의 게임 코인을 챙기는 고스톱)으로 며칠 전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는 것.

실제로 이들이 소개한 사이트는 온라인으로 송금하면, 가입자는 그 금액만큼 1:1 비율로 게임 코인을 충전 받아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또 게임 코인이 일정 수준 이르면 출금 요청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출금 가능한 최소 단위는 각 사이트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개 10만원과 15만원 선. 요청한 금액은 은행 휴무일을 제외하고 24시간 내 자신의 계좌로 해당 금액을 입금 받는다고 했다. 이때 10% 정도의 수수료가 공제된다고.

현금이 아닌, 현금성 경품과 상품권이 오가는 합법 게임 사이트에서도 십대들의 도박이 많이 이루어진다고 이들은 전했다. 암기에 숙련된 이들에게 13자리 숫자 외우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일 터.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특히 부모 명의로 가입된 휴대폰을 사용하는 경우 이 방법을 이용하면 게임으로 모은 게임 코인을 휴대폰 무료 통화로 손쉽게 전환할 수 있다고도 했다.

온라인 도박이 '먹고 사는 수단'
이 외에도 온라인 상에서 극장예매나 도서 등을 구입할 수 있는 문화 상품권,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 등의 외식 상품권 등은 물론, 요즘 안 하는 아이들이 없을 정도라는 미니 홈피 ‘싸이월드’에서 각종 아이템을 살 수 있는 ‘도토리’도 충전 할 수 있다. 특히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리니지의 ‘아덴(게임 머니)’을 충전하고, 다시 ‘아덴’을 현금화하는 등 온라인 도박을 ‘먹고 사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귀띔했다.

온라인 도박을 갖고 ‘먹고 사는 수단’으로 이용할 정도면 하루, 얼마 만큼의 시간을 투자해야 할까. 개인의 능력과 운에 따라 다르지만, 틈날 때마다 하면 대개 하루에 2~3시간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말. “게임 시간만 보면 다른 게임을 하는 친구들과 별반 다른 바 없는 수준”이라며 “실질적인 이익이 없는 일반 게임보다는 이게 생산적”이라고 그들은 그럴듯하게 해석까지 달았다.

묻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투다. 도박을 도박으로 인식하지 못 하는 그들의 입장으로 보자면 당연한 반응이다. 상대의 패를 서로 봐 가면서 짜고 치는 고스톱인데다, 1시간에 5만원 가까이 벌어 두었으면 괜찮지 않느냐는 표정으로.

정민승 기자


입력시간 : 2005-03-17 16:38


정민승 기자 msj@hk.co.kr